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 때는 멋지게 아플 때는 당당하게
강석빈 지음 / 청년서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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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가는 여정의 필수장착템인 마음다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


살다 보면 누구나 상처받고 움츠러드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잘 보내지 못하면 결국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비관적인 생각과 상황에 젖어들게 된다. 그러다 이내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스스로의 생각에 깊게 빠져들면서 발생하는 경우, 두 번째는 타인에 의해 세뇌되면서 어느새 부정적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잠식당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순간들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이끌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은 결국 나 자신을 행복으로 이끄는 방법들이다.

만약 지금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주춤거리고 있다면, 이 책에서 전하는 방법들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한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장착해야 할 '마음 다지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상처를 받는 것도 내 마음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저자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 강령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하찮은 내가 되기보다, 스스로를 방어하고 지킴으로써 당당한 나로 다시 거듭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일상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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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는 게 두려워 피하기만 하면 매 순간 도망 다니느라 겁이 많아진다. 반면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당당하게 다쳐 본 사람은 더욱 대담해지고 강해진다.
(...)
도망간 것을 넘어갔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고통을 이길 힘이 생기지 않으면 언젠가는 비슷한 일이 또 한 번 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그러니 도망치지 말자. 다칠 때는 멋지게 다치고, 아플 때는 당당하게 아프자. 훗날 '왜 이런 일로 내가 힘들어했지?'라고 추억할 만큼 단단해진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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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맞설 수 있는 힘을 먼저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반대로 피하는 방법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후에는 겁이 나서 함부로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 맞서보자. 다치고 깨지고 넘어져도 하나씩 넘다 보면 어느새 그만큼 내면이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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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과연 맞는 말이다. 준비가 길어지면서 겁만 더 집어먹게 되고, 마지막은 자기 합리화로 끝나 버리기 일쑤니까.
(...)
무조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태도가 나름대로 참 멋지고 프로 같은 마인드라 생각했으나, 길게 보면 오히려 그놈의 완벽히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 뜻밖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
바로 '일단은 저지르고 수습하기'이다. 얼핏 보기에는 몹시 철없는 방법 같지만, 추진력을 기르고 성장하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보지 못했다.
(...)
이제는 할 일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그 일부터 한다.
(...)
물론 어떤 글이 나올지, 어떤 영상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선 시작부터 하는 것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다시 수정하고 찍으면 그만이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겁만 많아질 뿐, 조금 더 자신을 믿고 어디든 뛰어드는 용감한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23~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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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매우 공감했던 말이다. 실제로 실수하거나 반복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웬만하면 처음에 제대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시작'도 못 해본 일이 꽤 많다.

더불어 이 방법은 한때는 정석처럼 이루어지는 방법이기도 해서 과거에는 이게 맞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방법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기'가 최선의 방법이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한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더불어 요즘은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질러보자. 완벽의 탈을 벗어버리면 생각보다 우리 삶은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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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예 자존감 자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며 살아갈 뿐이다. 가끔 넘어지는 컨디션의 문제는 있어도 그것이 슬럼프까지 연결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나도 작전을 바꿀 예정이다. 자존감 키우는 연습이 아니라, 자존감 따위를 잊을 만큼 열심히 사는 쪽으로.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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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뭔가가 충족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그것을 굳이 떠올리거나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어떤 것에 푹 빠져있으면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다.

다이어트가 그렇고, 식사를 하는 것이 그렇고, 미니멀라이프가 그렇다. '만족해'라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무언가를 더 요구하거나 찾지 않는다.

우리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부족하다 느끼는 결핍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꾸 더 원하고, 더 애쓰고, 더 갈급하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강제적으로 '중단'하거나 방향을 틀기보다, 저자처럼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으로 나의 결핍을 잊어보면 어떨까 한다. 어쩌면 덕분에 내 안에 어떤 결핍이 가득 채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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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더 이상 예의를 절대적인 덕목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버릇없이 막 산다거나 누구에게든 함부로 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인이라면 예의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옵션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본 옵션이 선택적 옵션이 되었다고나 할까?

지금도 누군가 시비를 걸면 싸우지 않고 무시해 버린다. 단지 그 무시하는 과정이 썩 예의 바르지 않을 뿐이다. 작업할 때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 파트너를 만나면 싸우려 들지 않고, 오히려 조곤조곤 할 말을 한다. 단지 그 과정이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을 만큼만 예의가 없을 뿐이다. 매너의 인풋과 다른 아웃풋이 돌아올 때는 내키지 않아도 그 온도를 맞춰야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장담컨대 당신을 만만하게 보거나 업신여기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5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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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예의는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이만큼 사회생활을 해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특히 요즘은 예의가 기본 옵션이 아니라 선택 옵션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인풋을 선사하느냐에 따라 나 역시 다른 방식의 아웃풋으로 대응한다.

무조건 타인에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다는 생각만 버리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충분히 실천도 가능한 부분이기에, 한 번쯤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매너의 온도가 같아야,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사소한 부분이 결국 나를 만들고, 나를 타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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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란 일부러 누군가를 모방해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게 아니다. 옷도 내가 입었을 때 마음에 들고 편안한 옷이 자신감을 주듯, 우리도 오직 우리만의 멋으로 살면 그만이다. 세상도 그런 사람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불러 주지 않던가.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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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유명인들의 패션을 두고 베스트, 워스트를 가늠하며 평가하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조차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선지 나만의 기준, 나만의 미를 찾기보다, 유행을 좇고 따르는 것에 더 민감해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를 만드는 것은 그런 유행이 아니다.

내가 편한 것, 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오직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이다.

유니크한 매력과 분위기는 누구를 따라 한다고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저 나만의 멋, 나만의 체취, 나만의 색감이 덧입혀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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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의외로 나의 상황에 큰 관심이 없다.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이라고 여겼던 사람이 나에 대한 존경을 보이며 배려해 주기 시작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 사람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분명 남의 일인데도 그 문제가 잠시 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한 번쯤은 대우에 앞서 배려를 보여 보자. 결코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도 어느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열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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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선시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 '배려'가 잊힌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배려와 존중의 자세로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마음이 열리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게 되고, 조금 더 예의를 갖추게 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별것 아닌 배려가 때론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배려 있는 언행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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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는 없어도 얼마든지 불행해질 수 있는 게 말의 힘이다. 이런저런 말들에 흔들리지 말고 꼿꼿하게 소신대로 살아가자. 한없이 흔들거리는 세상에서 강한 멘탈을 얻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훈련은 부정적인 말을 밀어내는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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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말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때문에 어떤 말에 자주 노출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멘탈과 행동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부정적인 말에서 멀어지는 연습을 꾸준히 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긍정의 말들을 끊임없이 주입해 보자.

'할 수 있다', '괜찮다', '나 자체로도 충분해'와 같은 말들을 스스로에게 들려주며, 어떤 고난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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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생색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생색도 일종의 존재감 어필이기 때문이다. 고마움의 크기는 미안함의 크기와 비례한다. 그러니 내가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거나 양보했다면 서둘러 괜찮다며 손사래 치지 말자. 적어도 선의가 당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야 그 사람도 당신의 배려를 고마워하며 잊지 않을 테니까.
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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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라도 반복이 되면, 사람들은 '당연'하다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서는 어느 정도의 생색은 필수다. 농담 식으로 던져도 좋고,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좋다.

