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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평점 :
이번에 만나본 클레어 키건의 신작은 일곱 편의 단편집을 엮은 책으로, 아일랜드의 시골 풍경과 남성 중심 사상이 짙게 묻어있는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가득 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권이 유독 남성 중심 사상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유럽, 그것도 자유로움과 버스킹으로 유명한 아일랜드도 과거에는 꽤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 문화가 팽배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깊게 들어가기 어려운 한 가정, 한 사람의 심리 등을 생략과 공백 등을 활용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력감, 외로움, 허무함 등의 감정이 더 적나라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아일랜드의 시골 풍경과 공기, 한 가정의 적나라한 모습 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짧은 여행이나 현재의 모습에서는 도저히 찾아보기 힘든 구석구석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더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축축하며, 허허벌판의 모습이 그려지는 모습인데, 그 속에 자리한 사람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는 않다.
우울하고, 외롭고, 씁쓸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나 서툰 느낌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민담이나 신화 이야기처럼, 아일랜드만의 설화가 곳곳을 채우고 있어 신비로운 느낌도 감돈다.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포인트들도 곳곳에 눈에 띄는데, 대부분의 경우 '도망친다'가 나의 답이다. 과거에는 시대 분위기가 그러했고, 또 다른 살아갈 방법을 몰라서 버텼다지만 지금의 나라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다른 길을 찾았을 것 같다.
그 이야기들 중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몇 편을 중심으로 담아보았다. 나의 글을 읽는 또 다른 독자분들도 '나라면?'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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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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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선물
딸이 뉴욕으로 떠나는 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로, 소녀가 왜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지 그 사정을 점점이 그리고 있다.
소녀는 어릴 적 어머니의 묵인과 주도하에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꼭 오빠 유진이 없는 날을 골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치 재물을 바치듯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딸을 데려가곤 했다.
시간이 지나 언니, 오빠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나고 이제 남은 건 자신과 오빠 유진뿐으로 마침내 그녀도 이 집을 탈출해 뉴욕으로 가게 된다.
이에 유진은 그녀를 배웅하며, 마지막 선물로 그녀의 죄책감과 미안함을 덜어주는 말을 건넨다. '자신도 이내 곧 떠날 것이라고'
■푸른 들판을 걷다
사제의 하루를 담고 있는 소설로, 주요 배경은 결혼식장이다. 사제는 잠시 자리를 지켰다가 자신이 왔다는 눈도장만 찍고 금방 떠나도 되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을 가지고 있다.
사실 신부가 그녀의 옛 연인이기 때문이다. 모른 척 신랑과 신부를 축복해 주고, 끝까지 그녀의 결혼식을 지켜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린 사제는 그날 식장에서 사람들의 가십 속에 등장하는 한 중국인이 머물고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차 한 잔을 얻어먹고, 마사지를 받게 된다. 온몸 구석구석 뭉쳐있던 피로감과 슬픔을 달래주던 손길 덕에 사제는 그곳을 벗어날 때쯤에는 발길이 가뿐하다.
그렇게 푸른 들판을 걷고 또 걷으며, 사제가 사랑을 떠나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검은 말
브래디의 무의미한 일상을 관망하는 듯한 시선으로 쫓고 있는 이 소설은 어리숙하고 서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그녀가 떠나간 후에도 여전히 브래디는 그녀와 커다란 사냥용 말이 나타나는 꿈을 꾼다.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을 꿈으로 떠올린다.
브래디는 잠을 잘 때조차 편하게 자지 못한다. 외출복에 작업화 차림 그대로 입고 잔다. 무력감에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다.
그녀가 떠나간 뒤 그는 더 이상 텃밭에 신경 쓰지 않는다. 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삶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제력도 형편없어졌다.
브래디는 매번 그녀를 떠나보낸 순간을 떠올린다. 그녀가 요구하는 것들(장도 보고, 공과금도 내고, 외식도 시켜달라는 말)에 꺼지라고 답했던 자신을 경멸한다.
술을 먹고 객기를 부리고, 마지막으로 얻은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여전히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또 꿈꾼다.
