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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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밀도 높은 정의를 엿볼 수 있는 소설!"



책 제목을 보고는 처음에 소재가 '사랑'인 소설이구나 짐작했었다. 그런데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나 독특하다. 소재가 '사랑'이 맞긴 한데,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쓴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인지 소설의 중반까지만 해도 솔직히 어떤 사랑이야기를 담고자 한 건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이 소개되고, 그 가족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소설 이야기인가 할 때쯤 치정이야기가 소개되고, 그러다가 이내 학교폭력과 풋풋하고 애틋한 10대 사랑이야기에서 자살이야기로 번지고, 그러다가 실어증에 걸린 아이나 장애아이를 둔 부모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인가하며 한참을 두서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후반부에 약국에서 판매하는 사랑의 묘약에 대한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가족과 인물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여러 사건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생각보다 인물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초반부에는 인물을 가족 단위로 묶어 정리하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만큼 등장인물 또한 많다. 더불어 이들은 꽤 일그러진 가족의 형태와 사랑의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솔직히 말하면 멀쩡한 가족이 단 한 곳도 없다.


조금만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 형태로 겨우 가족이라는 형태만 유지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재개발 지역인 그곳에 번듯하게 리모델링을 마친 수상한 약국이 하나 들어선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랑의 묘약을 판다고 홍보하는 이 약국은 순식간에 SNS의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


다소 황당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름에 저자는 현실감각 몇 스푼을 얹어 현실감을 높였는데, 중요한 건 약 그 자체보다 사랑이라 정의 내릴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 그리고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올바른 정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키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이기적인 사랑만을 요구하고 몰아붙이는 요즘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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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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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보통 뚱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인물, 동물, 정물 등을 풍선처럼 부풀려 양감을 강조해 유머와 라틴, 남미 정서를 전달하는 것


□사랑 약국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에 위치

-효선네 가족이 직접 개발한 사랑의 묘약을 팔기 위해 가족이 합심해서 연 약국

-집 앞 마당에 있는 창고를 리모델링 해서 오픈

-구옥 주택가에서 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의 도로명 주소는 공교롭게도 '무한대로 사랑길'

-지하1층은 연구소, 지상 1층은 판매처


■최효선

-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

-직업은 음악심리상담사

-현재 보건소에서 1년 계약의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음

-효선의 부모님이 약국을 열면서 홍보 마케팅 담당자로 효선을 꼬득이고 있는 중


■최영광

-효선의 아빠

-지하 1층 사랑연구실에서 연구에만 몰두

-외형상 야수같은 느낌

-과거 생물교사였다가 이후 보습학원에서 초중등생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음. 현재는 사랑의 묘약 개발에만 몰두


■한수애

-효선의 엄마

-대형 약국 약사였으나 몇 달전 백수가 됨

-외형상 빼어난 미녀

-현재 집 마당에 있는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약국 개업

-오랫동안 남편이 연구해왔던 물질을 제품화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부추긴 것이 한 여사임


■하나

-효선에게 음악심리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하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좋아했던 아이가 왕따를 당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어증에 걸림


■박애춘

-하나의 엄마

-중매쟁이로 '야매'로 하는 뚜쟁이 생활을 오래함


■강우식

-하나의 아빠

-애춘의 고객중 한명이었음

-어쩌다 애춘과 결혼하고 하나를 낳아 부부인연을 맺고 살고 있음

-게이


■세리

-애춘에게 직접 중매 기술을 배운 제자

-우식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


■승규

-효선의 애인이나 효선의 엄마를 마음에 두고 있음

-카센터 운영 중

-자동차 1급 정비사


■이환

-승규가 운영하는 카센터 직원


■상도

-대기업에 OLED 소재와 이차전지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부장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아들이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 얼마 후 아들이 자살

-아들을 왕따시킨 가해자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 못함


■김재완

-하나가 태어나서 부모님 다음으로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갔던 친구

-상도의 외동 아들

-하나 때문에 왕따를 당하다가 급기야 자살로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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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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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가족이라 칭해지는 '사랑 약국'을 운영하는 효선의 가족은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엄마, 그리고 덩치가 크고 야수처럼 생긴 아빠, 그리고 아빠를 닮은 효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가족이 된 시발점에는 아빠가 개발한 키스펩틴이라는 물질(일명 사랑의 묘약의 초기 버전)이 있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 너무 일찍 부부의 연을 맺은 이 부부는 순조롭지 못한 항해를 하며 가족의 연을 이어 온다.


