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인터넷에서 주꾸미 양념 구이를 산 모양이다. 그걸 반찬 삼아 저녁을 먹으라는데 한 눈에도 매워 보였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허기 때문에 허겁지겁 집어 먹는데 주꾸미 한 마리를 먹을 때마다 대접으로 물을 들이켜야 숨을 쉴 수 있겠더라.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그래도 매운 중독 맛 때문에 꾸역꾸역 다 먹긴 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물을 한 주전자는 마셔야 했다.

아내는 놀랍게도 그 매운 주꾸미 양념구이를 열 봉지는 넘게 비축해두고 있었다. 역시 함양박씨 33대 종부다운 큰 손을 자랑한다. 물론 나는 그 폭탄 덩어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다음날 역시 운동을 마치고 허겁지겁 배가 고파서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어제 그 주꾸미를 또 먹으려는지 그릇에 담아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내는 마치 흥이 잔뜩 오른 래퍼처럼 나에게 “이거 먹을래? 이거 하나도 안 매워”라고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순간 몸은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파르르 떨며 거부를 했지만, 아내의 간절한 표정을 보니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먹을래? 에 대한 답변을 들을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하나도 안 매워’라는 애원을 마침표도 없이 나에게 던졌기 때문이다.
아내의 그 불쌍한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무슨 영화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고아들이 굶주림에 지쳐서 자신들을 데리고 가서 숙식만 제공하고 일을 시키는 어른들을 향해서 이렇게 구걸하는 장면 말이다. “제발요, 저는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먹고요. 놀랄 만큼 적게 먹고 일을 잘해요”
독이 든 성배임을 알았지만, 묵묵히 아내가 건네준, 아내가 먹다가 지쳐서 건네준, 더 먹지는 못하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그 주꾸미 그릇을 사약을 받는 선비의 심정으로 받았다. 그 쭈꾸미가 절대로 맵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다만 나는 보았다. 아내가 조금 전 주꾸미구이 비빔밥을 제조할 때 내가 고추장보다 더 무서워하는 ‘치즈’를 듬뿍 넣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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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5-16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수라도 삶아서 넣어보세요 좀 덜 매울거예요 ㅎㅎ

박균호 2021-05-17 05:14   좋아요 0 | URL
네네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1-05-16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식을 인터넷으로 또는 홈쇼핑으로 주문하면 생기는 문제.... 전 다 못먹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매일 같은 것만 먹을 수는 없으니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해서요.
그래도 사랑으로 한번 견뎌보시라고 하고싶군요. 결국 아내님이 혼자서 저걸 다 드시게 되면 아마 그 원한이 상당히 오래갈듯하니 말이죠. 언제든 가정의 평화가 더 중요한법이랍니다. ^^

박균호 2021-05-17 05: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확실히 좀 그렇더군요 ㅎ
 

교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내 꿈을 어른들의 반대로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친척에게 원서를 아무 과나 넣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가 선택한 것이 영어영문학과였다


적성에 맞을 리가 있나. , 소설 따위를 배워서 뭘 하나 싶었다. 재미도 없었다. 입학하자마자 전과를 시도했는데 그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다. 2학년이 되면서 교직과정을 시작했는데 교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아무런 스펙이 없으니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 두자는 속셈이었다. 아니다. 그냥 영문학 공부가 싫어서 다른 뭔가를 공부하고 싶었다.

 

졸업은 했고 다른 일을 좀 하다가 대부분 공직자나 교사였던 집안 어른들이 반백수반 사기꾼으로 여기는 시선이 따가워서 마지못해 교사가 되기로 하고 어찌어찌하다가 또 교사가 되었다. 영어가 싫었고 교사가 되기 싫었는데 영어 교사로 평생을 살게 된 것이다.

 

내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영어 교사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고픈 욕심도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책을 내면서도 학교라든가 학생과 관련된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것들은 도망치고 싶었던 대상이었다.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은 로망이 있었으나 그런 재능이 없어서 책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를 썼다.

 

어쩌다가 출판사의 제의로 청소년 책을 내게 되었다. 출판사가 간곡하게 요청을 했고 또 특별히 다른 쓸 책도 없고 해서 쓰게 되었다. 역시 콘셉트가 어려웠고 억지로 다 썼는데 그 원고가 세종 도서에 선정되고 4쇄까지 찍은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의 편집자가 이직해서 또 나에게 집필 의뢰를 했다. 이번엔 더 본격적인 청소년 도서였다. 나를 이쁘게 봐서 집필 제의를 한 것이 고맙고 감동을 해서 또 계약했고 책을 냈다. 그 책이<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출판사 말로는 순항 중이고 하반기에 2쇄를 찍게 될 것 같단다. 감사한 일이다.

