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요”!
이웃 마을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네 서점 주인에게 들은 말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소리다. 누구에게도 낯선 말일 것이다. 그 동네 서점 주인은 내가 사는 마을에 있는 큰 참고서 서점에서 독립해서 단행본 중심으로 자신의 서점을 열었다.
그 양반은 “책이 없으니까 서점에 오지 않는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지방 동네 서점은 그 양반 말마따나 진열된 책의 70~80%가 참고서다. 그러니 책을 좋아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서점에 가봐야 읽을 만한 책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말인데 과연 일리가 있다.
그 양반의 서점에는 민음사 전집이 수백 권 꽂혀 있었다. 웬만한 동네 서점에는 그 자리에 문제집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서점 주인의 말이 이어졌다. 동네 서점에 단행본을 많이 비치하면 독자들은 인터넷 서점보다 동네 서점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택배를 받고 상자를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 않느냐? 과연 듣고 보니 그렇다. 인터넷 서점이 편한 것 같지만 택배 상자를 분리수거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물을 보지 않고 주문했으니 막상 실물을 접하고 실망하는 때도 많지 않은가. 산책하다가 동네 서점에 들러 실물을 들춰보다가 구매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간편하고 안전한 책 구매 방법일 수도 있다. 어쨌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많이 팔려서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나 또한 행복해졌다.
문제집을 주로 취급하다 보면 학교에 가서 영업을 해야 하고 수십 권의 책을 직접 옮기고 하는 노동도 뒤따른다는 말에 고개를 꺼들이게 된다. 그 서점에서만 백 권이 넘게 팔렸다는 “불편한 편의점”을 쓰다듬으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 주인장에게 참고 있던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왜 내 책은 한 권도 없는 겁니까?”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