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읽자
독서의 주요 기능이 지식과 상식을 늘이기 위함이라면 잡지를 굳이 책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잡지도 엄연히 책이다. 잡지를 오로지 시간죽이기용 인쇄물이라고 매도할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는 유용하고 깊이 있고 지식이 풍부한 잡지가 차고 넘친다. 또 잡지는 책에 비해서 시간과 장소에 더 자유롭다.
잠시 잠깐의 빈틈에 뭔가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잡지만 한 매체도 찾기 힘들다. 최소한 매월 3가지 종류의 잡지는 꼭 읽어야 한다고 본다. 시사 잡지, 교양잡지, 취미잡지가 그것들인데 괜찮은 잡지 3종 이상만 꾸준히 봐도 꽤나 자랑할 만한 상식을 갖춘 사람이 된다.
인디고
지난 2010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국제’인문학 잡지다. 국제적인 잡지답게 영미 권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도 수출되는데 더욱 놀랍게도 우리가 저서로만 만나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대담을 하고 그들의 글을 받아서 잡지를 만든다. 하워드 진, 놈 촘스키,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당대를 이끌어가는 사상적 원류인 석학들은 모두 인디고와 대담을 했고 그들의 말과 생각은 인디고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문예잡지
문예잡지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잡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창작과 비평>의 경우 북한의 3차 핵실험, 헌법의 품격, 재판관의 자격 따위의 시사성이 높은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박연수나 성석제 같은 동시대의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2113년 여름호)
<문학동네>, <현대문학>, <문학과 사회>등도 문예지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문예지마다 특정한 흥미 있는 주제를 정해서 문학 작품을 게재한다. 문학을 보는 눈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명확해지고 사려 깊어진다.
녹색평론
군대를 제대하고 강의실에서 만난 김종철 교수님이 “내가 말이야, 잡지를 하나 만들었거든. 근데 다른 교수들이 어렵다고 해. 내가 보기엔 어려울 거 하나도 없는데 다들 어렵다고 해”라고 우리들에게 뭔가 불만 섞인 얼굴로 말씀하셨을 때 우리들 중 아무도 그 잡지가 20년 이상 장수하고 우리시대의 생태문화를 이끌어가는 어피니언 지도자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김종철 교수님을 존경하던 우리 제자들이 보기에도 그 잡지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금방 폐간이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잡지였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초중반은 부자의 아이콘이었던 ‘자가용’이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전환되려는 찰나였고 내 집 마련 보다 자가용 마련이 더 우선이 최초의 시대였다. 그런 물질만능의 시대에 칼라사진도 없고, 광고도 없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생태관련 잡지가 롱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태를 살리는 농업,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 지역사회의 자생력을 높이는 사업,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 녹색이 우선시 되는 과학 등의 주제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적인 주제도 <녹색평론>은 많이 다룬다.
The Economist
The Economist 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라기 보다는 최고 수준의 글로벌 시사 주간지라고 해야 마땅하다. 잡지의 이름처럼 경제뉴스만을 다루지 않고 정치 문제, 문화적인 이슈 심지어 예술과 연예에 대한 뉴스도 많이 다룬다. The Economist 의 매력을 크게 2가지로 말한다면 깊이 있는 다양한 뉴스와 그 객관성을 꼽겠다. 이 잡지는 매회 150만부를 발행하는데 그 중의 절반은 영국이 아닌 해외의 몫이라고 한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그 개관성과 공정함을 인정받는 주간지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코노미스트가 영국영어로 쓰이기 때문에 낯선 면도 있겠지만 격조 있는 고급영어라는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수학동아
초등 학교 때 구구단의 7단을 어려워할 때부터 애당초 숫자 쪽으로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대학 전공을 영문학으로 선택한 후 숫자를 만나지 않아서 좋았다. 성인이 되고 내가 혹시 원래는 수학에 재능이 있는데 학생 때 너무 무관심해서 수학을 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수학의 정석>을 늦게야 펼쳐보았다. 역시 ‘집합’에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단순히 숫자의 학문이 아닌 사람의 냄새가 나는 수학책이라고 해서 <수학 문명을 지배하다>을 들어봤다. 역시 수학의 문외한으로선 읽기 어려웠다.
