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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평점 :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책의 저자가 겪은 억울함과 답답함을.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당장 삶이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공무원들은 절차만 따지고, 기관이나 사회 시스템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순간조차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분명 국가 시스템 안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과 여러 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작 내가 그 시스템과 기관을 필요로 할 때는 명분뿐이고 허울뿐인 기관이 된다.
이리저리 치이다 가끔 희망을 엿보기도 하지만, 이내 그 희망은 눈물의 씨앗으로 돌아온다. 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저자도 이런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겪는다. 거듭했던 약속이 한순간에 바스러지는 것을 여러 번 겪으며 좌절도 수없이 했다.
유일한 보호자인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 마음은 조급한데, 아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순간,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순간들은 극단적 생각을 종종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끝까지 버티고 또 버티며 살아갈 방법들을 강구했다.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집과 살아갈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서.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간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아버지가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현실 속에서 써 내려간 기록을 담고 있다.
1부에는 '꼭두'라는 시한부 필명을 통해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자신의 지난 삶을 담담하게 정리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에는 중증 자폐인 아들 제원과 보낸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는데, 자신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이제 한창 젊은 스물일곱 살 아들은 계속 살 곳을 잃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죽을 수도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치료보다 먼저 아들이 살아갈 곳을 찾고, 맡길 곳을 찾고,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마침내 아버지는 스스로의 힘으로 아들이 머물 집(이슬 푸른 마을)과 공동체를 찾게 된다. 여기에 더해 그런 아이들을 위한 '피터팬 재단'이라는 구체적인 꿈까지 꾸게 된다.
몸은 자라도 사회성 발달 연령이 낮아 늘 어린 상태에 머무르는 '피터팬' 아들이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는 '네버랜드(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지금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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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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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했는데, 가다 말고 다시 오더니 세정제로 손을 쓱쓱 닦고는 갑자기 내 손을 꽉 잡는다? "난 포기 안 했어요. 또 봐요." 상상도 못 한 기습에, 나 정말 깜짝 놀랐어.
8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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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순간 누군가 건네는 진심이 가슴을 울리는 순간들이 있다. 다소 까칠한 의사였지만, 당시 의사가 건넨 행동과 말은 저자에게 또 다른 희망이자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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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 저는 국가가 은총이라도 베푸는 듯 던져주는 복지 서비스 관리 대상이 아닙니다. 저와 제 아들이 장애인 복지의 주인입니다. 따라서 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의 시작과 끝은 오직 당사자인 저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주의도 필요 없다. 나는 정책 싸움의 도구가 아니다.' 중증 장애인과 함께 현실의 삶을 살고 있는 제 60년 넘는 삶과 목소리가 가장 우선입니다. 당신들의 실무 매뉴얼조차 내 권리를 나를 대신해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저는 항소장을 제출하게 됩니다. 이 회고록 전체가 당사자가 기록한 증거입니다.
3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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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울림이 느껴졌던 문장 중 하나다. 중증 장애인 아들을 뒀기 때문에 늘 을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는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너무 여러 사람과 시스템, 약속에 치이다 보니 이제 아버지는 그런 것에 메이기 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대처하는 행정 시스템도, 전문가주의도, 복지 시스템의 아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60년 넘는 삶을 오롯이 살아낸, 중증 장애인 아들을 혼자 키워낸 현장의 목소리로 아버지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 말한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과연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지만, 아버지는 끝내 남겨질 아들을 위해 이렇게 또 한 번 힘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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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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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통이라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더 실감한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상황을 감당하기도 벅찬 현실인데, 아버지는 이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신의 몸보다 우선 홀로 남겨질 아들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하나뿐인 딸에게 전가 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아버지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어머니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든 한참 장성한 스물일곱 살의 아들이 매번 집(기관)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의 치료를 미루고, 먼저 아들이 살아갈 집을 찾고,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찾기 시작한다.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 공무원, 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서는 도저히 살 길이 없었다. 하나같이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방송을 타게 되고, 저자가 쓴 브런치 글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며 마침내 아들은 살 집을 얻게 된다. 갇혀 지내는 삶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 어울릴 수 있는 장소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아들은 현재 장기간 머물며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이제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을 위해 부모가 없어도 안전하게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를 꿈꾼다.
언젠가 자신이 먼저 소풍을 떠나도, 아들과 같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