좋은 일을 했다면 '별것 아니야'라는 말보다, 그에 합당한 '고맙다'라는 인사를 제대로 받아라. 당신의 배려가 싸구려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선의가 당연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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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를 공격하거나 악의적인 말로 조롱할 때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그저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
하지만 이 방법에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한계가 있다. 바로 저런 멘탈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
상대를 아예 무시할 만큼 멘탈이 좋은 게 아니라면 무례하고 기분 나쁜 상황에서는 결코 어설프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면, 마찬가지로 나쁜 건 나쁜 거다. 혼자 담아 두며 삭히는 버릇이 들면 머지않아 화내는 법조차 까먹어 속병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
212~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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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공격하거나 악의적인 태도를 취할 때,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는 한다. 대체적으로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상황에 대해 담판을 짓거나 따지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과거에는 특히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일이 더 확장되는 것을 피하고 싶거나 귀찮음, 혹은 더 큰 화가 생길까 봐 일단 피하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체적으로 신고를 하거나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알리는 등 외부로 알리는 형태로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사람들의 인식 또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면, 나쁜 게 나쁜 거라는 인식이 확실히 박혔기에, 더 노출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요즘은 '선처는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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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천 마디의 위로보다 한 번의 모른 척이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정말 힘든 사람을 보거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음 편히 대해 보는 건 어떨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속으로는 울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서.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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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순간, 진짜 위로처럼 다가오는 것은 열 마디 말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만약 츤데레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진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써먹어보면 어떨까 한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듯 농담을 건네고, 헤어지는 순간 힘내라는 말 대신 친구 몰래 가방에 쓱 넣어두는 사탕 하나 정도의 호의면 충분하다.


*****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상처와 불행들을 잘 넘기고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비방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 오며 진화해 왔는데, 가장 최근 버전은 아마도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일상과 가장 밀접한 형태로, 어떻게 마음을 다지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들려주며 나의 마음이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지금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몰라 주저앉아 있다면, 이 책에서 힌트를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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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로 떠난 중남미 여행 - 나 홀로 1년, 도복만 들고 떠나다
페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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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몸으로 통했던 10개국 중남미 여행!"


여행을 좋아해서 각종 다양한 여행 책을 읽어봤지만, 이번 책의 주제만큼 색다른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이번 여행 책의 주제는 '주짓수'였다.

주짓수를 얼마나 좋아하면 도복하나 챙겨들고 그것도 낯선 중남미 여행을 나 홀로 떠난 걸까? 내심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해외여행 자체가 쉽지 않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홀로 하는 여행이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너무 멀거나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은 피하게 되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그냥 돌파해 나갔다. 오로지 주짓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래선지 이 책에서는 주짓수를 하기 위한 루트와 여정, 그리고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깨달음과 여행담을 만나볼 수 있다. 일반적인 여행담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조금 포인트가 엇나갈 수도 있겠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무작위로 이동한 동선을 따라다녀간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반적인 유명 관광지가 아닌, 주짓수를 중심으로 여행이 이어지다 보니 조금은 낯설고 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더불어 저자가 선택한 경로 역시 남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심으로 이동하다 보니 더 그렇게 연결이 되었던 것 같다.

읽다 보면 삐용삐용 위험경보가 울리는 구간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지역에 들어선다거나 혹은 다친 몸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 등이다.

특히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보다 낙후되어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의사를 바로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운동을 이어가는 게 과연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상을 입었는데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주짓수를 계속 이어나간다.

젊은 패기에 평생 한 번뿐일지도 모를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이 보여 이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나 함부로 따라 해서는 안 될 모습임은 분명하다.

나 홀로 떠난 1년여간의 중남미 10개국, 총 11개의 주짓수 도장 깨기에 도전한 저자의 여행에서 발견한 스포츠맨십과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 중 공감 가는 이야기 몇 가지를 가지고 와 봤다.

이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과 위험성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주짓수가 이름만 들어본 다소 낯선 운동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주짓수의 몇 가지 단어와 조금 익숙해질 때쯤 중남미 여행은 그렇게 끝나 있었는데,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남미의 낯선 지역들을 러프하게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두발로 걷고, 공기를 느끼고, 눈으로 보며 여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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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떠난 중남미 1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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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페루, 콜로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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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알게 된 주짓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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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주짓수를 하는 남자를 뜻함
참고로 '주짓떼라'는 주짓수를 하는 여자를 뜻함.
남녀를 다 합쳐서는 '주짓떼'라고 부름

■주짓수의 본고장: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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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자세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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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걷다 보면 잘못된 곳에 종종 가게 되는데 확실히 평범한 거리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눈동자가 풀려 있다거나 갑자기 노숙자들이 거리에 많다던가, 허공에 대고 떠드는(환청, 환각) 사람이 보인다거나 이런 신호들이 있다.

그러면 그 즉시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핸드폰을 볼 여유가 있다면 구글맵을 보고 큰길을 찾아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조차 안 될 분위기라면 어금니 꽉 깨물고 최대한 발걸음을 빨리 옮겨야 한다.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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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해외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그 자리를 재빨리 피해야 한다.

특히 치안이 좋지 못한 도시나 나라를 방문할 때는 더 조심하는 것이 필요한데, 마약을 해서 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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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좋다고 나한테까지 좋은 건 아니구나.' 느껴졌고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누군가의 추천 여행지보다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원하는 곳을 직접 찾아다녀야겠다고.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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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멋모르고 여행을 할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남들의 추천을 많이 참고한다. 하지만 조금만 경험을 해보면 그 이후부터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여행지보다, 내 취향과 상황을 고려한 여행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도 아마 그런 경험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금씩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게 된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위)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호수
(아래) 7가지 색을 볼 수 있는 무지개 산, 비나쿤카 정상의 눈 덮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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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한 정보, 주관적인 생각이 객관적인 척한다. 이런 정보는 직접 확인해 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적이 사실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딱히 문제 제기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환전을 했는지, 사기를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그 사람의 경험인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경험을 '참고'만 하면 된다.

그런 말을 진실인 양 믿을 필요도 없고 그렇게 말했던 분도 나와 같은 여행객에 불과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라고 배웠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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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 삶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요즘 은 각종 후기에 많은 사람들이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덕분에 리뷰나 후기가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정답도 거짓도 숨어 있다.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또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그 리뷰들은 정답이 되기도 하고 때론 거짓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악의적으로 거짓을 담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그것을 적당히 골라듣고, 구분해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어떤 것이든 100%라는 것은 없기에, 타인의 경험은 '참고'만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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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엑스레이 검사받았는데 갑자기 캐리어를 열어보라고 했다. 문제 될만한 것은 없으므로 당당하게 보여 줬는데 예상치도 못한 렌즈를 문제 삼았다.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길래 있는 그대로 대답을 했다.

그러더니 90개가 들어있는 렌즈 새 제품을 들고 가져가서 직원들끼리 상의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비행기 수화물로 잘 들고 다녔으니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난감했다.
(...)
한 30분쯤 지났을까. 별거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행히 돌려받았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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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것을 문제 삼아 꼬투리 잡는 곳도 있다.