<수학동아> 2013년 5월호의 Editor’s note를 읽고 그동안 내가 왜 수학을 잘 못했는지 알겠다. 지우개를 사러 문구점에 갔는데 맛있게 생긴 캐러멜이 있기에 입안에 넣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캐러멜이 아닌 캐러멜처럼 생긴 지우개 이었단다. 지우개를 누가 봐도 지우개처럼 보이게 만들지 않고 캐러멜처럼 보이게 만든 창의력이 그 지우개를 특별한 지우개로 만들었다. 수학의 본질(지우개)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처럼 보이는 수학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봐도 쓰디 쓴 맛없는 수학책과 씨름해왔다. 이 잡지는 수학과는 담을 쌓고 지낸 필자에게 처음으로 수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며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공부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개미의 움직임에서 페르마의 법칙을 배우고, 포인트 카드로 우수 고객을 예측하는 기업들의 비결은 수학의 통계분석법의 활용이라는 사실 등 을 볼 때 수학은 우리 실생활과 함께 호흡하는 학문이지 대학에 가기 위해 마지못해 공부하는 골치 아픈 장애물은 아니다.
독서평설
군대 제대 후 복학준비를 하면서 사촌동생의 방에서 이 잡지를 처음 봤다. 그때가 1991년 당시 고2인가 고3이었던 사촌동생은 그러니까 이 잡지가 창간되자마자 발 빠르게 구입을 했는데 그 안목이 대단했다. 당시 대입수험생의 대중문화로는 만화잡지 ‘보물섬’과 ‘드레곤 볼’이 압도적이었다. 그런 대단했던 ‘보물섬’이 요즘은 헌책방에서 추억의 골동품으로 분류되어 정가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독서평설>의 생명력은 정말 감탄스럽다. 더구나 수명이 특히 짧은 국내잡지계에서 대중잡지가 아닌 학습용 잡지가 이렇게 긴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독서평설>의 내용의 충실함은 인정한다. 당시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의 이 잡지를 몇 페이지 들쳐보고는 내용에 담긴 이 잡지의 혁신에 감탄했더랬다. 고등학교 교과서의 단 한 줄이나 한 문단에 주목해서 풍부한 배경자료와 원전을 제공하고 해설도 곁들인다. 논술과 심층면접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만한데 이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은 다소 어렵더라도 곁에 두면서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도 되고, 또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참 좋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꺼삐딴 리>를 비롯해서 많은 명작들을 이 잡지에서 처음 접하는 쾌거를 거뒀다.
National Geographic
원래는 미국국립지리학회의 기관지이지만 일반인을 위한 교양지로 널리 사랑받는 잡지다. 오랫동안 두고 볼만 한 좋은 잡지다. 지리뿐만 아니라 지구에 관한 모든 흥미로운 사실을 멋진 사진과 함께 제공한다. 사실 이 잡지는 눈이 즐거워지는 잡지다. 2012년 12월호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를 소개하고 있는데 내지로 접혀 있다가 펼치면 70cm정도의 길이로 펴지는 나무 사진이 일품이다. 뒷면에는 그 나무속에 사는 야생동물을 그래픽으로 담았다. 그래서 이 잡지만큼은 절대로 버리지 못한다. 또 중고책 시장에서 이 잡지는 높은 시세를 자랑한다. 영어에 전혀 문외한이라도 지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잡지를 일단 펼치면 ‘와!’ 하는 감탄사를 절로 내지른다.
