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종종 드라마를 함께 본다. 아내는 드라마 내용도 내용이지만 드라마 세트를 유심히 본다. 가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벽지는 어떤 것을 둘렀는지. 또는 출연자들이 든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놓치지 않고 본다. 가끔 아내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보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더라. 신기한 것은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소품의 브랜드. 가격 등 정보가 인터넷에서 모두 나와 있더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왜 드라마 소품에 관한 궁금증은 이토록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지식은 이토록 찾기 어렵냐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나스타샤>에는 캐나다의 신기하고 재미난 문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정작 주인공들이 만나고 사랑을 나누며 정다운 이웃이 생활하는 동네라고 설정된 웰드릭에 관한 정보는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직접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캐나다의 작은 동네 웰드릭은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설정한 가상의 지명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포기했다. 내 책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소설을 읽고 나면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싶었다. 가령 <죄와 벌>에서 주인공 로쟈가 시베리아로 유배를 떠나는 것으로 나오는데 대체 시베리아 유형지는 어떻게 생겨났고 죄수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할 독자도 있기 마련이다.
또 <춘향전>에서 이 도령이 어느 날 갑자기 암행어사가 되어서 나타나는데 대체 이 도령은 과거 시험 정보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험에 합격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뿐인가.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 부인이 초대받은 귀족의 저택에서 대체 어떤 음식을 먹었길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상류층 사회를 꿈꾸며 일탈을 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의미하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말이 대체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안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리라. 따지고 보면 소설의 배경을 찾는 것은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즐겁게 읽고 소설은 온전히 내 몸속으로 소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는 이 과정에 작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