저자가 겪은 렌즈 에피소드 또한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문득 과거 한 드라마에서 '미숫가루'를 마약으로 오해해 벌어진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식이 상식이 아닌 곳도,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곳도 있다.

때론 억울하지만, 여행은 그런 것조차 받아들어야 하는 경험이 아닐까 한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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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경험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나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한 부분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일부 기록으로 적어보았다.

어떤 이들은 '굳이 돈 써가면서 왜 생고생을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 하는 그냥 말들은 굳이 대꾸하거나 마음에 담아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주짓수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왜 굳이 몸 상해가면서 멀리까지 가서 하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만의 목표와 이유가 있었기에 떠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곳에서 했던 새로운 경험 덕분에 어쩌면 저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얀 띠가 파란 띠로 바뀐 것처럼 저자 또한 여행을 통해 그만큼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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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게 참 어렵더라
송인창 지음 / 온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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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격려"


12년 동안 태권도란 꿈을 좇으며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저자는 현재 태권도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한 태권도를 그만두고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막막한 기분에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더듬더듬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또 삶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마음력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 담으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짧은 산문 형태의 글로 저자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얻은 자신만의 지혜를 담백하게 담았다.

쉽게 쉽게 읽혀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틈새 시간을 활용해 읽기 적절한 책이다. 살아가다가 문득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막막한 기분이 들 때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면 좋겠다.


=====
(...)
울어도 좋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내 감정에 솔직하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눈물엔 기준이 없기에
힘들면 기대고,
슬프면 울고,
울분을 토해도 된다.
38페이지 中
=====

가끔 너무 힘든 순간이 오면, 참기보다 그냥 흘려보내보자. 때로는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 흘려보내는 게 더 시원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나 홀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껏 눈물의 시간을 가져보자. 의외로 꽤 괜찮은 방법임을 알게 될 것이다.


=====
나는 착한 호구였다.
(...)
나는 무너지기 직전
벼랑 끝에서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단단하지만 날카롭지는 않은 사람,
적절한 선이 있는 사람,

똑딱 소리를 내는 시계와 함께
매일 단단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하자.

하나뿐인 소중한 '나'를 위해
착한 호구가 되지 않기를.
41~43페이지 中
=====

어릴 때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막상 크면서 깨달은 것은 절대 착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타인으로부터 나에게 붙는 수식어에 '착한'이 붙는 순간, 나는 모두의 호구가 됨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다. 적어도 '착한'이 붙을 때는 그 대상자가 외부가 아닌 내부가 되어야 한다. 반대로 타인을 향할 때는 '적당한'이 붙으면 딱 좋다.

저자 또한 그걸 알아채고 쓴 글이 아닐까 싶다.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타인이 다가올 수 있는 적정선을 만들어보자. 그게 서로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
우리는
공간, 공기, 환경이 같아도
각각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오직 본인만의 관점이고
나의 색깔인 것이다.

파란색이어도 좋고,
빨간색이어도 좋다.

색이 섞여도 좋고,
단색이어도 좋으니

나를 나타내는 색깔로
살아갔으면 한다.

어떤 색깔이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색깔이기에.
47페이지 中
=====

개인적으로 나만의 관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개성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관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라고 불리던 그건 상관없다. 어떤 명칭으로 불리던 나만의 색깔, 나만의 관점, 나만의 중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어떤 풍랑이 닥쳐와도 나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나를 상징하는 어떤 것이 있어야 수많은 꽃 중에서 나 역시 빛을 발할 수 있다.


*****

가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상념들로 인해 복잡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뭔가 단조로운 것들에 집중하면 종종 해소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 책을 꺼내들어 읽는 시간을 가지면서 머릿속을 비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뒤엉켜 버린 머릿속이 덕분에 차분하게 정리가 되었다. 조금 더 복잡했거나, 얼기설기 엉켜있는 스토리를 가진 책이었다면 아마 몇 장 읽지 못하고 이내 덮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자리를 지키며 책 한 권을 뚝딱 읽어 내릴 수 있었다. '그래 그땐 그랬지', '이럴 땐 이렇게 마음을 풀어내면 좋을 것 같아', '펑펑 울면서 한바탕 복잡한 속을 개운하게 게워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야' 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겼다.

만약 무언가로 마음과 머릿속이 흔들리고 있다면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으로 마음을 다독여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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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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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되는 사회 속에 고립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한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 흠뻑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한동안 그의 소설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소설로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소설은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들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는데, 유일한 공통점은 벽돌 책이라 불릴 만큼 꽤 두터운 두께를 자랑한다는 점이었다.

전작들이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의 소설들이라면, 이 책만큼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정신없이 요동치는 느낌이었다.

미래의 미국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현실인지 미래의 모습인지 구분할 수 없는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 되는 느낌이 들어 더 섬뜩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더불어 자꾸만 현재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여러 묘사들 때문에 '미국'이라 읽고, '한국'이라 쓰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주인공의 상황이나 감정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가까운 미래에 분열된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등장인물을 포함해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내용이 꽤 방대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캐릭터 및 각 사건에 대한 개요를 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단순히 읽고 마는 것에 그쳤다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어쩌면 SF이자 첩보 스릴러 물의 '결론'에 더 집중했을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범인은 잡았어? 말았어? 어떻게 잡았어? 와 같은)

하지만, 하나하나 집중하고 정리하면서 읽다 보니 오히려 이 책에서 큰 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결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졌다.

대신, 내가 집중한 내용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사회적 배경 등에 더 시선이 갔는데, 어딘가 봄직한 이야기와 사건, 인물, 배경 등이 낯선 듯 익숙했기에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쪽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무엇'은 결코 이것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자꾸만 상기하게 만들었는데, 어수선한 세계정세와 맞물려 어쩌면 '곧'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함과 공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더불어 우리가 꿈꾸는 원더풀한 세상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만들었는데, 이 책의 결론에 다다르게 되면 실상 모두가 꿈꾸고 원하는 원더풀 랜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재 존재하는 세계 여러 국가들만 봐도 각기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내부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어떤 이념도 결코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이들이 서로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하며 싸우는 모습은 어떠한 형태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저 모순을 합리화시켜 정당성을 부여할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갈라진 미국의 두 나라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를 취한다. 여성과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나라라고 하지만, 안전과 편의를 위해 국민들의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하는 '연방공화국'과 '자유' 국가라고 부르짖지만, 실상 중세 시대 잔인한 형벌을 가하고 여성과 소수자를 차별하며 낡은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모두 위법이라 말하는 '공화국연맹'은 그 어느 쪽도 완벽하다 말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세상은 계속 분열되고, 분리되어 간다. 그리고 그 속에 남는 것은 짙은 불신과 외로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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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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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소설은 지구방위대인 미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일지 그려본 소설로, 허구이지만 타당성 있는 현실을 근거로 하고 있기에 오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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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이 되는 중요 지역 '중립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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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미니애폴리스였던 곳으로 이제는 둘로 갈려서 한쪽은 공화국연맹, 다른 한쪽은 연방공화국이 관리하고 있었다. 중립지대인 미니애폴리스는 이제 미국의 베를린 같은 곳이 되었다.