■삼림 관리인의 딸
디건은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다. 오로지 자신이 산 땅에만 관심이 있다.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마사에게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결혼했음에도 그녀를 외롭게 하고 방치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마사는 삶이 무료하다. 섣부른 청혼을 한 것이라는 후회를 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그 와중에 세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그들에게 큰 애정이 없다. 사실 막내딸은 디건의 아이가 아닌, 외판원과의 외도로 낳은 아이로, 세 아이 중에 가장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
돈을 쓰는 것에도, 마사가 외부 일을 하는 것도 싫어하는 디건으로 인해 마사는 그나마 가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낙이라면 낙이다.
하루는 디건이 가지치기를 하던 중 우연히 사냥개를 한 마리 발견하게 되고 주인이 없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런데 또 하필 그날 생일이던 막내딸의 선물로 주게 되면서 딸아이와 사냥개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사냥개를 받고 기뻐하던 막내딸은 항상 개와 함께 보내지만, 어느 날 그 개는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아이는 그 후로 말도 하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마사는 마침내 모든 것을 다 풀어내고 떠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이것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 임을 확신한 디건은 자리를 피하고 이후 모든 외부 활동을 접는다. 집안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더 이상 아내는 남편과 함께 잠을 자거나 공간을 공유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밤 꼬질한 개 한 마리가 집을 찾아오게 되고 이를 처음 발견한 모자란 둘째 아들이 개를 위해 불을 피우게 되는데 이것이 집 전체로 번져나가며 온 집안을 태우게 된다.
가족들은 잠에서 깨어나 목숨은 건졌지만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디건의 집은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돌아온 개를 보고 딸아이는 행복해하고, 옆에서 모자란 아들은 자신이 만든 농장이 사라졌다며 우울해한다.
■물가 가까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청년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를 다니고 있다. 오늘은 자신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을 맞아 엄마와 지내기 위해 텍사스 해변으로 왔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 후 몇 달 만에 백만장자와 결혼했는데, 사이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체할 것 같은 분위기 속 청년은 새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저녁을 먹고 홀로 산책을 겸해 해변으로 향한다.
답답해서였는지 그날 청년은 생각지 못한 일들을 여럿 하게 되는데, 샴페인을 마셨고, 수영을 했고, 죽을뻔한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이내 비행기표를 바꿔 돌아갈 결심을 하는데, 이때 눈앞에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낸다.
청년은 수화를 통해 들려오는 상담원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하게 될까?
■굴복
이 소설은 아일랜드 소설가 존 맥가헌에게 영감을 받아 쓴 단편으로, 오렌지 먹는 장면을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의 행동과 태도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중사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남을 괴롭히고 통제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행한다.
가까이에 있는 부하나, 배고픔을 느끼는 아이, 연애를 즐기고 있는 여자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한편 괴롭히면서 자신의 만족감을 찾는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혼자 있는 동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철저히 감춘다. 이 대상자에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도 포함되는데, 마침내 견디다 못한 약혼자는 파혼을 통보하고 이에 중사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다.
남을 굴복시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중사의 이야기를 이 소설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퀴큰 나무 숲의 밤
설화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이 소설 속에는 미신을 믿는 마거릿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사촌인 사제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이내 사제의 배신으로 버림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었던 그녀는 어느 날 그를 쫓게 되고 이에 관계를 갖게 되면서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죽게 되고 여자는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 사제가 죽으면서 그가 살던 집이 그녀의 소유가 되고 그녀는 낯선 동네로 이사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갑자기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점을 치는 마담을 통해 그녀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에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
마침 옆집에 붙어살고 있던 총각이 호감을 보기고 있던 터라 그녀는 전기가 나간 날을 기점으로 그와 자주 왕래하며 지내게 된다. 또 점을 치고 난 후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병과 유령을 쫓는 것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한동안 벽을 허물고 남자와 가깝게 지낸다. 더불어 사제의 물건들을 하나둘 태워버리며 과거와도 이별을 고한다.
그러다 출산을 하게 되고 아이는 더할 수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 아이가 일곱 살을 넘기자 마거릿은 병과 유령을 쫓는 일을 그만두게 되고 이에 사람들은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이가 걱정되었던 그녀는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어느 날 배를 타고 가뿐한 마음으로 마을을 떠난다. 이것을 일찍이 예감하고 있던 옆집 총각은 그녀를 마음에 묻고 다시 일상을 찾기로 한다.