그러다 둘 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잘리게 되면서 효선의 엄마는 앞서 남편이 개발했던 사랑의 묘약을 떠올리게 되고, 이것을 활용해 약국을 개업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연구는 남편, 판매는 아내, 홍보와 마케팅은 딸이 도맡게 되면서 사랑의 묘약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덧붙여진다.


여기에는 각기 불행한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신기한 점은 임의의 물질인 '사랑의 묘약'이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조종해 사랑에 빠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약은 다정해지거나, 솔직해지거나, 용서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여러 형태의 사랑 속에서 화합과 조화를 이끌어 낸다.


그 결과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은 사랑의 진정한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며, 배려와 양보, 여유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랑이 지닌 다양한 얼굴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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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다가온 "사랑"에 대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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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여자분께도 그 제품을 선물해주시면 되잖아요. 여자분도 그걸 드시고 나면 고객님을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아니요.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우선은 제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주려고 해요. 그 사람이 내 사랑을 받아주기만 바랄 뿐이에요. 정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도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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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면 이기적으로 쓰이는 경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사랑의 묘약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심리적으로 건드리며, 사람마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사랑의 묘약을 몰래 먹여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사랑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의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밀도 높은 사랑의 정의를 여러 가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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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빠가 늘 그러셨어요.사랑은 주고받는 호르몬 작용이라고. 받기 이전에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을 준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양보하는 게 아닐까요. 고객님이 여길 찾아오시고자 하는 마음 깊은 데서는 이미 하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셨던 게 아닌가 싶네요.

2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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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 다른 정의는 바로 마음을 열고 양보하는 것.


언젠가부터 사랑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 일방향으로만 흐르던 정의를, 이 책에서 바로잡아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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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던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 아닐까요? 나로만 살던 내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과 기쁨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요."

2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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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공감하고 이해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각기 다른 삶과 인생을 살던 이들이 만나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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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져보는 게 먼저예요. 사람의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요.

(...)

내가 마음껏 좋아했으니까 후회도, 미련도 안 남는 거요. 그러니까 이환 씨도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해요.

292~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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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부터 갖는 것.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어쩌면 상대의 마음을 바라기에 앞서 더 중요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마음껏 좋아해야 나중에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일단 뜨겁게 상대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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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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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독특하게도 ‘사랑’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장르를 활용한 느낌이다.


이를 위해 중심이 되는 보테로 가족을 만들고, 그들이 개발한 ‘사랑의 묘약’을 축으로 여러 곁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를테면 '사랑의 묘약'이 다소 가볍거나 진정성 없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해 두었다.


첫째, 식약청 승인을 받을 것.

둘째, 기능성 의약품으로 제품화할 것.

셋째,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딸을 통해 상담과 홍보를 진행하도록 한 설정이다.


이렇듯 세 가지 조건을 더함으로써 판타지적 이미지는 낮추고, 현실적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보테로 가족이 개발한 사랑의 묘약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 묶여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형태로 나타난다.


덕분에 관심 있는 사람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면서 사랑은 곧 치유와 위로, 애정이 된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다 못해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진짜 의미와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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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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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마주한 네 명의 남녀가 결핍을 치유하고 보듬어 가는 이야기"



여행으로 갔을 때는 그저 감미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체코 프라하가 이 책을 통해 실전으로 살펴보니 어쩐지 좀 낯설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낭만적으로 보였던 카렐교가 이토록 쓸쓸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각기 다른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프라하에 오게 된 네 남녀가 어떻게 겨울을 이겨내고 프라하의 봄을 만끽하게 되는지 함께 살펴보자.