씨네 21
고등학교 시절 읍내에 나가면 서점에서 사보던 영화 잡지 <스크린>을 아직 잊지 못한다. 누군가 <스크린>을 학교에 가지고 오기라도 하면 온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보고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을 오려가기도 해서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잡지였다. 종이 잡지의 위력이나 역할이 인터넷 시대를 맞아서 많이 약화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영화잡지로는 <씨네 21>만 겨우 살아남은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필자가 고교 시절 열광했던 <스크린>에서 일하던 평론가 ‘장성일’이 제대로 된 영화 잡지를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투자자를 찾았지만 그런 잡지를 만드느니 차라리 은행에 예금하는 쪽이 낫겠다는 비아냥거림을 까지 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돈은 안 되지만, 좋은 일’이라는 논리로 ‘대선주조’회장의 투자를 받아 1995년에 시작한 잡지가 <키노>이었다. <씨네 21>도 같은 시기에 창간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키노가 100호를 채우지 못하고 99호에서 결국 폐간되었는데 우리나라 문화계의 척박함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키노>는 폐간되지 십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이 오래된 잡지를 소중히 보관하고 틈틈이 읽는다. 지나치게 현학적이었다는 비판이 상당했지만 그 현학적인 비평에 열광한 마니아의 충성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키노>는 할리우드 스타의 스캔들이나 사생활에 많은 몫을 할당한 기존의 영화잡지와는 달리 작가주의 영화잡지를 표방하면서 영화학과 교수들의 논문집에 비견되는 수준 높은 영화비평을 실었다. 결국 독자와 광고가 줄어드는 문제를 만났고 내외부적인 여러 문제 때문에 폐간되기에 이른다. <키노>를 만들었던 관계자나 독자 모두에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키노>는 작가주의 비평에 기초한 심도 깊은 영화비평을, <씨네 21>은 대중성에 주안을 둔 편안하게 읽는 영화잡지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 양립한다면 독자들은 다양한 선택의 폭을 즐기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문화생활을 즐기지 않을까?
그나마도 <씨네 21>가 멀쩡히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인데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상황은 더욱 당황스럽다. 동네서점에서는 잘 팔지 않고 그렇다고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자니 배송료의 부담과 금방 품절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찌됐든 우리 문화계가 좀 더 활성화되고 다양한 콘셉트의 영화잡지가 등장하기 전까지 일단은 <씨네 21>만큼은 잘 지키고 볼 일 이다.
PAPER
흔히 20대 젊은 처자들이 좋아 할 만 한 감수성과 예쁜 디자인을 겸비한 잡지라는 말을 듣는다. 또 날이 갈수록 상업적으로 변해가지 않느냐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PAPER>는 대중적인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면서 진지함을 잃지 않고 잡지 특유의 시각적인 만족을 시켜주는 몇 안 되는 잡지중의 하나다. 2013년 7월호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인터뷰 대상이 뮤지션, 시인, 밴드, 시인농부다. ‘서울 레코드 페어 집중 취재기’, ‘개털이어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등의 기사는 젊은이를 위한 감성과 문화적인 충족을 만족시켜주고, ‘진지진지 열매를 먹고 쓰는 소년 만화 분석’이라는 읽을거리는 여느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들이 흉내 내기 힘든 지성에 대한 요구를 감당한다. 그러면서도 예쁘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잡지의 최우선 조건은 ‘과월호의 가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 만 지나도 재활용에 버려야 하는 잡지보다는 과월호가 되어도 가치나 실효성이 없어지지 않아서 오래 두고 읽어도 좋은 잡지가 좋은 잡지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PAPER>는 좋은 잡지임에 틀림없다. 이사를 갈 때 꼭 챙겨가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소장 가치’는 보유하고 있는 잡지다. 그래서 이 잡지는 유독 장기 구독자가 많고 부담 없는 선물로 친구나 지인들에게 권하기에 좋다.
