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의 물성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새책주의자다. 절판이라 새 책으로는 도저히 못 구할 때 만 헌책을 산다.
그런 내가 쓴 열여덟 번째 책,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은 개인적으로 오래된 로망 하나를 실현한 책이다. 띠지가 있는 책!!r교보문고 MD 구환회 작가 책 〈독서를 영업합니다〉에서 띠지 이야기를 읽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띠지 하나가 ‘안 살 책’을 ‘사는 책’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취지였는데, 그 문장이 묘하게 오래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띠지가 있으면 책이 한층 더 예뻐진다. 좋은 띠지는 책에 버버리 코트를 입혀주는 것 같다. 실용성과 멋이 동시에 붙는다.
소규모 출판사이지만 대규모 출판사처럼 움직이는 그래도봄 출판사 오혜영 대표가 “책을 예쁘게 만들어야겠지요”라고 했을 때부터 마음이 들떴는데, 진짜로 표지에 공을 들이고 후가공을 하고, 띠지까지 만들어줬다. 진흙 같던 원고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된 느낌이다. 책이 ‘내용’만이 아니라 ‘모양’까지 갖추는 순간이 이렇게 고맙구나 싶었다.
요즘 내 책 화면을 매일 캡처한다. 교보문고에서는 국내도서 순위권에 들어가 있고, 예스24 판매포인트는 6,500점을 넘겼고, 알라딘은 4,500점을 넘겼다. 이런 숫자들이 내 책에 찍히는 경험은 처음이라서 자꾸 확인하게 된다. 여러모로 감사한 나날이다.


아주 오래전, 포대에 둘러싸여 누워 있던 조카를 보며 세상 따뜻한 미소를 짓던 매형이 떠오른다. 요즘 이 책을 바라보는 내 표정이 아마 그때랑 비슷할 것이다. 집에 두면 마음이 밝아지는 물건이 있다면, 이 책이 딱 그런 쪽에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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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6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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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5-12-16 20:4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