 

어제 대기업 계열사인 대형 출판사에서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20권짜리 아동용 전집 프로젝트를 하는데 집필자로 참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청소년용 책을 살펴보다가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이 눈에 띄었고 재미나게 읽었다고 한다.

 

오늘은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낸 출판사에서 또 다른 청소년 콘셉트로 집필 의뢰를 했다. 행복하고 또 행복한 일이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또 정신없이 쓸 생각이다


교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이젠 청소년 전문 저자가 될 처지가 되었다. 운명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니면 우리 집안과 처가를 관통하는 교사 유전자가 있나 싶기도 하고.

 

요즘 학교생활이 참 행복하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뭐든지 다 듣고 싶어요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노는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요.”라는 말을 들었다.

 

딸아이가 내게 해 준 우리 아빠가 최고야외 함께 내가 들은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말이었다.

 

운명에 순응하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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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14 2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좋은 책 쓰시고 중쇄 찍으시길 바래요~

박균호 2021-05-14 21:3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고맙습니다!!!

mini74 2021-05-14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럼 따님은 교사유전자에 저자유전자까지 !!! 베스트 아니 스테디셀러 작가님이 되시길 *^^*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신것 같아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

박균호 2021-05-15 04:25   좋아요 3 | URL
그 아이는 죽어도 교사가 싫다면서 커뮤니케이션 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05-14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과 작가, 두 분야에서 모두 즐거움을 느끼시면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무엇보다 행복하신게 최고죠 ^^ 축하드립니다~!

박균호 2021-05-15 04:25   좋아요 2 | URL
대단하진 않아요...근데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해요..

psyche 2021-05-15 0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좋은 선생님, 좋은 작가로 좋은 작품 많이 써주세요~

박균호 2021-05-15 09:13   좋아요 2 | URL
아..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5-15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글에서 행복이 뚝뚝 떨어져요.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

박균호 2021-05-15 10:08   좋아요 1 | URL
사실 고민도 많은 요즘인데 인생은 희비가 엇갈리는 극장인가 봅니다.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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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 멀리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아이는 본가에 올 때마다 제 엄마를 바라보며 묻는다. “엄마, 지금 행복해?” 딸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본인은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서울에서 좋은 친구와 즐겁게 대학 생활을 즐기지만 직장 생활을 힘겨워하는 제 엄마는 어쩐지 안쓰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행복이라는 단어는 그저 문서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개념이었을 뿐 실제 실생활에서 발화되는 생활 용어는 아니었다. 어쩌다 발화되더라도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거나 학문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 와서는 행복이라는 용어가 실제 생활 대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치맥을 즐기면서 , 행복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본인 삶의 행복 지수를 자주 말한다. 과거에는 행복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었지만 요즘은 경제적 풍요와 평안한 일과 삶의 균형, 여가 생활을 동반하는 물질적 상태를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이 취득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라이센스와 같은 것이 되어버려서 현대인은 누구나 SNS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하고 타인에게서 인증을 받아야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안도를 한다. 행복이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다니는 요즘의 세태는 확실히 행복의 부재함을 반증한다. 어떤 시대에 한 가지 개념이 유행하면 그 개념이 상실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한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가장 윤택하고 안전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현대인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 또 행복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풍요를 담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돈이면 최고라는 생각이 팽배하며 사람들은 무한정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 과연 돈은 행복은 보증수표인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은 분명 사람들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증진하는 것은 분명하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정도를 넘어서 비참해지기에 십상인 한국 사회에서 분명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참에서 벗어나는 것이지 행복한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 고소득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행복도는 비참한 상태를 벗어난 사람들 보아 낮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학자 김태형이 쓴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물질주의 행복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복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고 또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행복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금욕주의나 쾌락주의는 우리에게 영구적인 행복을 제공할까? 금욕주의를 대표하는 종교는 현생에서의 행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불교는 고통에서 탈피하는 그것을 목표로 삼으며 기독교는 현생 보다는 내세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르침이다.