총 2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프라하의 겨울에 마주한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각기 다른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해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설 속 네 남녀의 나이가 2030대라 어쩌면 청춘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적 고민과도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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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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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체코의 수도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


■이해국

-스물아홉 살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후 엄마가 꿈꾸던 프라하로 옴

-엄마를 추억할 수 있는 프라하에 마민카라는 한식당을 차림. 마민카는 체코어로 엄마라는 뜻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덕분에 유명세를 타면서 맛집으로 소문남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결핍과 정서적인 공간에 대한 결핍이 있음


■지수빈

-서른 살

-신혼여행지였던 프라하에서 함께한 기억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곳으로 옴

-K 스토리 플랫폼의 작가로 활동하게 됨

-자신의 이혼 경험담을 비우고 싶어 플랫폼에 글을 쓰게 됨

-깨진 신뢰와 약속 때문인지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에 부담을 느낌


■유지호

-스물일곱 살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

-세 살에 아버지를 따라 체코로 오게 됨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음


■백단비

-스물다섯 살

-체코어 전공으로 어학연수를 위해 프라하에 오게 됨

-한국의 숨 막히는 사회에서 벗어나 프라하에서 해방감을 만끽 중. 여기에는 지호가 한몫을 함


■에블린

-해국의 옆 가게 사장님으로 세탁소를 운영


■희은

-수빈의 20년 지기 친구


※수빈과 단비의 인연

수빈과 단비는 3개월 전 인천공항에서 프라하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좌석에 앉은 승객으로 처음 만났고, 프라하에서도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되면서 친분을 쌓게 됨. 이후 지금까지 친분을 유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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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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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라는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인물이 한 식당에 모여들게 된다. 식당 이름은 <마민카>로, 체코어로 엄마를 뜻하는 단어다.


이들은 처음 마민카에서 인연을 맺게 된 이후 계속 인연을 이어가게 되면서,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서로 위로하고 치유해 나가게 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으로 한식당을 연 해국, 전 남편과 이별 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다시 프라하를 찾은 수빈, 너무 어릴 때 이민을 오게 되면서 왕따를 당한 경험과 더불어 소속감을 제대로 가질 수 없어 경계인처럼 살아온 지호, 그리고 자신의 삶에 여유를 찾으려는 단비 등 각자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진다.


프라하의 긴 겨울 풍경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상실의 치유, 그리고 새로운 만남과 관계가 조용히 피어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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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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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잃는 것이며 사람을 떼어내는 것보다 괴로운 건 추억이 무너지는 일이라는걸, 끝내 알아버리고 말았다.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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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2030 나이쯤부터 인간관계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상실, 배신, 어긋남, 만남 등, 그것들을 겪다 보면 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지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위 문장은 특히 상실의 아픔을 잘 표현한 문장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들은 이를 극복하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정체되어 있던 삶을 다시 움직일 용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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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에는 해국이 식당을 가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돌봄을 받고 있는 건 오히려 해국이니까. 마민카 식당은 해국을 살게 한다. 살고 싶게 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이 공간의 일부처럼 숨 쉬고 싶다고. 그저 머물러 존재하고 싶다고.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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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해국을 먹여 살렸던 어머니. 한때는 그런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어쩌면 바로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이 아니었을까?


해국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두 가지를 얻었다. 물리적 결핍과 정서적 결핍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엄마'라는 이름의 마민카 식당이 주는 의미는 해국에게 있어 남다르다. 이 식당은 정서적, 물리적 위로의 공간이자 온기를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해국은 마민카 식당에서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던 가정식 메뉴를 선보임으로써 엄마를 떠올림과 동시에, 자신이 받은 돌봄을 음식으로 나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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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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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라서일까? 이들은 섣불리 서로의 상처를 헤집거나 소금을 뿌리지 않는다. 타국에서 만난 한인들이라서, 서로의 처지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취한다.


천천히 돌다리 두드리듯 시작하는 해국과 수빈 커플과 다르게, 지호와 단비 커플은 겉으로 봤을 때 꽤나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꽤 조심스러워하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섣불리 무언가를 바로 확인하려고 하기보다,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를 보이거나, 멈춰있던 자신의 인생 시계를 돌리기 위해 훌쩍 떠나는 선택을 한다.


일단 내가 먼저 당당해지려는 노력들이 엿보여, 어떤 부분에서는 자꾸 응원하고 싶어지는 커플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 명을 살펴보면 조용하지만 꽤 강단 있게 노력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겪은 상실이나 상처를 스스로 보듬고 일어서려는 노력들이 한결같다.