월간 사진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미를 시작하면 먼저 장비를 최고로 갖추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필자가 한때 미친 듯이 심취했던 테니스와 사진에 똑 같이 ‘장비병’이란 용어가 존재한다. 라켓과 사진장비를 최고로 갖추고 신제품이 나올 때 마다 마음이 끌리면서 정작 본연의 기술의 향상에는 덜 관심을 가지는 ‘장비병’ 말이다. 그러다 보니 테니스나 사진의 인터넷 커뮤니티마저 ‘사진 사이트’가 아닌 ‘장비 사이트’가 되기 십상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나치게 ‘장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분류된다면 <월간 사진>을 권한다. 메이저 카메라 회사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 마다 특집기사로 제품에 대한 정보로 잡지의 태반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능위주의 사진 찍는 요령’에 관한 기사도 거의 없다. 다만 현대 사진의 흐름과 맥을 잘 집어주는 알찬 내용들로 지면의 대부분을 채운다.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사진과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모델 사진도 거의 없다. 인터넷 사진커뮤니티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현대 작품사진을 대부분 게재하는데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전시회를 따로 가야만 보는 사진을 잡지를 통해 다양하게 감상한다. 좋은 사진집과 사전관련책의 소개와 사진전시회에 관한 많은 정보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이다.
Highlights For Children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위해서 영어잡지를 생각하고 있다면 <Highlights For Children>은 좋은 선택이다. 이 잡지가 미국에서 아이(kids)를 대상으로 하지만 막상 국내 독자가 읽을라치면 만만찮다. 우리나라 영어교재에서 잘 다루지 않는 미국의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쉽고 꼭 필요한 표현과 어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낯설다. 그래서 읽기에 쉽지는 않지만 일단 익혀두면 매우 요긴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아이들로 하여금 좀 더 창의적이게 하고, 좀 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게 한다는 편집자들의 광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많은 읽을거리와 생각거리가 많은 좋은 잡지이자 영어교재이다. 이런 종류의 잡지가 국내 영어학습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한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영어공부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영어로 하는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vogue
순전히 독서가의 입장에서 패션잡지를 하나 봐야겠다면 <vogue>를 권하겠다. 솔직히 패션잡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미용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면 잘 들쳐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패션 트렌드를 익히는 목적이라고 해도 ‘사회 초년병에게 권하는 지갑’으로 120만 원짜리를 추천하는 기사를 보면 공감하기 힘들다. 그러나 적어도 독서가만큼은 매년 8월 달이 되면 <vogue>를 주목하자. 비록 남자라고 해도 말이다. <vogue>는 매년 8월에 특별부록으로 두툼한 ‘사진집’을 증정한다. 그것도 소프트커버가 아닌 제법 고급스러운 하드커버 <사진집>이다. 사진집은 소장가치가 높고 인테리어 효과(?)도 높아서 독서가들이 좋아하지만 가격이 비싼 탓에 섣불리 구매하지 못한다. 이러니 <vogue>의 사진집 부록은 정말 매력적이다. 게다가 사진집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고 8월 달 호의 부록으로만 제작이 되니 자연스럽게 ‘한정판’인 셈이다. 본질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vogue> 잡지 자체도 다른 패션잡지에 비해 패션에 약간 덜 치중하면서 여자들만의 대화의 소재가 되는 읽을거리가 많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부록 사진집은 입소문이 나서 구하려는 사람이 많은 탓에 제법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필자는<도시 그리고 여자>, <the show>, <fashion pet>이 세 사진집을 소중히 간직한다.
객석
최근 공연감상은 과거에 비해 그 애호가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기 위해서 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간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오페라, 뮤지컬, 연주회등의 클래식한 공연도 과거에 비해 그 수요가 많다. 공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만 기왕이면 그 공연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한다면 더욱 그 공연을 즐기게 된다. 애초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아니니 공부는 필수적이다. 공연문화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단행본을 통해서도 물론 얻는다. 그러나 단행본 책은 아무래도 담겨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도 좋지만 일부러 신경을 써서 일회성으로 정보를 검색해야하고 꾸준한 트렌드를 따라잡기 힘들다. 그래서 공연문화에 대한 정보는 ‘잡지 구독’이 더 좋다. <객석>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광고가 별로 없는 잡지라서 독자로서는 반길 만하다. 그리고 <객석>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가령 지휘자를 인터뷰하면서 단원을 뽑을 때 뭘 중점적으로 뽑는지, 공연 때 연주할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는 다음 음반은 언제 나오는지 등의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 많다. 다양한 공연의 리뷰, 그리고 클래식의 역사뿐만 아니라 새 음반에 대한 소개 등 공연문화를 즐기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담는다.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 간으로 발행하는 국내최고의 독서 및 출판 전문 잡지다. 잡지의 이름만 봐서는 독서와 책, 그리고 출판에 관한 잡지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분야별로 각 전문가가 추천도서를 소개할 뿐 만 아니라 출판계와 관련된 이슈를 심도 깊게 분석한 다양한 읽을거리는 이 잡지의 자랑거리다. 독서분야에 있어서 기사의 다양함과 추천 도서의 수 그리고 객관성에 있어서 그 어떤 매체보다 우위에 선다. 특히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로 유명한 출판평론가 고 최성일의 아내 신순옥의 연재기사인 ‘남편의 서가’, 세계 전자책 시장의 동향을 빠짐없이 소개하는 교보문고 류영호 차장의 연재기사 ‘세계 전자책 시장 읽기’ 또한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콘텐츠다. 도서에 대한 정기적인 정보가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일간 신문을 구독하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는 잡지라고 하겠다.