 

쾌락주의도 항구적인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맛난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할 때 순간적인 행복감은 높지만 결국 쾌락에 대한 효과가 떨어지는 쾌락 적응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점점 강도를 높여야 하는 마약처럼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결국 그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의 쾌감은 느낄 수 없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를 읽으면서 감탄한 부분은 행복이라는 그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세간의 격언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달콤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시달리면서도 저 상사가 나를 잘 되게 하려는 것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갑질이나 부당한 일을 스스로 용인하는 것이며 현실 부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랑이를 보고 고양이로 스스로 위안하고 위로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원대한 꿈을 포기하는 대신 소확행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쾌락주의에 그 결을 함께 한다. 직장에서 성공하거나 더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꿈을 포기하고 점심 식사 후의 한잔의 맛 난 커피에 행복을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그 한계가 분명하고 참다운 행복에서 더 멀어지는 길이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조언하는 행복 심리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행을 더 가중했다고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말한다. 행복 심리학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미국인의 행복 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가 주장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결국,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 사회 속에서 보호받고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며 다른 사회 구성원을 도우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기생충처럼 다른 사람에 기대며 살지 말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도와주는 삶,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삶을 우리는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 안에서 구현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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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03 1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회 구성원을 도우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말에 큰 울림이 있네요~

박균호 2021-05-03 18:20   좋아요 1 | URL
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21-05-03 1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확행은 한국에서 아주 많이 오남용되는 말 같아요 다분히 의도적으로 특히 지난 그리고 지지난 행정부 시절에. 어차피 못 가질 것이니 포기하고 살아라 같은 느낌으로 사회나 정치에 관심 갖지 말고 쪽방에 살고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작은 노트북으로 봐도 자족해라는 식의 신문기사도 기억나구요. 행복이란 건 강요되거나 유행에 따른 것이 아니면 되면서도 소박함을 가장한 가난으로의 몰림도 가짜 같아요 행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고 돈걱정 좀 덜하고 할 일이 있고 취미를 즐기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균호 2021-05-03 18:21   좋아요 2 | URL
네 건강하고 건전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한 가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파랑 2021-05-03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특한 딸이네요. 소확행이 약간 개인적인 행복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게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박균호 2021-05-03 18:21   좋아요 3 | URL
네 제게는 과분한 자식입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1-05-03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말씀해주신 글 덕분에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행복‘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작게는 네 가지 범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
1-1. 개인이든 사회이든 행복을 가능한 추구해야 하며, 그 달성이 중요하다는 믿음
1-2. 행복 추구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충족도 어렵고 충족된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기에, 그 욕망 수준을 낮추어 행복을 달성해야 한다는 금욕주의

2. 행복은 지상최대 과제가 아닐 수 있다는 관점
2-1. 인간 삶의 진짜 목적은 행복추구가 아니며, 삶의 더 큰 목적을 추구할 때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도 있다는 생각
2-2.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면, 미래를 혁신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저하되기에 행복추구는 위험하다는 인식

하여튼, 저도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 네가지 범주를 종합하면,
˝그냥 행복(소확행)하면 됐지, 뭘?˝이라는 표현이 항상 옳지만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균호 2021-05-03 18:21   좋아요 4 | URL
네 그렇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이 책으로 행복이란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서 나름 의미가 있더라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5-04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오늘 읽은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행복은 왔다가 휙 사라지고, 요걸 이뤄 행복했다가도 다른 것이 없어 불행을 느끼게 된다며, 뭘 추구하지 말라더라구요. 그것이 불행의 근원이라고. 저도 거기 동의가 되더라구요.
마지막 정리 문장. 깊이 공감이요.
글고 따님이 넘 기특합니다.^^

박균호 2021-05-04 06:51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공감이 되는데요. 딸아이 칭찬 고맙습니다
 

서울 은평구 구립 <은뜨락 도서관>에서 6회에 걸쳐서 강연을 한다.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교재로 삼았다. 부모와 아이를 함께 청중으로 모신다. 나로서는 처음 겪는 강의 형태다. 


책이나 독서에 관해서 두리뭉실하게 썰을 푸는 지금까지의 강연과는 다르게 한 가지 주제에 깊게 파고 들어야만 하는 나로서는 버거운 과제가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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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16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시대배경이나 작가의 삶 등을 좀 알아야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책이나 강좌 소식은 참 반갑고 좋아요. 멀어서 ㅠㅠ 슬픕니다. 작가님 강의 멋지게 잘 하실겁니다 *^^*