벽을 다시 시멘트로 바르고, 암염소를 집에 들이는 등 다시는 여자에게 속지 않기로, 가까이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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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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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선물
어머니는 대가족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대가족이 되었고 어머니는 가끔 화가 나면 소녀를 양동이에 넣어서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말하고는 했다.
소녀에게는 언니와 오빠들이 있는데, 현재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부모님과 자신 그리고 오빠 유진뿐이다. 오늘 그녀는 뉴욕으로 유학을 떠날 것이고 이제 이 집에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유진만 남을 것이다.
그녀는 계속 떠날 시간을 체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으로, 떠나는 것에 큰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어릴 적 어머니의 묵인과 주도하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한 달에 한 번 오빠 유진이 없는 틈을 타 어머니는 남편과 관계를 맺은 후 소녀를 아버지가 있는 방에 집어넣고는 했다.
아버지는 소녀를 추행했고 소녀는 홀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다 생리가 시작하면서 소녀는 더 이상 그 방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래서 소녀는 뉴욕으로 먼 길을 떠날 예정이지만 어떤 미련도 없다. 어머니에게도 그 어떤 다정한 말이나 위로를 건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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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다. 입을 열면 엉뚱한 말이 나올 텐데,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당신은 위층으로 올라가지만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당신은 층계참에 서 있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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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집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은 비단 그녀뿐만은 아닌듯하다. 그녀 위로 있는 언니 오빠들도 집이라면 학을 뗐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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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오빠들은 모든 것을, 여기서 살던 추억을 떠올리다가도 아버지의 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르면 뻣뻣하게 굳었다. 언니 오빠 들은 집을 다시 떠나면 치유받는 것 같았고,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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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건대 소녀가 겪은 일이 소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었던 듯하다. 특히 아버지의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하는 일념이 강했던 것을 보면, 형제자매들에게 있어 집은 치유와 위로의 공간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의 공간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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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키우던 세터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을 때가 기억난다. 어머니가 당신을 그의 방에 들여보내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
강아지들을 물에 빠뜨려 죽인 날,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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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이 집에서 행복한 기억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끔찍한 기억만 떠오를 뿐이다.
아버지는 먼 길을 떠나는 딸을 마중 나오지 않는다. 헐벗은 채 침대에 누워 돈으로 희롱을 일삼을 뿐이다. 소녀는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집을 떠난다.
그리고 오빠 유진이 공항으로 가는 길을 배웅한다. 소녀에게 귀띔하듯이 자신도 곧 이 집을 떠날 거라 일러둔다. 소녀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와 안심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소녀는 알고 있다. 결코 유진이 절대 밭을 떠나지 않으리란 사실을. 그저 홀로 유진을 두고 떠나는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막냇동생이 아버지에게 추행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건넨 말일뿐이라는 것을 소녀는 알고 있다.
소녀는 차마 유진의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꾹꾹 내리 참다가, 공항 게이트의 구석진 화장실 칸에 들어서고서야 눈물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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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진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아이들을 부양하고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부모들이 나서서 성추행을 일삼고 이를 묵인한다.
언니, 오빠들은 이 모든 것을 견디다 하나 둘 집을 떠나고 이제 남은 것은 오빠와 자신뿐이다.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오빠는 기꺼이 선의의 거짓말로 동생에게 작별의 선물을 건넨다.
유능하고 똑똑해도, 공부를 잘해도 아버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들을 농부로 만들어버렸다. 딸들은 성추행의 도구로 삼으면서 가정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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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당연히 진작 도망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일 때는 아마도 이들처럼 숨죽이며 살았을 것이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어머니와 성추행을 일삼는 아버지를 피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떠날 방법을 나름대로 강구하지 않았을까?
돈을 모은다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는다거나 무언가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더 이상 이 집은 안전함도, 평화도, 위로도 되어주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기에.
●삼림 관리인의 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받게 된 아하울 땅을 빅터 디건은 형제들의 몫까지 사들여 거대한 빚을 지고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신붓감을 찾기 위해 코트 타운 항구로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춤추는 여자를 보게 되고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들이댄다.
여자는 싫다고 했지만 디건의 끈질긴 구애로 인해 결혼 승낙을 하게 되는데, 당시 여자의 나이가 서른 살이었다는 점 그리고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 년 뒤 둘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아내가 된 마사는 곧 후회하게 된다. 그가 대단한 것처럼 읊어대던 아하울은 지저분하고 낡은 곳이었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보수적이고 사랑을 모르는 디건이 그녀를 외롭게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공허하고 외로웠다. 어느 날은 그녀가 외판원을 통해 장미를 사서 심어두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디건은 크게 화를 내며 '멍청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내 돈을 낭비했다'라며 역정을 낸다.