어쩌면 그래서 마민카 식당에서 이들은 비슷하게 닮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앞서 겪은 일들 때문에 훨씬 더 조심스럽고 새로운 관계나 만남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방법으로 치유하며 나아가고 있으니 이들의 관계에도 조만간 반짝이는 봄이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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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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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와는 온도가 맞지 않았던, 다정한 말들"



분명 따로 적어둔 문장들을 살펴보면,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들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 본 끝에 도달한 결론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두운 터널 속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생존이 먼저다. 그래서 누군가 건네는 말이 귀로도, 머리로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어쩌면 이것은 패닉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건네는 다정함과 위로, 공감의 말들이 조금은 멀고, 닿기 어려운 빛처럼 느껴졌다.


여러 날을 거쳐 숨을 조금 고른 후에야, 따로 적어둔 문장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닫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의 끓는 온도가 조금 가라앉은 뒤에 다시 읽어야, 문장들이 비로소 가슴으로, 머리로 스며들 것 같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저자가 건넨 다정한 말들로 가득 차 있다. 거창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되뇌듯 하는 말들을 중심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을 다독이고, 무기력에서 벗어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어루만져 주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글들 덕분에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게 만들어 준다.


내 안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나를 다독이며 보듬을 수 있는 힘이 깃든 다정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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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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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하지 않는 연습



지난날을 회고하며 분명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이 세상엔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 인생도, 타인의 인생도, 하물며 내일의 날씨조차도.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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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분명 이건 될 거라고 확신했던 일조차, 언제고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최근 배웠다. 그래서인지 다소 혼란스러움과 함께 '장담하지 말아야겠구나'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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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누군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하면 일단 딱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걸 하며 푹 쉬라고 말해 준다. 결국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속의 힘이라는 말과 함께, 힘든 날엔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덧붙여서.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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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더불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또한 바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할 수 없어 무기력증까지 왔다.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어쩌면 일상을 제대로 살아내는 일에서 오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일단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푹 쉬는 것부터 해보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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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내 편이어도 살아갈 용기가 난다



단 한 사람이라면 된다. 나를 얕게 알고 있는 다수의 사람보다 내 구석구석을 품어 주는 단 한 사람. 나조차 외면하고 싶은 나의 치부를 보고도 꽉 끌어안고 놓지 않는 사람. 맹렬히 다투고 난 후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 살아갈 이유를 쥐여주는, 그런 단 한 사람이면 된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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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이유를 쥐여주는, 단 사람. 요즘은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로 헐뜯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회라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갈 맛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요즘은 부모조차 내 구석구석을 품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위 문장은 그저 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것만큼 살아갈 힘이 되는 존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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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은 요란하지 않다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불편한 상황을 겪어도 그 안에서 긍정할 부분을 찾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안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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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진짜 행복한 사람은 조용하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며, 작은 것에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 여유가 묻어나 그 자체로 편안해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 곁에 진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행복을 찾고 싶다면, 일단 내 주변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보자. 당신도 찐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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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에서 찾은 자유



남들의 잣대와 참견은 발설한 이의 주관적인 몫일 뿐, 인간의 삶을 단정 짓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는 필요 없는 만남을 줄이고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애써 고독을 피해 왔던 날들을 등지고, 고독안에서 자유를 누비는 특권을 쥐게 되었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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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래선지 남들의 잣대와 참견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을 겪고 실제로 타인의 불필요한 말에서 멀어져 생활해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그건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고 실제 내 삶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말이다.


고독, 침묵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보다 조금 친해져보기를 추천한다. 그 시간 잠시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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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면 위험한 사람



꼭 기억하자. 그 사람의 폭력적이고도 병적인 요소를 과도한 연민으로 아름답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엔 내가 병들고 곪으면서까지 지켜 내야 할 타인은 없다는 것을.

2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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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동시에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문장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끔 자신을 희생하고 소모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엔 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니 가장 먼저 나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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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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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하루 만에 뚝딱 읽고 말았을 책을, 금번에는 며칠에 걸쳐 긴 시간을 읽으며 겨우 완독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던 중이라 마음에, 머리에 바로 꽂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의 온도와 내 마음의 온도가 맞지 않아 시간차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멈칫하게 되는 포인트의 글감들은 따로 적어 두었는데, 오늘 글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뒤늦게 다시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겨야할 포인트들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가슴에 새겼다. 그러면서 현재 내가 되찾아야 할 일상과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주하게 찾기 시작했다.