더불어 이곳은 자주 납치와 암살이 자행되는 공포의 현장이다. 연방공화국에서는 도시의 끄트머리인 이곳 국경을 스키드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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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로 나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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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왕래가 자유롭지 않게 된다. 때문에 자유로운 세계여행도 불가능해진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 국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나라별로 봉쇄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제 테러는 사라졌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연방공화국
-여성과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나라
-유전자 치료법의 발전으로 치매는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됨
-안전과 편의를 위해 생체칩을 국민들의 생체에 이식하면서 사생활이 없어짐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직업윤리>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무엇을 시키든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특징>
▶정보국을 보통 '호텔'이라 부름
▶중립지대의 치안 담당. 공화국 연맹으로부터의 모든 위해와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임무를 맡고 있음
▶애인이나 배우자를 두는 것을 선호하지 않음
(그래서 문제가 없는 데이팅 앱' 투나잇 온리'를 내부적으로 권장함)
▶요원들의 몸에 마이크로 칩을 삽입해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진단함. 이를테면 육류 섭취량, 콜레스테롤 수치, 음주량, 지방 섭취 등을 매주 진단해 계급, 나이, 근무 연차에 따라 한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음. 특히 휴가가 아닌 근무 중에는 엄격히 통제됨
▶항상 모든 내용이 도청되므로 가끔 도청 방지기를 활용해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함


■공화국연맹
-조지아주 애틀란타를 수도로 정함
-법을 제정하고, 사회문화적 판결이 필요할 때 결정권을 가진 12사도에 의해 운영됨
-신성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할 경우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함
-성에 대해 매우 보수적(페미니스트나 동성애자는 인정하지 않음)
-유산은 불법
-'정화 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예술 작품과 대중 문화 콘텐츠를 사전 검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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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 소개
=====

■샘 스텐글
-15년 차 연방공화국 정보국 요원
-직책: 브레이머 부장의 부관
-현재 나이 마흔셋
-스텐글은 아버지가 56세에 얻은 늦둥이로, 아버지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음
-어머니는 애인과 집을 나간 후 돌연 사망
-이복동생과는 열한 살 차이

※샘은 케이틀린과 인생 궤적이 비슷함


<중립지역 작전을 위한 새로운 신분>
-에드나 머스그레이브
-연방공화국 국영 라디오 방송국 영화 평론가
-중립지대 라디오 지국에 일 년 동안 파견 근무
-얼굴, 홍채, 지문, 헤어스타일, 말투, 의상, 습관 모두 새로 탈바꿈함


■샘의 아버지
-직업은 작가
-98세에 사망
-미국이 분리되기 전의 미합중국을 몹시 그리워함
-고향: 맨해튼


■샘의 어머니
-직업은 정신과 의사
-동료 의사와 눈이 맞아 남편을 버리고 떠났고, 일 년 뒤 애인과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


■브루스 브레이머 부장
-샘의 직속상관
-체중이 14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필 플렉 부국장
-브루스 브레이머 부장의 상관
-과묵하고, 영리하고, 무자비함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절대 바꾸지 않음


■케이틀린 스텐글
-뒤늦게 알게 된 샘의 이복 동생
-2013년생으로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남
-엄마 이름은 리디아 말론으로 조지아주 서배너 출신이며 자살로 사망
-자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스텐글의 뜻을 어기고 엄마인 리디아가 속여서 태어난 아이
-현재 서른 두 살
-아버지인 스텐글이 연을 끊으면서 양육비로 매달 2천 달러를 보냄
-외삼촌 부부와 함께 지냈고, 법대 성적은 우수했음
-아버지와 잘 지내보고 싶었으나 좌절되면서 분노
-짧은 결혼생활을 함


■모건 채드윅
-억만장자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인물
-2020년대 초반에 생체 이식 '채드윅 칩'을 개발해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불러일으킴
-4년 안에 미국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꿀 야망을 가지고 있음
-미국 사회가 분열되기전, 미국은 일부 부자들을 위한 나라라고 규정하며 변화를 촉구함
-카리스막 넘치는 인물로 묘사


■라프렐 요원
-170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예민하고 세심하고 분석적이고 까다롭고 경쟁심이 많음
-삼십대 초반
-멕시코계 이민 가정출신으로 맨해튼에서 태어남
-아버지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엄마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
-부자 동네인 뉴욕 다운타운에서 자람
-코로나 팬데믹 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삼촌이 입양하여 코네티컷 교외 주택가로 이주
-76세에 삼촌이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 숙모도 알코올 의존증으로 사망하면서 유일한 상속자가 되고 1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물려받음
-요가 강사인 아내 레슬리가 있음


■션 새비지 요원
-나이는 서른 살, 인간관계는 전혀 관심이 없음
-키가 2미터에 단단한 근육질 체형
-미드웨스트 출신
-동부 해안 출신 엘리트와 특권 계급을 좋아하지 않음
-무자비한 구석이 있지만 충성심이 강하다.

※라프렐 요원과 새비지 요원은 반대되는 성향으로 자주 부딪혔음


■로레인 터커 애플화이트
-중립지대 독립영화관의 영사 기사
-아버지는 프로비던스 변호사, 엄마는 사교계의 유명인사
-보수적인 부모의 집을 나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
-일을 할때는 엄격한 스타일
-에드나 머스그레이브와 심적으로 가까워지는 인물


■막심 레프코비츠
-공화국연맹 소속
-직업은 코미디언
-연방공화국 일을 돕는 샘의 정보원이자 스파이
-성전환 수술후 여성이 됨
-화형당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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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무엇'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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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공화국=CIA
●공화국연맹=북한
●미국이 둘로 나뉜 상황=독일의 동독과 서독 or 대한민국의 남한과 북한을 연상시킴
●모건 채드윅=일론 머스크
●클리블랜드 대학살=911 테러
●뉴클린=KKK단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연주회 테러=프랑스 바타클랑 테러
●리하버드 고교 강당 총기 난사=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부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부동산 사업 깡패
-상스럽고 거칠고 마구잡이로 떠드는 저질 백인 남성의 언어를 구사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라는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거는 사람으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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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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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겪던 미국은 전체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던 중 클리블랜드 대학살을 계기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으로 완전히 분리되게 된다.

공화국연맹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바탕이 된 사회로, 12사도가 지배하며 소수자와 여성을 억압하고 중세 시대처럼 공개 처형으로 죄인을 처벌하는 방식을 취한다.

한편 연방공화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미국을 되살리고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꾀하는 사회다. 하지만 국민들의 몸에 칩을 삽입함으로써 사생활이 없는 형국이 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주요 보직에서 근무중인 샘은 어느날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항상 공포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중립지대에서 '테이크다운'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테이크다운은 정보국에서는 '암살'을 뜻하는 용어로,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샘은 그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립지대로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 임무 수행전 자신에게 이복동생이 있으며, 그 동생이 타깃임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사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훈련받은대로 샘은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임무를 위해 새로운 신분 '에드나 머스그레이브'가 되기 위한 철저한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얼굴, 홍채, 지문, 헤어스타일, 말투, 의상, 습관 등을 모두 새로 탈바꿈하며, 중립지대 라디오 지국에 일년 동안 파견 근무를 할 방송국 영화 평론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중립지대에서 그녀는 적응기간을 가지며 정보요원으로써는 절대 할 수 없었던 몇가지 일들을 경험해보게 된다. 더없이 높아진 보안등급으로 인해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받고 있었지만, 새로운 캐릭터 적응을 위한 핑계로 잠시나마 숨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복동생 케이틀린을 마주하게 된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총격전으로 아끼던 라프렐 요원을 잃었지만, 덕분에 행방이 묘연하던 그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전에 정보국 최고위원회에서는 케이틀린을 제거하기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와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제거는 커녕 그녀를 포섭하는것부터 쉽지 않다.