2021-04-17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1-04-17 09: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퇴근하고 장거리 운전을 시작했다. 태백교육도서관에 강연하기로 했다. 경상도 교사들끼리 BYC라는 용어를 쓰는데 경상도를 대표하는 두메산골 지역이다. B(봉화), Y(영양), C(청송)를 말한다. 2시간 40분간의 여정이 청송, 영양, 봉화를 거친다. 그러니까 그사이에 BYC를 섭렵하는 셈이다.
과연 명성에 걸맞게 청송 지역을 지날 땐 마치 부탄의 산길처럼 아슬아슬한 낭떠러지가 길가에 아가리를 벌리고 나를 집어삼킬 듯이 버티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오금이 저렸다.
그러나 끊임없이 아름답고 오밀조밀한 풍경이 이어졌다. 가는 곳마다 한 폭의 산수화였다. BYC가 왜 양반 동네인지 알겠다. 누구라도 이 풍경을 보고 시 한 수 노래 한 곡이 떠오르지 않기가 힘들겠더라. 여기가 바로 한국의 별천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번을 잠시 내려서 풍경을 감상하고 가야겠다는 충동을 참았는데 강가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보고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내려서 한참을 구경했다. 마치 내가 열하일기를 쓰는 기분이었다.
객주문학관을 보았고, 딸아이가 꼬맹이 시절 여행 갔던 송소고택을 다시 만났으며 그림 같은 저수지를 끼고 있는 학교를 보고 감탄을 하였다. 마침내 태백을 만났을 때 박지원이 북경에 도착한 기분을 알겠다. 북경처럼 웅장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고즈넉하고 또 고즈넉한 곳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청중을 초대하지는 못해서 강연장의 분위기도 고즈넉했다. 뭔가를 열심히 한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2시간의 강연을 쉬어갈 것인지 아닐지 청중분들에게 물어본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두서없이 이야기했는데, 준비한 분량의 반밖에 하지 않았는데 강연시간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율리시스>가 어쩌다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에 대한 썰을 푸는 것으로 쫓기듯이 강연을 마쳤다. 저번 증평도서관에서도 그랬는데 이제 막 더 재미난 이야기를 해야 하게 된 순간에 강연을 마치게 되었다. 저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역시 ‘아쉽고 또 모시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다. 본의 아니게 강연을 이어나가는 프로의 수법을 발휘한 것인가?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강의를 마침으로써 또 초청을 받는.
돌아오는 길이 멀고 늦은 시간이라 강연을 까마득히 잊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에 우연히 전날 내 강연에 참석했던 분의 후기를 읽게 되었고 그제야 내가 어제 무슨 엉뚱한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강연 내내 메모를 했고 정리를 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려놓고서야 잠자리에 드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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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6 13: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BYC ㅎㅎ 저 동네 한번 가려면 왠만한 강원도보다 멀어요. ㅎㅎ 근데 정말 경치가 끝내주긴 하더라구요. 저 먼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시고, 다음날 또 출근하신거예요? 아 정말 대단하세요.
그래도 가신 김에 하루쯤 묵을 수 있는 날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


박균호 2021-04-16 13:59   좋아요 2 | URL
네 풍경이 너무 아름답더군요. 출근때문에 자고 올 수가 없었어요 ㅠ

2021-04-16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6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6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1-04-16 16:18   좋아요 1 | URL
네 격려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04-16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싶었는데 블로그 주소가 빠져서 못 봤어요~ 안 읽어도 멋진 강연이었을 거 같네요!
BYC 나온김에, 저는 C에 산 하나를 가지고 있죠. 훗~ 아부지가 35년 전에 개발되면 엄청 오를 거라고 해서 500만원 주고 사신 땅인데, 지금 시가는??? 두구두구~ 500만원..ㅋㅋㅋㅋ 그 산골이 무슨 개발은.. 한마디로 사기당한 거죠. 그 돈으로 집 한 채나 사두셨음 지금 엄청 부자됐을텐데..ㅋㅋㅋㅋㅋㅋ

박균호 2021-04-16 22:45   좋아요 1 | URL
언젠가는 오르겠죠/ ㅎㅎㅎ 그래도 부러운데요. 블로그 제일 마지막줄 클릭하면 열립니다.ㅎㅎ

그레이스 2021-04-17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의 잘 들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하시네요

박균호 2021-04-17 15:55   좋아요 2 | URL
아 감사합니다... 오늘 제 인생에 가장 힘든 수업이었어요 ㅠㅠ 엄청 버벅 됬어요 ㅠ

그레이스 2021-04-17 15:55   좋아요 1 | URL
전혀 그렇게 안 보이셨어요

박균호 2021-04-17 16:00   좋아요 2 | URL
앗...그런가요? 아...듣는 사람들이 지금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ㅠㅠ강의했어요...그래도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