더불어 최근 내가 그토록 분노하고 허망하고 공허함을 느꼈던 이유도 찾을 수 있었는데, 어쩌면 쫓기듯 사는 일상 속에서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에서 첫 번째 멘붕, 은연중에 스며든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얻은 상처에서 두 번째 멘붕, 내 편에서 진정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없어서 세 번째 멘붕을 겪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저자가 건넨 다정한 말이 언젠가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날이 있으리라 본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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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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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떠올리며 삶을 돌아본 기록!"



과거에는 임종체험 같은, 죽음을 미리 체험해 보는 활동이 신선하고 새롭다는 인식 속에서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보다 사람들에게 죽음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아마 각종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2년간 이어온 글쓰기 모임 참가자 18명이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엮은 에세이다. 이 책은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함께 전한다.


참가자들은 '죽음'과 '장례식'을 주제로 글을 쓰며, 현재의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글로 남겼다.


18명이 각기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보면 개성이 또렷이 드러나면서도, 생각보다 유쾌하고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


간혹 어떤 이들은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끔찍하다 말하며, 죽음을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죽음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고 사유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치 있는 일들에 하루하루를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순간을 지켜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에 자연스레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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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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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고비는 종이 한 장처럼 얇은 걸 수 있겠구나.

(...)

나는 잊지 않고 살았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2018년을 기점으로, 인생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어.

(...)

그러니 생명이 사라진 내 사진을 보며 비통해하지 않아도 돼. 난 열심히 살았어. 나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내가 보고 싶다고 많이 울지는 말아.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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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고 기억하며, 되새기며 산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을 지키며 사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끝내 놓지 않는 것.


살다 보면 여러 이유로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거나 잃어버리며 살아가게 되는데, 죽음을 계속 상기하며 산다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의 후회는 분명 줄어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담담하고 홀가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생과 사는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일상 속에서 무엇을 우선하며 살아가면 좋을까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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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죽어 버린 우리 사이가 다시 살아날까 기대하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우리 관계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 함께 행복했던 날을 추억해요. 늙고 병든 우리 관계를 천천히 애도해요. 우리 그렇게 우리의 관계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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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이별이라고 하면 으레 처연함, 슬픔, 어두움 등의 키워드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별 장례식을 치른다면 이보다는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추억하고, 애도하며, 서서히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면 조금은 덜 힘들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이라는 것이 요즘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맞는 정답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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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아내 이야기가 빠져서 남깁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날한시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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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추신에 쓰인 한마디가 꽤 섬뜩하게 다가와 남겨 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문장이 '이미 죽었다'는 전제를 깔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선언처럼 읽혔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호러에 가까운 분위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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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변 사람의 죽음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흩어진 기억의 파편으로 일생 동안 따라오거나, 상실의 슬픔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어깨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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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생 동안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올리며 살아가는 경우, 두 번째는 한 번에 상실의 슬픔이 몰려왔다가 급격히 사라지는 형태다.


당신은 어떤 형태를 경험해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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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하여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듯이, 어머님께서는 국내에서 합법화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안락사를 통하여 스스로 선택하신 날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태어난 것도, 또 살아가면서 겪었던 많은 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어머니께서는 그래서인지 늘 본인의 선택을 중요시하셨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게 될지라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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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깊이 파고들다 보면, 꼭 한번 거론하게 되는 안락사. 안락사는 특히 찬반론이 팽팽하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인데, 합법적으로 잘 운영만 된다면 이것만큼 존엄을 지키는 방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따라 인생을 살기보다 떠밀려 선택하고 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락사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방법이자 선택인 것이다.


더불어 안락사는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미리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남겨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 간의 존중과 이별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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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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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예상보다 더 많은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오늘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에 대해 자연스레 냉소적이 된다.