양쪽 진영에서는 각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첨단 과학을 활용하는 방식 또한 달랐다. 공통적인 것은 정보를 빼내기 위해 서로의 진영에 이중 스파이를 둔다는 점이었는데, 촘촘한 정보망을 뚫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샘은 위장 신분인 에드나로서 중립지대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며, 이복동생 케이틀린을 찾는 일에도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독립영화관의 영사 기사인 로레인 애플 화이트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는데, 후에 반전된 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니 집중해서 살펴보기 바란다.

한편, 중립지대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자리가 위태해진 샘은 또 다른 명령이 부여되면서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어쩌면 본격적인 서사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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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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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이 나라는 민주주의 탈을 쓴 파시즘 국가가 되었어.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고, 대단히 유연하고, 제대로 된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의 대표가 열심히 일하던 미합중국이 그리워. 지금은 나라가 구심점 없이 두 조각나 있어. 나는 이런 세상을 볼 때마다 몹시 화가 치밀어."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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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미합중국)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샘의 아버지 또한 과거를 몹시 그리워하며, 현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대화도 마음대로 나눌 수 없고, 가족과도 편하게 지낼 수 없던 연방공화국의 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게 느껴졌을까? 이전 시대를 살아봤고 또 기억하고 있기에 어쩌면 현재가 더 끔찍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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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게 무섭지 않아?'
무섭긴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게 더 무서워.
나의 모순, 나의 특기, 절대로 풀 수 없을 매듭, 답을 찾을 수 없는 퍼즐이었다.
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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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이 개념은 쭉 이어진다. 샘은 그래서 외롭지만 홀로 있는 삶을 철저히 지켜나간다. 중간에 잠시 '함께' 있는 삶으로 이탈하기도 하지만, 결국 또다시 '혼자' 있는 삶으로 돌아온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밑바탕에 깔려있는데,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가려면 '혼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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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 알기 전에는 타인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어. 인간이 가장 맞히기 어려운 퍼즐은 자기 자신이야. 누구나 제대로 풀 수 없는 퍼즐이니까.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인간은 누구나 낯선 존재야."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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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 안에서 '나'라는 존재는 없다. 혁신적인 과학기술로 수명이 연장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정작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한 여러 방법은 전혀 시도되고 있지 않다.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히는 타인과의 교감을 이 두 나라에서는 자유롭게 행할 수 없기에, 결국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은 감시되고, 사랑은 통제되며, 행동은 제한당하는 삶 속에서 나와 너는 없다. 그저 낯섦만 존재할 뿐이다. 시스템이 많은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고 하지만, 결국 한 인간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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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공화국 정보국은 편집증적인 조직이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국경 너머에 있는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이다.
2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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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정보국 소속으로 근무하며, 매 순간이 칼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살았을 것이다. 때문에 믿을만한 동료라 할지라도 사적으로는 가까워질 수 없었으며, 그 어떤 약점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어쩌면 삶 그 자체가 고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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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세상에 숨었다."
4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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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는 마쳤지만, 여전히 불안은 존재한다. 샘은 잠시 휴식을 위해 떠난 곳에서 욕조에 몸을 뉘이며 이 말을 한다. 그리고 이 말은 나에게 '영영 숨고 싶어', '이제 그만 쉬고 싶어'라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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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에게 바란 건 사랑이나 관심뿐이었어.
(...)
그렇지만 아버지도 무서웠을 거야. 우리 모녀를 잊고 싶었겠지."
4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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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케이틀린이 지금까지 버텼던 이유는 어쩌면 이 욕망에 대한 갈급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왜 언니는 되고, 자신은 안되는 걸까. 자신이 바란 건 오로지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뿐이었는데.

이 때문에 생긴 분노와 미움은 추진력이 되어 케이틀린으로 하여금 마치 정답을 찾듯 언니 샘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배다른 자매가 한자리에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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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동시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어.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었는데 하며 꿈꾸는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반대 지점에 있지.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그런 깨달음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누구나 저마다의 덫에 갇혀 있다. 그 덫을 만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5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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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한 개인에게 적용해 볼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이념으로 갈라선 미국의 두 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극단적인 이 끝과 저 끝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실상 어쩌면 이 또한 우리가 만든 덫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안과 긴장의 늪 속에 살 것인가, 아니면 자유와 행복 속에서 꿈꾸는 삶을 살 것인가. 끊임없이 다가오는 반대 지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삶은 완전히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겠다.


-----
인간은 모두 수정란에서 시작되듯 분열은 인간의 천성이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의 역사는 분열과 파열의 긴 대하소설이다. 모두들 커플로 분열되고, 가족으로 분열된다. 국가로 분열된다. 우리는 서로 상대를 탓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함께할 수 없다며 문을 닫아 잠그는 건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인간의 조건이다.

살아가는 건 나뉘는 것이다.
5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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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면모와 부정적 면모가 모두 한꺼번에 포함되어 있는 분열. 분열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조직을, 가족을, 관념을, 세대를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서로를 적으로 돌리거나 탓하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의 천성이고 인간의 조건이라고 하면 이제 그만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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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만나는 사람이 있나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네요?"
"외로워서요. 오늘은 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서로 이렇게 이어진다. 뜻밖의 만남, 끌리는 순간, 가벼운 시시덕거림, 한잔하자는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 뒤로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섣불러 동조할 수 없다.

던컨의 진짜 정체는 뭐지? 이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을까?
나는 이제 누구를 만나든지 일단 의심하고 본다.
(...)
이제 나에게는 사생활이 없다. 끝없이 감시받고 있다.
나는 돌아서며 말했다. "이제 가볼 데가 있어서요."
5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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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끊임없이 '함께'하려 한다. 하지만 샘은 여러 경험을 통해 이제 누군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자신은 사생활이 없고, 그렇기에 자신을 향한 공격이나 테스트가 언제 어디서든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샘은 혼자 있기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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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이 말했다. "제가 일을 마친 뒤에 한잔하는 건 어때요?"
(...)
그저 등을 돌리고 거리로 나서며 나 자신을 타일렀다.
잘했어. 신중하게 잘 처리했어. 던컨이 전혀 문제없는 사람일 수도 있지. 그저 정말로 외로워 말을 붙였을 수도 있어. 하지만 언제나 그 반대인 경우를 생각해야지, 방심하면 안 돼. 빨리 끊어야 돼. 혼자가 되는 게 제일 좋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야 해.
5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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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말을 건넸음에도 던컨은 계속 구애한다. 하지만 샘은 미련 없이 등을 돌린다. 그리고 이내 속으로 안도하며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을 되뇌며, 혼자가 좋다고 말한다.

이 대사는 여운이 길게 남았는데, 마지막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말에서 깊은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졌다.