마사는 꿈꾸던 결혼생활과 크게 차이가 나는 생활을 바로잡고 싶어, 오해를 뛰어넘는 대화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지내면서 마사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게 되는데, 자기가 낳았지만 큰 애정 없이 무심하게 키우게 된다.
큰아들은 농사에 대한 '그라(사랑)'이 없었고, 더불어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이곳을 떠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둘째 아들은 모자랐는데,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았고 진실을 말하는 무서운 습성이 있었다.
막내딸 빅토리아는 머리가 좋고 똑똑했는데, 유일하게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잘 컨트롤하는 아이였다. 덕분에 모자란 오빠를 잘 구슬려서 그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일도 스스로 잘 해냈다.
마사가 이 집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낙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끔 마을 사람들은 이 집에 모여 마사의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 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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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았다. 이 땅이 아내와 자식들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것을.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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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디건은 홀로 바빴고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고 토지 문서를 되찾아 오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은 전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중 사냥개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주인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그런데 마침 그날이 막내딸의 생일이었고, 또 마침 가장 먼저 건넨 사람 또한 막내딸이 되면서 그 개는 막내딸의 선물이 되어 버린다.
막내딸은 리트리버의 성별이 남자인 것을 알고 저지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늘 함께 한다. 그러다 진짜 개의 주인인 오도넬이 나타나고 개를 데려가면서 딸아이는 개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말을 잃고 학교도 가지 않는 딸을 본 마사는 그동안 고심해오던 일을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한다. 마사는 평소 생활비를 조금씩 떼어 돈을 모아두며 언젠가 떠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던 차였는데, 마침 그때 촉발제가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어디서 데려온 개를 딸아이에게 생일선물이라고 주었는데 문제가 생겼고 이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남편의 이기적이고 무심한 것을 보아 넘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마사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잠도 같이 자지 않고, 말도 섞지 않았다. 디건은 내심 계속 속으로 토지 문서만 돌려받으면을 외치며 마사가 원하는 것을 해주리라 다짐하지만 이 마음이 마사에게 닿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디건은 집안이 여느 날과 다르게 환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사가 이야기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날 마사의 이야기는 평소와는 달랐는데, 가짜가 아닌 숨겨진 진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으며, 자신이 외판원과 관계를 가졌고 그렇게 막내딸이 태어났다는 것.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나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디건은 자리를 벗어나고 그렇게 집안은 더 한 침묵 속에 빠지게 된다.
결혼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듣는 '행복하냐'고 묻는 말은 어쩌면 마사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디건은 이웃에게 보이기 위해 가던 미사도 불참하고, 주변 사람들과 왕래도 끊는다. 마사는 아침식사도 차리지 않았고 오로지 모자란 아들만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꾀죄죄한 모양을 한 개 한마디가 돌아오고 모자란 아들은 그 개를 처음 발견하게 된다. 덜덜 떠는 모습에 막내딸이 알려준 방법으로 불을 피우고 그것은 곧 집 전체로 번져나간다.
피어나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 때문에 가족들은 하나 둘 깨어나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아하울은 불길에 휩싸여 사라지게 된다.
딸아이는 돌아온 저지(개)를 보며 행복해하고, 모자란 아들은 자기가 불지른 집을 보며 자신이 만든 농장을 잃어버렸다고 괴로워한다. 그러는 한편 흥미롭게 활활 타오르는 불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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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건은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거대한 빚을 내면서까지 아하울을 사들였고, 또 신붓감을 찾아 억지 구애를 하며 마사를 아내로 맞았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땅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아내는 외로움에 지쳐갔고, 그래서 집안일이나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큰 애정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속에 전혀 애정이 없지는 않았다. 자그마한 애정이 숨어있었다. 마사를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은행으로부터 아하울의 토지 문서를 완전히 가져오고 난 뒤에 행할 일이었다.