또 명분을 위한 관계 맺기나, 의미 없는 시간 투자를 점점 더 피하게 된다. 반면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미루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게 되고, 소중한 사람과는 더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꺼리거나 두려워하던 감정도 많이 사라진다. 아마도 현실에 충실하려는 태도에 더해,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적립해 나가다 보니 가치관 역시 서서히 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의 저자들처럼 장례식 초대장이나 부고문을 한 번 써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사후 나의 장례식의 모습과 그 자리에 참석했으면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생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하나씩 채워 나가다 보면, 분명 이전에는 찾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상적인 내 삶의 형태를 새롭게 쌓아 나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신이 날지도 모른다. 죽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설계해 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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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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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시대 속, 자신의 인생을 찾는 걸 선택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읽는 내내 유쾌한 입담과 말맛으로 행복했던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찰지게 입에 달라붙는 내용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감정적 표현에 있어서는 유독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1901년 작품으로, 저자가 19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인데,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현대문학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시빌라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는데,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랑받고 신뢰를 주어야 할 직계가족으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해 끝까지 자신의 외모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취향과 커리어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은 당차면서도, 사랑을 끝내 선택지로 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어린 시절을 보낸 캐더갓, 그리고 꿈과 희망을 향해 이주했지만 가난과 고통만 뒤따랐던 포섬 걸리, 마지막으로 그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해럴드 비첨의 이야기까지 함께 만나보자.


총 3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19세기 말 성 불평등이 심각하던 시절 '나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시빌라의 성장과 내면, 그리고 꿈과 커리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여성은 결혼과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삼던 시대였지만, 시빌라는 사랑보다 자신의 삶을 고집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는 그러한 욕망과 꿈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품으며 자신의 삶을 다져간다. 이후 결혼을 단념시키기 위해서야 비로소 해럴드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가난으로 인해 비참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한편으로 눈물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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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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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곳


□포섬 걸리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 싶어 포섬 걸리로 이사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황된 생각이었음

-따분한 곳이었으며, 이후 극심한 가뭄으로 모두가 가난하게 살아감

-여성들이 캐더갓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함


■아버지(리처드 멜빈)

-한때 꽤 잘나가던 분으로 브루가브롱과 빈빈 이스트, 빈빈 웨스트 세 곳의 목장을 소유, 그 규모가 도합 810평방킬로미터에 달했음

-가진 게 많아 '귀족' 대우를 받았지만 혈통으로 치면 겨우 할아버지 한 분밖에 계시지 않음

-붙임성 좋고 인심도 후해 누구에게나 환영받음

-포섬 걸리로 이사 후 사람이 완전히 바뀜


■어머니(루시 보시에르)

-진짜 귀족으로 캐더갓의 보시에 집안 출신. 선조 중에는 영국을 침공한 윌리엄 정복왕과 함께했던 악명 높은 해적도 있었음

-시빌라와는 극과 극


■시빌라 페넬로페 멜빈

-나이, 인종, 직업 등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똑같이 대함.

-캐더갓에 살 때만 해도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영웅이자 친구, 백과사전, 동료,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음. 하지만 열 살 이후 포섬 걸리로 이사한 후 모든 것이 달라짐

-155센티에 작고 아담한 사이즈

-노래, 연극 등 예체능계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음

-결혼에 대해 회의적

-직계가족을 제외하면 타인들은 그녀를 매력적이고 재능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함


■쌍둥이 동생

-거티와 호러스

-시빌라보다 열한 달 늦게 태어난 동생


■헬렌 이모

-예쁘고 우아함

-시빌라의 마음을 잘 헤아려줌

-이혼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캐더갓에서 살고 있음


■줄리어스 삼촌(줄리어스 존 보시에=제이제이)

-덩치가 크고 뚱뚱하며 다정한 사십 대 독신 남자

-여자들을 좋아해서 한 명에게 정착하지 못함

-사업에 정직했고, 남에게 후했으며, 누구에게나 인기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에버러드 그레이

-할머니가 입양한 아들로 영국인 귀족 부모 사이에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할머니의 양자가 됨

-할머니는 소년을 잘 교육시켰고 현재는 시드니에서 촉망받는 변호사로 근무 중

-시빌라의 재능을 알아보고 시드니에서 데뷔하기를 바라지만, 할머니의 반대가 심함


■해럴드 오거스터스 비첨

-스물다섯

-파이브 밥 다운스의 소유자로 여러 곳에 목장을 소유한 부자

-독신 남자

-시빌라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리고 유일한 연인

-1896년 12월 21일 파산으로 인해 파이브 밥의 주인 자리에서 내려옴

-이후 극적으로 다시 부자가 됨


■맥스왓 가족

-잠시 시빌라가 가정교사로 지내던 곳으로 바니스 갭에 위치

-총 열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세명이 사망해서 현재는 아홉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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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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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은 19세기 말 호주를 배경으로, 주체적인 삶을 갈망하는 한 여성의 성장과 내적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시빌라는 가난한 농가에서 자라며 결혼과 안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당시 사회의 통념과 달리,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자 한다.