샘이 살고 있는 세계에서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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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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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숨 쉴 틈 없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나간다. 그래서 이내 결론에 다다르고 긴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만큼은 결론이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사이 건네는 진심 어린 대화 장면(아버지와 딸, 언니와 동생, 동료 사이, 이웃과 이웃, 점원과 고객)과 저자가 구축해 놓은 세계관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의문점 투성이의 세상 속에는 모순 투성이로 가득하다. 완벽한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고, 속고 속이다 못해 정작 자신조차 제대로 믿을 수 없다.

타인은 그저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는 친구, 동료, 가족도 포함된다. 그래서 이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늘 목 끝까지 다가와 있는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며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죽고 싶지 않지만, 임무를 위해서는 어떤 반항의 말도 할 수 없으며, 심지어 목숨을 끊는 일 조차 마찬가지다. 그래서 얼굴을 바꾸는 일도, 삶을 사는 방식도, 사랑을 나누는 일도, 가족을 만드는 일도, 죽는 순간을 결정하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최첨단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생활의 편의성은 좋아졌을지 모르나, 여기에는 유대감이나 관계성은 없다. 자유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롭고 고독하다. 국가의 부품이 되어 쓰임대로 쓰일 뿐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첩보 스릴러에 SF 적인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현실에 벌어질법한 이야기들이라 가벼이 웃어넘기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다.

심지어 몇몇 묘사들은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졌던 사건 혹은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처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음 직한 일들이라 앞선 두려움도 느껴진다.

한쪽에는 몇 년째 전쟁이 이어져오고 있고, 심심하면 테러가 발생한다. 총격전이나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소설인지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00시대라고 일컬으며 평화로웠던 시대, 혼란스러웠던 시대, 풍요로웠던 시대와 같이 구분하는데 과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후에 어떤 시대로 불리게 될까?

언젠가 원더풀한 시대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저마다의 이상과 현실, 개념, 욕망, 기대가 다르기에 어딘가에서는 늘 불평등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 모두가 말하는 원더풀 랜드는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불평등의 추를 계속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 훼손된 뭔가를 복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계속 옳은 선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다음, 그다음의 더 좋은 무엇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소설에서 결여된 '자유', '공감', '교류', '교감'과 같은 것들이다.

차이를 차이로 두기보다, 이념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샘과 케이틀린의 마지막 순간처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알려고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세계의 모습을 살펴보다가 이걸 가르쳐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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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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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비밀 사이에 툭 던져진 그림 한 조각,
어느새 가까워진 세 아이는 서로를 돕고 있었다.
슬픈 감정의 동굴을 지나 성장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읽게 된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보통의 책보다 페이지 수는 적었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정리하고 보듬는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렸던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쪽수와 상관없이 다시 재구성하는 시간과 생각한 내용들을 다듬는 시간이 유독 오래 걸리는 책들이 있는데, 아마도 담고 있는 내용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서, 또 허투루 넘길만한 내용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싶다.

앞서 읽었던 책 중에 이런 책을 꼽자면 '클레어 키건'의 책을 꼽을 수 있는데, 약 100여 쪽 정도 밖에 안되는 쪽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와 스토리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런 책을 '쓰기'에 앞서 나름대로 꽤 큰 다짐이 필요하다. 장시간 자리에 앉아 내용을 다듬고, 정리하고, 또 되새기며, 곱씹을 시간이 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점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상 내가 쓰고 있지만, 글이 어떤 식으로 어떻게 맺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음속, 머릿속에 꾹꾹 새겨졌던, 혹은 반짝였던 생각들을 쓰면서 아마 차츰 글은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하나의 장편 소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에 대한 얽히고설킨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키워드는 '비밀, 거짓말, 그림, 슬픔'으로 세 아이는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은 드물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서로를 인지하게 되면서 이들은 점차 심적으로도 가까워지게 된다.

각자의 슬픔 속에 갇혀, 고통을 홀로 감내해 가며 살아가던 세 아이들은 비밀을 통해 또 다른 비밀을 돕게 되면서 서서히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성장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을 다룬 디테일이 꽤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하기, 누군가를 오해하기, 자신이 몰랐거나 잊고 있던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기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누구나 청소년기에 한 번쯤 할법한 고민과 변화들이라 저도 모르게 슬며시 스며들게 된다.

이 소설 속에는 가족, 미래, 관계, 직업, 폭력(가정, 학교)에 대한 내용 외에도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각기 다른 비밀을 간직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체감상 꽤 길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 동안 이루어진 일들이다. 누군가는 생각 없이 즐겁게 보낼 두어 달의 방학기간 동안 또 다른 쪽에서는 이토록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며, 흐릿했던 형태가 점차 선명해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즉, 흐리멍덩했던 이야기의 틀이 감춰진 진실에 가까워지면서 보다 또렷해지고 분명해지는 양상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비로소 아이들의 직접적인 대면과 함께 진짜 현실 속 이야기가 전개됨을 짐작할 수 있다. 예측을 벗어나는 전개 속에서 다면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의 심리와 속 사정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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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중 하나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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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사실 소설 속 담임 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킨다.

학기 초 아이들이 친해질 수 있도록 자기소개를 딱딱하게 하기보다 게임처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다섯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대신 그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친구들은 자기소개를 하는 친구를 유심히 살펴보며, 어떤 게 거짓인지를 알아맞히면 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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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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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우(男)
-'강'지우에서 엄마 성을 따라 '안'지우로 개명
-소아결핵에 걸려 나이보다 한 해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
-엄마: 안지연
-엄마의 애인: 유선호(삼 년째 지우와 같이 살고 있음)

-어려서부터 지우개를 좋아해서 우울에 빠져들 때면 손에 미술용 떡 지우개를 쥐고 굴렸음
-한 달 전 엄마가 여행을 앞두고 고가의 태블릿 피시를 선물로 사준 후 돌연 사망
-반려 파충 동물 '용식'을 키우고 있음
-지우는 용식이 크는 과정을 만화로 그려 <용식 일기>를 종종 그림드림 카페에 올림
-그 외에도 단편 '베리 베리 내 처지', '내가 본 것'을 연재하고 있음
-정황상 엄마가 추락사가 아니라 자살은 아닐지 의심하고 있음
▶안지연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지우를 키우다, 삼 년 전 유선호를 만나 함께 동거하며 사실혼 상태
-식당 일을 하며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 뇌암 판정을 받았으나 가족들에게는 숨김
-여행을 떠난 곳에서 한밤중 홀로 방파제를 산책하다 발을 헛디뎌 사망

▶유선호
-나이는 지연보다 두 살 어림
-젊은 시절 건설 현장과 가구 회사,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다 지금은 대형 트럭을 몰며 화물 운송일을 하고 있음
-지연의 사망 후 잠을 잘 이루지 못함

▶용식
-반려 파충 동물
-중학생 때 동네 파충류 가게 사장이 선물로 준 레드 아이 아머드 스킨크로 세 알 중 한 알을 용케 살려내면서부터 계속 함께 하고 있음

▶지우 친부
-미술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음
-과거 부부 싸움 중 아내 지연에게 폭력을 가한 사실이 있음

■오채운(男)
-전학생
-엄마: 박태선(현재 교도소 수감 중)
-아빠: 오기준(현재 새한빛요양병원에 입원 중)

-축구 선수를 희망했으나 부상으로 관두고 전학 후 공부에 전념 중
-어느 날 아버지가 칼을 들고 엄마를 위협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남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현재 이모집에서 생활 중
-한국을 떠나고 싶어 특히 외국어 공부에 매진 중
-반려견: 뭉치(현재 무지개다리를 건넘)
▶박태선
-채운의 엄마
-현재 교도소에서 십 개월째 수감 중
-아들이 면회 올 때마다 비밀을 지키라고 입단속 시킴

▶오기준
-요양병원에 있으며 현재 의식불명 상태
-구태의연한 말을 의기양양하게 하는 사람
-삶에서 진부한 교훈을 추출해 남들에게 설파하기를 즐기는 사람
-그러나 본인은 그 교훈대로 살지 않는 사람.