우선순위가 바뀌다 보니, 모든 것의 일 순위는 아하울의 토지 문서였다. 20년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마사를 좀먹었을지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장미조차 제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아이들과 애정 없는 남편만을 바라보면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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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역시 도망갔을 것이다. 20년의 세월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다. 애정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없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깊은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디건을 보며 마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오랜 시간 푼돈을 모으며 견뎌냈을까?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아이들은 그녀의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고립되고 외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밖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병에 걸리든 말든 위생도 신경 쓰지 않았고, 어떤 집안일도 애정을 쏟지 않은 것이다.
못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디건이 조금만 생각을 달리했다면, 이들은 아하울에서 보다 더 행복하고 예쁜 가정을 꾸릴 수 있지 않았을까?
●물가 가까이
케임브리지에 있은 하버드대를 다니고 있는 청년은 스물 한번째 생일을 맞아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텍사스 해변으로 왔다.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를 생각해 올해도 어기없이 이곳을 찾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 후 몇달 뒤 공화당원이자 백만장자인 새아버지 리처드와 재혼했는데, 사이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청년은 부모님의 이혼 후 할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그녀는 테네시주 출신으로 돼지를 키우는 시골에서 살았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어 찾아뵐수는 없지만 청년은 종종 할머니를 떠올리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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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하버드대학에 가다니'라고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몇 명이나 되겠니? 난 테네시주 돼지 농장 딸인데 내 아들이 하버드에 가다니. 기분이 가라앉으면 항상 그 생각을 해. 그러면 기운이 끝도 없이 솟거든."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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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보잘것 없는 어려운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이렇듯 장성한 아들을 보며 늘 자랑스러워하는 이야기를 숨김없이 하고는 했다.
하지만 아들은 늘 어머니가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것이 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엄마는 아들을 생각해서라고 이야기하는데, 거기에는 어떤 말못할 애틋함과 희생이 엿보인다.
함께 저녁을 먹은후 청년은 답답한 마음에 해변으로 향한다. 그날은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된 날이었는데, 샴페인을 마셨고,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했으며, 옷을 잃어버렸고, 익사할뻔한 상황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물가에서 나온 청년은 이내 어머니가 있는 리조트로 향하고 일정을 바꿔 돌아갈 결심을 한다. 샤워를 마치고 항공사에 전화를 걸던 중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고 그때 수화기에서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이 들려온다.
청년은 할머니에게서 결혼 당시 할아버지와의 일화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대서양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 꼭 한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할아버지는 늘상 "그럼 여기 일은 누가 하고?"라며 거절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만삭이 되면서, 결국 바다는 포기할때쯤 어느날 일요일에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흔들어 깨워 바닷가에 데리고 갔다. 한 시간을 주고 늦으면 두고 가겠다는 엄포를 하는데, 이에 할머니는 맨발로 바닷가를 30분동안 걸었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약속 시간에서 5분이 지나자 남편은 정말 혼자 차에 시동을 걸어서 혼자 떠나려고 하는 것을 할머니는 도로에 뛰어들어 차를 세우고 겨우 같이 타고 왔다고 한다.
할머니는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절대 그 차에 올라타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런 남편을 믿고 긴 세월을 산 것을 후회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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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차에 다시 탄 이유를 묻자 할머니가 말했다.
"우리 땐 다 그랬어. 난 그렇게 생각했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줄 알았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스물한 살이고, 이 지구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하버드에서 A학점을 받았고, 달빛 속에서 아무런 시간제한도 없이 해변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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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할머니의 부재를 느끼고 있는 청년은 어쩌면 그날 물가를 배회하며, 그때의 할머니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현듯 자신은 다른 선택을 하겠노라 결심하고 항공일정을 바꾸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청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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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남은 가족, 어머니를 위해 청년은 매년 자신의 생일이 되면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늘 불편함을 감수하고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매번 후회한다. 더 나은 생일을 보낼 수 있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신도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스물한 번째 생일날 청년은 또다시 반복되는 생일날을 보내지만 그날은 생각지 못한 일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물가에서 자신이 익사 당할뻔 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불현듯 할머니가 들려준 옛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이와 다른 선택을 해보자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길로 청년은 숙소로 향하게 되고 항공사에 연락해 일정을 바꾸려는 찰나 어머니가 눈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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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한번쯤은 다른 선택을 해볼 것 같다. 다른 선택은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법이고, 이 또한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다음에는 어머니를 자신이 속한 공간에 초대해 보거나 어머니와 자신 모두 행복할만한 경험을 해볼수도 있을 것이다.