눈여겨볼 부분 몇 가지를 꼽자면, 가장 먼저 시빌라와 가족 간의 관계다. 유난히 거친 말들이 오가고, 가족 사이에 흔히 기대되는 끈끈한 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시빌라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는 시빌라가 사랑해 마지않는 캐더갓의 대자연이다. 이 작품에서는 캐더갓의 풍경이 자주 텍스트로 펼쳐지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드넓은 자연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는 숨겨져 있던 시빌라의 재능이 펼쳐지는 부분이다. 가족들과 함께 살 때조차 혼자서만 꽁꽁 숨기며 혼자 즐겼던 그녀의 재능이, 가족들과 떨어져 외할머니 댁에 홀로 머물게 되면서 꽃을 피운다. 노래, 악기, 연극 등 다방면에서 출중했을 뿐 아니라, 몸매마저 눈에 띄어 그녀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빠져들게 된다.


네 번째는 해럴드 비첨과의 밀당 아닌 밀당 속에서 은근하고 애틋하게 펼쳐지는 연애 이야기다. 줄 듯 말 듯 알 수 없는 속마음, 거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잘 맞았던 둘. 깊이 들여다봐 주고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읽는 내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어쩌면 후일담처럼, 둘의 인연이 어딘가에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은근히 품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과 결혼이 여성의 삶을 완성시킨다는 관념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로서, 개인으로서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빌라는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선택을 하려 애쓴다.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다소 극단적인 자아 탐색과 꿈을 향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질문이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결혼과 사랑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있어 인생을 바꾸는 체인저 역할을 하기도 하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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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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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놔둡시다. 어차피 크면 여자들 삶을 구속하는 터무니없는 관습대로 살아야 할 테니 지금 어릴 때만이라도 구속하지 말고 키웁시다."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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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에 살던 시절,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있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였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은 가족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빌라는 자신의 기질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출하며 살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부모의 눈에 차지 않거나 시대상과 맞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보아 넘길 수 있는 여유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포섬 걸리로 이사한 뒤 생활이 궁핍해지고 피폐해지면서, 부모는 자식들을 사지로 내몰 듯 돈을 벌어오라 강요했고, 자신들의 이상과 맞지 않는 시빌라를 모욕하고 학대하기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시빌라의 아버지 리처드 멜빈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불평등한 사회라는 사실을 남자들 역시, 그리고 아버지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더 나아가 그 현실이 아버지의 허황된 이주 선택으로부터 일찍 현실이 되었다는 점은 놀라우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시빌라에게 있어 가장 빛나던 시절은 어쩌면 캐더갓에서 보냈던 아주 짧은 유년기일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깊은 외모 콤플렉스까지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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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아빠를 경멸했다. 내 마음에 남은 건 존경이 아니라 혐오였다.


엄마에 대한 감정은 달랐다.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휘둘리고, 상황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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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섬 걸리에서의 삶은 하루하루 더 심하게 망가져간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술을 마시며 돈을 탕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엄마는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떠안고 있었다.


