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친구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거두절미하고 이번에 새로 나온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를 서명본으로 받고 싶단다. 사실 댓글을 주고받은 기억도 없어서 누군지 잘 모른다. 내 책이 그것도 서명본이 갖고 싶다니 얼마나 고마운 독자인가. 다만 내가 지극히 악필이라는 것을 주지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천재는 악필이라며 위로까지.

 

이어서 내 계좌와 책값을 알려달라고 하신다. 내가 부자는 아니지만, 한 푼이 아쉬운 입장이지만 돈을 받는 것은 왠지 민망하다. 가끔 이런 분이 계신 데 그냥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늘 하던 대로 폐친이신대 책값을 어떻게 받겠냐며 그냥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주 혼을 내신다. 폐친이 아니면 누가 책을 사주겠느냐. 공짜로는 누구에게도 보내지 말라고 하신다. 이토록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분이라니.

 

몹시 화가 많이 나신 듯했다.

 

작가는 자갈 먹고 사느냐. 버릇 나빠진다. 그냥 준다는 말은 이 시간 이후로 하들들 마라. 공짜로 줘 버릇하니까 사람들이 공짜만 바란다. 당당하게 계좌랑 금액 보내고 입금하지 않으면 보내지 마라.

 

연이은 호통에 아주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정말 고마운 말씀이었다. 별수 없이 책값을 받아야겠는데 정가는 그렇고 해서 만원만 보내달라고 했는데 책값 똑바로 알려달라고 또 혼내신다. 택배비는 내가 부담하겠다고 했더니 웃기는 바보 같은 작가님이라신다. 아울러 책 내고 망하시려고 작정했느냐고도 하셨다. 온전히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자 그분은 홀연히 인사를 남기고 채팅창을 떠나셨다.

 

나도 한 성깔 하는 사람이라 그냥 지기는 그렇고 해서 세종도서 선정에 빛나는(?)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함께 보냈다. 그분의 호통이 들려올 듯하다. 그래도 괜찮다. 팔이 땅으로 꺼질듯하며 기운이 빠지는 날, 나를 일으켜 세워주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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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8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는 페친분! 박균호님도 더불어 멋있어요.
이번 책 저는 아주 재밌게 읽어서 지금 열심히 리뷰 쓰고 있어요. ㅎㅎ

박균호 2022-08-18 15:18   좋아요 1 | URL
제가 멋진 건 아니죠 ㅎㅎㅎ 바람돌이님의 서평 설렙니다 !!

서니데이 2022-08-18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독자분이네요.
박균호님 좋은밤되세요.^^

박균호 2022-08-19 01:25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은 최고의 독자이시죠 ^^ 언제나 감사해요.
 

아내와 나는 종종 드라마를 함께 본다. 아내는 드라마 내용도 내용이지만 드라마 세트를 유심히 본다. 가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벽지는 어떤 것을 둘렀는지. 또는 출연자들이 든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놓치지 않고 본다. 가끔 아내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보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더라. 신기한 것은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소품의 브랜드. 가격 등 정보가 인터넷에서 모두 나와 있더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왜 드라마 소품에 관한 궁금증은 이토록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지식은 이토록 찾기 어렵냐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나스타샤>에는 캐나다의 신기하고 재미난 문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정작 주인공들이 만나고 사랑을 나누며 정다운 이웃이 생활하는 동네라고 설정된 웰드릭에 관한 정보는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직접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캐나다의 작은 동네 웰드릭은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설정한 가상의 지명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포기했다. 내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소설을 읽고 나면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싶었다. 가령 <죄와 벌>에서 주인공 로쟈가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나는 것으로 나오는데 대체 시베리아 유형지는 어떻게 생겨났고 죄수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할 독자도 있기 마련이다.