모진 삶을 산 어머니이기에 아들을 위해 희생하며, 백만장자 남편과 어렵사리 지내고 있는듯 한데,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듯 하다.
●퀴큰 나무 숲의 밤
사제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살던 더나고어 언덕의 집으로 한 여자가 이사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거릿 플러스크로 마흔살도 채 되지 않았으며, 사제와는 사촌지간이다.
사실 사제와 마거릿은 마거릿이 10대 때 청혼하고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로, 돌연 사제가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되면서 마거릿은 졸지에 버림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사촌지간이었기에 종종 변함없이 얼굴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거릿은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을 모르는척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어느날 그를 따라 나서게 된다.
그러다 거기에서 둘은 관계를 가지게 되고 마거릿은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영아 돌연사로 죽게 되고, 이후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되면서 마거릿은 미신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월요일에는 절대 재를 버리지 않았고, 일꾼을 지나칠 때는 반드시 그의 일을 축복했으며, 난로에 소금을 뿌리고 침실 벽에 성녀 브리지다의 십자가를 걸고 달의 변화를 주시하는 등의 미신을 늘 따랐다.
그렇게 아이가 죽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제가 죽으면서 그가 살던 집은 그녀에게 상속되었고, 그녀는 갑작스레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온 후에 마거릿은 갑작스레 임신할 수 없는 몸에서 임신할 수 있는 몸으로 변화된 것을 감지하게 된다.
사실 그녀가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몸으로 된 데에는 퀴 큰 나무(=마가목)가 원인이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정말 퀴 큰 나무가 없는 이곳에서 그녀의 몸은 신비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마거릿이 거주하고 있는 언덕위에는 두 채의 집이 나란히 붙어 있었는데, 사제의 집과 대머리 노총각, 마흔아홉살의 스택이 거주하고 있었다.
스택은 은근히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며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마을전체에 전기가 나간 그날 저녁식사에 초대하여 은근히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집에는 암염소(조지핀)을 집안에서 함께 키우고 있었는데, 살짝 열린 침실위에 털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함께 자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는 아버지가 죽고 남긴 집과 땅, 이탄이 나오는 수입 전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자신이 마음에 품었던 여성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그 후 홀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처럼 옆집으로 이사 온 이성과 서서히 가까워지며 지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둘이 가깝게 지내는 것을 목격한 마을 사람들은 수근거리며 뒤로 여러 말들을 쏟아내고는 했는데, 이에 마거릿은 더욱더 고립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도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피해 한 이동식 주택에 들어서게 되고 거기서 점을 치는 마담 놀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놀란을 통해 그녀의 과거와 미래를 점치게 되면서 마거릿은 다시한번 임신을 꿈꾸게 된다.
더불어 그녀가 놀란을 통해 '일곱째 아이(아일랜드의 민간 전승에 따르면 일곱째 아이는 치유력이나 예지력 같은 신비한 힘을 가진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사람들이 병과 유령을 쫓기 위해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치유해주기 시작한다. 덕분에 매일 그녀의 집앞에는 먹을것을 비롯해 많은것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옆집 남자 스택과 관계를 가지면서 마침내 임신을 하게 되고 이후 마거릿은 두 집 사이의 벽을 허물고 따로 또 같이 생활하게 된다.
이때 마거릿은 남아있던 사제의 물건과 스택이 방한구석에 꽁꽁 보관하고 있던 부모님의 물건들을 태우기 시작하는데, 아마도 과거와 안녕을 고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제의 집에서 마거릿은 출산을 하게 되고 마이클이라는 세례명을 지어주게 된다. 아이는 예언과 같이 건강하게 자라났고, 스택은 서서히 그녀가 곧 떠날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아이는 신기하게 단 하루도 아프지 않았고, 성장 속도는 남달랐다. 기어다니지 않고 어느날 벌떡 일어나 걸어다녔으며, 스스로 염소젖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곧 자기 이름을 뒤집어서도 쓰고 앞뒤 순서를 바꿔서도 쓰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가 일곱살을 넘기자 마거릿은 사람들의 병과 유령을 쫓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마거릿은 아이가 걱정되어 이곳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앞서 마담 놀란이 예언한데로, 아이의 양막을 건넸던 어부를 통해 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배를 타고 떠날 수 있게 된다.