▶뭉치
-사촌 동생 선이와 산책하다 갑자기 흥분한 뭉치가 도로를 향해 내달리면서 차에 치여 무지개다리를 건넘

■김소리(女)
-아빠: 김호민
-엄마: 연미정 (2년 전 사망)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음

-초등학교 졸업식 때 처음 손에 이상을 감지하게 되었고, 이후 타인과 접촉을 극히 피하게 되면서 학교에서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는 아이로 소문남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소극적인 아이로 변해감
-우연히 채운에게 비밀을 들키게 되면서 채운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로 인해 채운과 가까워지게 됨
-지우가 집을 떠나며 맡긴 반려동물 '용식'을 맡아 키우게 됨
▶연미정
-소리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암 진단을 받게 됨
-그러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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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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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문제가 있었음
●어머니의 부재
●직, 간접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음
●그림과 관련이 있음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음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 시기의 또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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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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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아이다. 그렇지만 홀로 있는 시간을 견딜 몇 가지(반려동물 '용식', 지우개 등) 가 있어 나름대로 잘 버티며 살고 있다.

엄마와 엄마의 애인 선호와 셋이서 함께 살고 있던 지우는 어느 날 여행을 갔던 엄마가 낙상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엄마는 식당 일을 하며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할 만큼 열심히 살던 사람인데, 여행 가기 전 지우에게 비싼 태블릿 피시를 선물로 사주었다는 점, 그리고 사망 후 뒤늦게 뇌에 종양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우는 혹시 엄마가 자살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가 사라진 집에서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자신은 선호에게 있어 짐이 되고 싶지 않았음) 그리고 방학 동안 돈을 벌어 집을 얻기 위해 지우는 하나뿐인 가족 '용식'을 소리에게 맡기고 지방에 있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를 통해 용식의 안부를 들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며 돈을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게 된다. 더불어 그림드림 카페에 간간이 올렸던 웹툰을 이어서 그리며, 자신 안에 있는 질문과 불편한 감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채운은 전학생으로 원래 축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면서, 전학을 오게 된 케이스다. 어느 날 칼을 휘두르며 엄마를 위협하는 아버지로 인해 가정은 파탄에 이르게 된다. 이 일로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고, 엄마는 자신이 칼로 남편을 찔렀다고 자수하게 되면서 교도소에서 열 달 가까이 수감 중이다.

때문에 채운은 이모집에서 기거하며 사촌 동생 방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다. 채운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또 하나 있었는데, 반려견 뭉치다. 뭉치에 의지하며 매일을 한국을 떠나고픈 욕망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던 중 뭉치가 차에 치여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소리의 숨겨진 비밀을 듣게 된다.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를 꼭 한번 만나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있다는 아버지는 결국 사망하게 되고, 이후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소리를 통해 우연히 접한 한 카페의 그림을 찾아 나선 채운은 그 그림 속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의 숨겨진 비밀이 폭로되진 않을지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편을 확인하게 되면서, 자신이 추측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소리는 초등학교 졸업식 때 처음 손의 이상을 감지하게 된다. 담임 선생님과 악수하며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는데, 그게 그저 눈물 때문인 줄로만 알고 넘어가게 된다.

두 번째는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짝 친구 연지네 집에 놀라갔다 반려견 보리를 만나게 된다. 보리는 세 살 된 골든 리트리버로 연지가 아끼는 반려견이었다.

소리는 보리의 앞발을 감싸 쥐게 되는데, 그때 또 갑자기 소리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지의 결석 소식과 함께 연지네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도 함께 듣게 된다.

세 번째로 손에 문제를 느낀 건 도내 사생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고 원로 화가가 시상하게 되었을 때다. 악수한 순간 눈앞에 뿌예지는 걸 느끼게 되는데, 그때 소리는 손이 무언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보름쯤 지나 미술부 친구를 통해 시상했던 화가 선생님이 얼마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연이어 얼마 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면서 예삿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병원에 뇌와 눈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으로 판별되면서, 소리는 앞선 세 번의 일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연치고 세 부고 사이에는 공통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소리는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게 되고, 타인과 손잡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는 아이로 소문나게 된다. 그리고 점차 말수가 줄어들고, 소극적인 아이로 변해가게 된다.

가급적 그 능력을 쓰고 싶지 않아 했던 소리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시를 듣게 되면서, 매일 눈을 뜨면 엄마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손부터 잡는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리의 이러한 노력과는 무관하게 엄마는 공교롭게도 소리가 중학교 3학년 때 병사가 아닌 사고사로 사망하게 된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소리는 손에 이상이 감지된 뒤에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그중 하나는 그토록 좋아했던 그림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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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탐색: 그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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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의 비밀>
▷엄마가 사실은 자신을 위해 자살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음
▷엄마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저씨가 내심 자신을 귀찮아 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
▷홀로 나와 방을 구하고 독립할 꿈을 꾸고 있었음
▷엄마를 다치게 한 아버지를 순간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적이 있음
▷내심 화목해 보이는 채운이 부러웠음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

<채운의 비밀>
▷축구를 좋아하고 선수로 남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부러 부상을 유도해 축구를 그만두게 됨. 자신이 그만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는 핑계를 위안 삼아 스스로를 속이고 살고 있음
▷채운은 작년 여름밤 칼 든 아버지를 방어하다 아버지를 찌름.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엄마가 자신이 찌른 것처럼 꾸밈
▷엄마의 편지를 통해 엄마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됨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아버지는 가정폭력범으로 아내와 자식을 학대한 가해자라는 것

<소리의 비밀>
▷누군가의 손을 만지면 곧 사망할 사람인 것을 캐치할 수 있음 (3가지 자신만의 비밀)
▷엄마가 입원해 있을 때 엄마가 한두 번 흐릿하게 보이기를 원한적이 있음 (죽기를 바란 적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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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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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이상을 느낀 뒤로 소리는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림이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수단이 되다 보니 그랬다. 그런데 최근 지우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소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잊고 지낸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그리는 그림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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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온 소리에게 있어 그림은 어쩌면 타인과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손에 이상이 생기면서 소리는 점차 타인과 접촉하는 '손' 자체를 피해야만 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재미와 기쁨을 잊게 된다.

하지만 지우의 부탁으로 용식과 함께 지내며, 지우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소리는 다시 그림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소설에 담긴 이야기 너머 계속해서 소리가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바로 이 시점이 반전의 계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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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곧 채운과 만날 예정이었고,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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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의 반려견 뭉치가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서, 채운은 소리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소리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된다.