학교도서관 저널
<기획회의>를 내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또 다른 잡지다. 학교 도서관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하고 독서가들에게 뼈와 살이 되는 실용적인 정보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잡지의 가장 큰 미덕은 도서관 관계자와 독서교육 전문가를 비롯한 현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이 잡지에 참여하고 있고 추천도서를 다른 외부의 영향력이 없이 오로지 교사와 독서교육의 전문가들이 직접 읽고 토론을 거쳐서 선정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서 독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서평들은 상당수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서 작성해서 객관성이 담보되기 힘들거나, 오로지 칭찬 일색인 주례사 서평인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잡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 잡지가 강조하는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에 깊이 동감하고 ‘책 읽어주기’가 부모로서 권장사항이 아닌 의무라는 일침에 혼자 책 읽기에 몰두한 부모로서 부끄럽다. 물론 학교에는 엄연히 ‘독서’라는 과목이 존재하지만 이 책만큼 실질적이고 유용한 독서교육에 대한 방법론과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독서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밑 바탕이 되는 잡지라고 보는데 ‘책을 보수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기사는 이 책이 얼마나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한지 깨닫게 한다. 이런 잡지가 오래 살아남고 널리 읽혀야 우리 독서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
B
잡지 B 는 매월 전 세계에서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하나 씩 소개하는 특이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그리고 독자의 입장에서 광고가 전혀 없어서 반갑다. 물론 잡지의 콘텐츠보다는 오히려 광고를 더욱 눈여겨보는 독자도 있긴 하지만 광고가 전혀 없는 잡지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본다. 매월 단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다보니 그 브랜드의 생산품의 다양한 쓰임새와 실제 사용자의 사용 후기 및 현황을 빠짐없이 알게 된다. 단순히 유명브랜드라는 이유로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막상 실제로 그 제품의 장점을 모두 살리고 활용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 잡지는 제대로 된 물건을 사서, 제대로 사용하는 실용정신과 그 브랜드를 완전 해부하는 치밀함을 표방한다. 다수의 매체들과 심지어 제조업자조차도 자신의 제품에 대한 이미지와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정작 그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에는 미흡하다. 소비자교육도 주로 저렴하게 물건을 사는 일에 치중한 느낌이 드는데 구입한 물건을 제대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정보를 주는 일도 중요하다. 이 잡지가 소개한 브랜드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구브랜드로 유명한 LAMY, 선글라스 제조업체 RAY-BAN, 어른들이 더 열광하는 장난감 LEGO 그리고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고가 의류업체인 CANADA GOOSE, 미국의 국민 스포츠 용품 업체 인 WILSON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폭 넓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 하다. 각 브랜드에 얽힌 유래나 역사도 흥미로운데 스포츠 용품 업체로만 알고 있던 WILSON이 사실은 모기업이 육류가공업체이며 가축을 도살하고 나서 부산물을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테니스 라켓 줄이나 수술용 실을 생산하면서 스포츠 용품 회사로 거듭나는 뒷이야기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