 

<춘향전>에서 이 도령이 어느 날 갑자기 암행어사가 되어서 나타나는데 대체 이 도령은 과거 시험 정보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험에 합격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뿐인가.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 부인이 초대받은 귀족의 저택에서 대체 어떤 음식을 먹었길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상류층 사회를 꿈꾸며 일탈을 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말이 대체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안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리라. 따지고 보면 소설의 배경을 찾는 것은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즐겁게 읽고 소설은 온전히 내 몸속으로 소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이 과정에 작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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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6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소설을 읽을 때 상황과 배경에 주목하면서 읽는 것 같아요. 물론 인물과 서사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배경에서 소설이 나왔는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아무래도 읽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박균호 2022-08-16 11:46   좋아요 1 | URL
아...정말 감사합니다 !! 재미가 있어야 할텐데...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요”!

이웃 마을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네 서점 주인에게 들은 말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소리다. 누구에게도 낯선 말일 것이다. 그 동네 서점 주인은 내가 사는 마을에 있는 큰 참고서 서점에서 독립해서 단행본 중심으로 자신의 서점을 열었다.


그 양반은 책이 없으니까 서점에 오지 않는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지방 동네 서점은 그 양반 말마따나 진열된 책의 70~80%가 참고서다. 그러니 책을 좋아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서점에 가봐야 읽을 만한 책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말인데 과연 일리가 있다.

 

그 양반의 서점에는 민음사 전집이 수백 권 꽂혀 있었다. 웬만한 동네 서점에는 그 자리에 문제집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서점 주인의 말이 이어졌다. 동네 서점에 단행본을 많이 비치하면 독자들은 인터넷 서점보다 동네 서점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택배를 받고 상자를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 않느냐? 과연 듣고 보니 그렇다. 인터넷 서점이 편한 것 같지만 택배 상자를 분리수거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물을 보지 않고 주문했으니 막상 실물을 접하고 실망하는 때도 많지 않은가. 산책하다가 동네 서점에 들러 실물을 들춰보다가 구매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간편하고 안전한 책 구매 방법일 수도 있다. 어쨌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많이 팔려서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나 또한 행복해졌다.

 

문제집을 주로 취급하다 보면 학교에 가서 영업을 해야 하고 수십 권의 책을 직접 옮기고 하는 노동도 뒤따른다는 말에 고개를 꺼들이게 된다. 그 서점에서만 백 권이 넘게 팔렸다는 “불편한 편의점을 쓰다듬으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주인장에게 참고 있던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왜 내 책은 한 권도 없는 겁니까?”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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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5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2-08-15 15:4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네 그렇군요. 감사해요 !

stella.K 2022-08-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서점 주인 개념있는 분 같습니다.
원래 책은 그렇게 발품을 팔아야지 온라인으로 사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박스 뜯는 건 일이긴한데 나이든 사람들은 오프에서 책 사면
어깨가 나가죠. 많이 살 수도 없고, 픽업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박스 뜯는 건 마찬가지죠.
온라인이 또 좋은 건 10%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중고책을 살 수 있다는 거죠.
정말 오프가 온라인을 이기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ㅠ

아참, 마지막 말씀 지당하십니다. 잘 하셨습니다.ㅎㅎ

박균호 2022-08-15 20:32   좋아요 0 | URL
오프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이 더 재미나긴 해요. 요것 조것 만져 보고 들쳐보고 ㅎㅎㅎ
그리고 갈 때 마다 한 권 씩 사오는 재미도 있고요. 문제는 산책길에 편하게 들릴만한 좋은 동네 서점이 없어요 ㅠㅠ
그리고 격려 감사합니다..ㅎㅎ
 




딸에게 이런 식으로 생일 축하를 받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 싶다. 그저 행복하다.


나에겐 이렇게 축하 인사를 하고는 제 엄마에게는 받기만 하지 말고 아빠한테도 선물을 해봐라고 했다고. 웬일로 아내가 뭐 사줄까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소년 시절 야구 글러브를 사기 전날 너무 설레서 한숨도 못 잔 기억이 생생한데 말이다.