이를 통해 채운은 자신의 비밀을 비밀로 남기기 위해, 소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소리는 자신의 비밀을 다른 비밀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비록 소리는 채운의 비밀을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소리는 자신의 비밀로 확인한 채운의 아버지 상태를 채운을 위해 거짓말에 부치게 된다.

세 아이들의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는 이런 하나의 비밀이 또 다른 비밀을 돕는 일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는 상처와 슬픔, 감동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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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을 피해 도망친 곳에 더 이상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나다.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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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이 스스로를 지칭하며 한 말이다. 이상한 사람을 피해 인생을 걸고 도망친 곳에 결국 남은 건 괴물 같은 더 이상한 자신이 남았다는 말에서, 어쩐지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시점에서는 그 어디로도 도망칠 곳이 없다.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오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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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사람들 가슴속에는 어느 정도 남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그런데 모를 리 없는 저열함 같은 게.
1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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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의 이모가 한 말로, 어쩌면 그 말을 하는 당사자인 이모 또한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모는 덧붙여 그러니 너도 조심하라고, 믿을 건 가족뿐이라고 말하는데, 실상 과연 진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채운이 잠시 이모네 집에서 기거할 동안 이모 부부는 늘 부부 싸움을 한다. 여기에 더해 사촌 동생 선이가 뭉치를 데리고 산책 나갔다가 잃어버리거나 혹은 죽게 만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되지 않지만,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우가 채운이를 보며 부러워했듯, 채운이네는 외부에서 볼 때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가정이 파탄 났지만, 그래서 잠시 이모네 집에 머물며 채운은 선의 방에서 지내게 된다. 이에 대해 선이는 그의 입장에서 방을 빼앗긴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불행을 바라는 마음. 어쩌면 이들 모두에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마음속에도 모두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의 뉴스를 보면, 가족 또한 믿기 힘들다. 채운의 입장에서 이모 또한 가족이지만, 역시 완전히 믿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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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아, 나는 내가 한 선택들 때문에, 어느 순간 품은 마음들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너 때문이 아니라. 그걸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써.
(...)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 이제 누구의 자식도 되지 마. 채운아 그게 설사 너와 같은 지옥에 있던 상대라 해도.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돼.
(...)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 너는 너의 삶을 살아, 채운아. 나도 그럴 게. 그게 지금 내 간절한 소망이야. 이건 희생이 아니란다. 채운아, 한 번은 네가, 또 한 번은 내가 서로를 번갈아 구해 준 것뿐이야. 그 사실을 잊지 말렴.

미안하다.
181~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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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들에게 보내는 진정성 있는 엄마의 편지는 마음을 강하게 울린다. 엄마는 분명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잘못을 전하며 아들의 잘못이 아님을 확실히 전한다.

더불어 설사 같은 지옥을 경험했던 가족이라 할지라도 꼭 잘 지낼 필요는 없다며, 너의 삶을 살라고 이야기한다.

엄마는 아빠와의 만남부터 가까웠던 관계가 손상된 이야기, 젊은 시절 한때 마음을 흠뻑 줬던 사람을 떠나는 이야기, 피 묻은 이야기 등을 전하며 아들이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더불어 모성애를 앞세워 자신을 연약한 존재 혹은 희생양으로 삼기보다, 오히려 '희생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건넨다.

현실에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부모의 사과이자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다. 하지만 채운이는 이런 엄마의 편지 덕분에 오히려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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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이해하기로 지우개는 뭔가를 없앨 뿐 아니라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대상에 빛을 드리우고 그림자를 입힐 때 꼭 필요했다. 그 대상이 사물이거나 인물, 심지어 신일 때조차 그랬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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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하면 보통 지우는 것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지우는 뭔가를 '있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한쪽 면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없앨 수도, 있게 할 수도 있는 '지우개'를 통해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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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파충류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용식을 건네받으며 지우는 '레드 아이 아머드 스킨크'는 비밀스러운 종'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우는 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비밀이 많다는 게. 지우가 볼 때 용식의 멋진 점 중 또 하나는 탈피였다. 지우는 여전히 자신인 채, 그러나 허물을 벗으며 보다 선명해지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용식이 대견했다. 지우 자신은 교실에서 별 존재감 없이 지내 더 그랬다.
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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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어쩌면 용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존재감 없고 비밀스러운 자신과는 다르게, 비밀스럽지만 허물을 벗으며 점차 더 선명해지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용식의 모습은 어쩌면 지우 자신이 닮고 싶었던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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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들은 지우가 눈에 보이지 않는 척하는 동시에 그런 상황에 놓인 지우를 구경했다. 그리고 그걸 주도하는 애들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지우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친구들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결국에는 '네가 여기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없어져 버리라'는 뜻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
지우는 상황에 따라 자신이 언제든 지워질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군대에서도 또 직장에서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사람들이 권력 놀이만큼 좋아하는 것도 없으니까.
2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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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매번 심각하다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것이 어디까지 번져나가 더 큰 위협을 초래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그것을 지우의 이야기를 통해 선연하게 느낀다.

소수를 괴롭히는 집단만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켜보고 구경하는 아이들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나만 아니면 되는 현실. 방관하는 이들 속에 홀로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야 했을 지우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불어 이것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군대, 직장, 사회에서도 또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데서 더 많은 불안과 위기의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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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가차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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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통이라는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내내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고 또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디 마지막 순간에는 채운의 엄마처럼 좋은 이야기를 남기거나, 의미 있는 이야기로 서로를 보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인 바람과도 맞닿아 있어 작가의 말이 더 마음 깊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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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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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세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비밀과 아픔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 커다란 접점은 없다. 그저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는 것이 다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 이들에게는 비밀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유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거나 대면하지는 않는다.

그저 각자가 가진 비밀을 감추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매일을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여기에 그림이 끼어들면서 이들 사이에는 더없는 긴장감이 형성된다.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물음과 해답을 찾으려 애를 쓰고, 또 어떤 이는 이 그림을 보고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날까 애가 탄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누군가의 그림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는 한편, 그를 위해 그림을 그리며 그림에 대해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들은 저마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이 거짓말 또한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 이들은 비밀과 거짓말, 아픔을 서로 공유하며 그렇게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가 셋이 된다.

초반에 최악의 상황을 예측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덕분에 결론은 감동과 성장으로 마무리된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비밀과 거짓말을 동력 삼아 나아가지만 그것이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 형태의 비밀과 거짓말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음 직한 일들이라 해답을 찾아나가는 세 아이들에게서 공감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스스로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우리는 질문을 던지고, 누군가를 오해하고, 자신이 몰랐거나 잊고 있던 뜻밖의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을 반복하고 수정해 나가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세 명의 아이들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을 조금씩 헤쳐나간다.

삶은 결코 해피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비밀과 아픔을 지니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런 우리들의 삶의 여정을 세 명의 아이들을 대신해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은 함께 품는 것으로, 좋은 이야기로 결론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엄마의 사망이후 섬처럼 떨어져 외로웠던 지우는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되고, 채운은 상처로만 남았던 과거가 사실은 누군가 자신을 부러워했던 시절임을 인지함과 동시에 단단한 엄마의 응원의 편지를 받는다. 소리는 다시 그림을 그리는 기쁨을 찾음과 동시에, 엄마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쉽지 않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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