스택은 그 모습을 지켜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허물어진 벽과 벽 사이를 시멘트로 바르고, 이탄을 캐면서 바쁘게 살아갈 결심을 한다. 더불어 다시는 여성을 믿지 않겠다 결심하며, 키우던 암염소를 다시 집으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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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이는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거예요. 아들을 낳고 나면 당신은 절벽 밑을 보지 않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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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마을을 떠난 이후 마거릿은 마담 놀란의 예언처럼 아들덕에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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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한 사제의 일방적인 파기로 인해 마거릿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원치 않던 임신을 하게 됐고, 가족들과도 인연이 모두 끊겼다.
그나마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이도 잃었으며 홀로 떠돌며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수군거리는 말을 늘 들으며 지내게 된다. 때문에 그려는 고립을 선택했고 사람들과의 왕래도 모두 끊게 된다.
하지만 불행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먼저 떠나보낸 아이덕에 사제의 집을 소유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시 출산 능력을 갖게 되면서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예언에 따르면, 그 아이는 마거릿의 삶에 더없는 가치를 안겨줄 아이로, 특출난 아이로 예상된다. 미신을 굳게 믿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그럴 운명이었는지 마담이 예언한대로 마거릿은 순탄하게 아이를 출산하고 남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와 예정대로 이곳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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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라면? 광활한 자연속 언덕위에 자리한 집 두채. 그리고 절벽이 위태롭게 내려다보이는 곳의 풍경과 함께 수군거리는 이웃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일랜드의 어느 바닷가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한 이 이야기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더 베일에 쌓인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더해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일랜드만의 설화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홀로 떠밀리듯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불현듯 사라진 여인 마가릿의 이야기 역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더 그렇다.
배신당한 괴로움이 컸겠지만 만약 그때 궁금증을 억누르고 사제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어쩌면 마거릿의 인생을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거기서부터 마거릿의 인생은 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떠나간 사람에 대해서는 미련두지 않는것이 맞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나라면 굳이 사제를 따라가진 않았을 것 같다.
늦게 이유를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그냥 빨리 잊고 더 나은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하거나 아니면, 나만의 인생을 꾸리는 선택이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그 한번의 일로 마거릿은 모든것을 잃었다. 뭐 그런 최악의 상황에 자신을 버린 가족과 굳이 함께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잃지 않아도 될 것을 잃은 것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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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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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에 다가왔던 소설의 줄거리와 함께 그 속에서 '만약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함께 담은 의견을 적어보았다. 유독 여성들에게 가혹한 이야기들이라 읽는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래서 더 '나라면'이라는 물음을 건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중에는 그 어떤 이도 행복과 가까운 이는 없다. 그저 황폐하고, 외롭고, 비참하고, 상처와 결핍이 있는 이들이 가득 할 뿐이다.
여기 남성성에 가부장, 억압, 이기적, 퇴폐적, 반인륜적, 자기애적인 느낌이 더해지며 최악의 상황에 도래하게 된다.
여성성에는 무관심, 방치, 방관, 순리, 수동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며 어딘가 무기력하고 포기한 듯한 뉘앙스가 많이 엿보인다.(마지막 '퀴큰 나무 숲의 밤' 제외)
덕분에 문학을 읽으며, 역사를 배우게 된다. 아일랜드의 역사에도 이토록 지난한 과거가 존재했구나 깨닫게 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꽤 험난한 과거를 보냈고, 또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선택과 도전을 앞두고 있다.
'작별 선물'에서 그녀는 뉴욕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푸른 들판을 걷다'에서 사제의 옛 연인은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삼림 관리인의 딸'에서는 상처로 뒤덮인 집이 사라지고 거기에 남은 것은 오로지 새로 올릴 미래만 남았다. 똑똑한 막내딸에게 집이 사라진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저지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퀴큰 나무 숲의 밤'에서 마거릿은 자신의 운명을 새로이 개척했다. 미신이나 점사가 허무맹랑하다고 할지언정,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는 아픔과 고통에 무너지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아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만약 지금 어떤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 역시 남들의 손가락질과 수군거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겪어왔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다.
그리고 거침없이 돌격 중이다. 당신도 과거를 벗어던지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고 느낀다면 마주하고 직면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다.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디디며, 희망을 향해 전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