 

선물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받고 싶은 게 생기긴 하더라. 그건 바로 내 새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에 대해서 독자가 써주신 장문의 리뷰를 낭독하면 성실히 들어주는 것. 원고지 15매는 될법한 긴 리뷰를 또박또박 크게 낭독했고 그들은 깔깔대면서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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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1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아빠 맞으시네요^^ 아무도 부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ㅎㅎㅎ 행복한 생일 하루 마무리하시길^^

박균호 2022-08-12 03:44   좋아요 1 | URL
주말 부부라서 행복한 하루를 혼자 ㅎㅎㅎ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08-11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올해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박균호 2022-08-12 03:4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은 언제나 다정하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버 2022-08-11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신 축하드립니다! 따님의 축하 인사가 너무 다정해서 괜시리 읽는 저까지 행복해지네요~ 가족분들께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박균호 2022-08-12 03:44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의 댓글이 오히려 저를 행복하게 만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1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서 !!! ㅎㅎㅎ 아몬드브리즈 저거 맛있는데 ㅎㅎㅎ 박작가님 생신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듯 합니다 ㅎㅎ

박균호 2022-08-12 11:2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전생까지 ㅎㅎㅎ 감사합니다.

stella.K 2022-08-1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생신이신데 너무 소박하신 거 아닙니까?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십시오.^^

박균호 2022-08-12 11:25   좋아요 1 | URL
소박하지 않아요. 왜냐면 스텔라님 서평을 읽었으니까요 ^^
 

나는 대체로 무명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가 나더러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민망하다. 나는 그냥 책을 여러 권 출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가끔 확고부동한 내 정체성에 가끔 혼란을 주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서 며칠 전 국회도서관에서 <월간 국회도서관>이라는 기관지에 원고를 실어달라는 청탁을 받는 경우다. 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검색을 통해서 알았을 텐데 굳이 나를 찾아서 청탁하니까 내가 아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은 아닌 것이 아니냐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출간한 <오십 이제 나는 다르게 읽는다>가 대부분 연령대가 50대 이상인 국회의원들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인가?

 

어쨌든 티브이로만 보는 국회의원실과 공공 도서관에 배포되는 잡지라니 얼른 수락하고 글을 써야겠는데 난감해졌다. ‘내 삶에 들어온 책이라는 어렵지 않은 주제인데 문제는 내 서재가 이사업체 창고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공구가 없는 목수처럼 무기력하게 전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새삼 감옥에서 저 유명한 항소 이유서를 써 내려간 유시민 선생이나 조선 역사를 통째로 머릿속으로 생각해가면서 임꺽정을 집필했다는 홍명희 선생이 존경스러워졌다.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이며 작가이다.

 

그냥 책을 여러 권 출간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 불과한 나는 서재가 없이는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새삼 서재의 쓸모를 생각했다. 서재에 있는 책은 집필할 때 참고도 되지만 그 존재 자체로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준다. 그래서 나에게 서재란 무속인의 거처에 자리 잡은 불상이나 불기(佛器)와 같은 존재다. 나는 서재의 기운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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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08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 잠시라도 서점과 카페를 함께하는 곳에 가서 작업해 보심이...😅

박균호 2022-08-08 11:18   좋아요 2 | URL
ㅎㅎㅎ 좋은 생각 감사해요.

얄븐독자 2022-08-0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보다 다방이 일상적 이었을때 사장님 하면 모두 돌아보았다 하고 요즘엔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도 선생님... 그런것처럼 자비출판 한 권만 내도 작가, 온라인 사이트에 글만 써 올려도 자칭 무슨 작가... 작가라는게 그렇게도 흠모의 직업?인걸까 싶기도 합니다 거칠게 표현해서 개나 소나 다 작가 전국민이 작가 같기도 하구요. 작가와 저자를 좀 구분했으면 싶네요

2022-08-08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8-08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내분 손을 꼭 잡고 사랑의 힘으로 글을 쓰시는 건 어떨지요 ㅎㅎㅎㅎ농담입니다. 스텔라케이님 말씀! 오호 북카페가 있군요...좋은 글 쓰실 겁니다 작가님 *^^*

박균호 2022-08-08 17:14   좋아요 2 | URL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해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