사회적·시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온 인물이 시빌라여서였는지, 시빌라는 아버지에 대해서는 경멸과 혐오를 느끼는 한편, 자신을 학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엄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한평생 자신을 사랑으로 품어주지 않았던 엄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적 불평등과 시대적 요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또 다른 여성으로서 엄마를 바라보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 이후 시빌라가 부모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서서히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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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한 거티 좀 봐라. 그 아이도 가끔은 말을 안 듣지만, 엄마가 나무라면 잘못을 빌고 후회하잖니? 사람이란 걸 보여주잖아. 넌 그런 게 없어. 넌 인간이 아냐. 그냥 괴물 같아."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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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잘못을 빌어야만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하는 엄마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런 폭언 속에서 엄마는 지속적으로 시빌라를 억압하고 밀어내지만, 시빌라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를 견디며 살아간다. 엄마니까, 가족이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일찍 도망쳐 나와 살아도 충분히 잘 살았을 것 같은 시빌라다. 그럼에도 시빌라는 도망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도 회피하지 않고, 계속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자신의 욕망과 꿈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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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믿는 힘이 현저히 부족한 인간이었다. 울퉁불퉁한 삶의 여정에서 손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사흘 밤낮을 찾아 헤매 다녀도 다시없을 비뚤어진 냉소 주의자,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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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아무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사랑 속에 어떤 자리도 차지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나는 불효한 아이였고,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자격도 없었다. 나는 가족의 자랑거리도 아니었고 사랑받을 만한 어떤 자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그들을 향한 사랑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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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그들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해 줄 수 없는 걸까! 물론 나 스스로 사랑받기 위해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애쓰지 않아도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나는 못생긴 데다 성미를 고약하고, 불만에 찬 쓸모없는 존재로 태어난 걸까?


세상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 듯했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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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 부분은 시빌라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엮은 것이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엄마뿐 아니라 가족들로부터 안정적인 애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면서, 시빌라는 냉소적이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더불어 그는 늘 가족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폭언처럼 내뱉어진 '못생긴 데다 성미도 고약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긴 채 살아간다. 그 말은 점점 시빌라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가 되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인식하며 살게 된다.


사실 가족을 제외한 타인들의 눈에 비친 시빌라는, 매우 매력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지닌 빛나는 사람이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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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를 못생겼다고는 안 할 거야. 평범하다고도 안 하지. 널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건 '매력적'이란 말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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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바라본 시빌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못생기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시빌라가 잠시 캐더갓의 외할머니 집에 머물렀을 때에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여러 남성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며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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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진 이들의 몫이라는 것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까지고 사랑이라는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었다. 난 혈육들 사이에서도 이방인이었으니까.

3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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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탓에 시빌라는 스스로를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로 규정하고, 평생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에도, 끝내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정도로 내면의 사유에 갇혀 결혼을 거절하는 모습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빌라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는 사랑과 결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살아왔고, 그 믿음이 너무 깊게 뿌리내려 있어 그것을 깨는 일 자체가 더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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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과 어울릴 때 나는 성별의 차이 따위는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별 자체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고, 남자들도 나를 존중해 주었다.

1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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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라는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몸매도 좋았고,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외모와 재능, 그리고 목소리까지 고루 갖춘 인물이었던 듯하다.


특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시대였음에도 시빌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평등하게 어울렸고, 그 관계들 사이에는 어떤 불협화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빌라를 존중했고, 서로 어울려 지내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시빌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 힘을 십분 발휘하며 캐더갓을 휘어잡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포섬 걸리로의 이주 이후, 시빌라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과정을 통해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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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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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세련된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소설은 광활한 대자연 속 삶부터 궁핍하고 처절한 삶까지를 매우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표현력 또한 뛰어나, 읽다 보면 눈앞에 그 배경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속에는 시빌라라는 매우 매력적인 소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 가족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고, 그 여파는 시빌라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정서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 결과, 이들 사이에서 폭언과 서로를 헐뜯는 말은 일상이 된다.


특히 타인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재능과 감각을 타고난 시빌라는 당시에는 천대받던 예능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더 많은 학대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시빌라는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못생기고 쓸모없는 존재로 깊이 인식하게 되고,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도 소극적이 된 채 내적으로 위축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 애정을 건네는 사람들마저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호의를 조롱이나 기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시빌라만이 지닌 솔직함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통해, 그녀는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시대적 불평등을 차치하더라도, 살아가는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정서적 여유와 사랑 속에서 성장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결국 얼마나 큰 격차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지, 시빌라의 삶을 통해 뚜렷하게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음에도 가족과 환경에 의해 억눌려 살아온 시빌라는, 이후 여러 경험과 자기 인식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녀의 이후 삶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그때의 시빌라는 부디 사랑과 결혼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글로 대성하는 작가가 되어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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