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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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보고 싶었던 책. 추석연휴동안 집에 가면서 오면서 읽었다.

침대맡을 책들로 쌓아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읽는다는 라디오 PD인 저자. 순간 내 침대옆에 놓인 책들을 보니.. 벌써 몇달간 백페이지를 못넘기고 있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역시, 뚱뚱하여 몇페이지 못 읽은 <강의> (이 책은 정말 침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랑과 잔혹의 역사>( 서평단 도서로 받음), <월든> (역시 침대와 어울리지 않음) 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 침대는 머리맡에 뭔가를 놓아둘 공간이 없어서 옆에 방바닥에 쌓여있는 상태..

내가 읽은 소설들이 많이 나와 반가웠다. 또, 놀라운 기억력. 아니면 기록들..일지도. 소설의 한장면을 일상과 잘 매치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에 감탄을.

세상의 소설들을 두가지로 나누면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것과 자신의 고독을 다룬 것으로 나눈다는 말에 공감을. 세상에, 소설속에 이렇게 많은 사랑의 장면을 다룬 것들이 많았다니 놀라웠다. 특히, 밀란 쿤데라가 사랑에 대해 많이 썼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다른 책들을 잘 소개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일관성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적어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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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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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은 책 뒷장에 이 책에 대한 찬사들에서 발췌했다. )

맙소사, 이 책 너무 좋다. 어린시절부터 대학생때까지의 독서역사를 펼쳐놓은 이 책은 한 인간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도 책이 그 인생의 중심에 있다. 작가의 필력 또한 굉장히 좋아서 어찌나 재밌는지 더운 요 며칠 밤마다 침대에서 이 책을 끌어안고 야금야금 아껴읽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가끔 나는 이렇게 읽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나.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정도는 저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에서 은근히 승부욕이 발휘되는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열광적으로 책을 좋아할 수 있다니, 또 책에 대한 그 세세한 기억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온몸에서 읽을 거리를 찾아내는 광선이 발사되고 있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때문에 박장대소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서 엄마의 독서회원증을 몰래 빼내서 책을 빌리는 장면, 진정한 스승인 브리올라 선생과의 추억 (브리올라 선생님은 겨우 삼십대초반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영문학을 선택하게 되기 까지의 학업의 방향에 있어서의 방황 등. 단지, 어떤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듯 나열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제철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더다의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도 나의 아버지에게서 그렇게 비슷한 점을 느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페이지를 몇번씩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데 어떤 무언가가 강렬하게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은 참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재미를 얻기 위해서 책을 찾아헤매이던 나날, 누군가에게 난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과시욕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했던 나날,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위로받고 싶어 책을 찾았던 나날, 그 모든 나날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한 권씩 읽고 있는 책들이 내 인생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기를..

 ( 이 책을 읽고 나서 지루할 것 같아 읽기를 미뤘던 소로우의 <월든>을 주문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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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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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늘 읽고 있지만 늘 불안(?)한 이유는 무얼까.

서점에 가면 쏟아져나오는 신간들에 한숨을 쉬고, 늘 읽고 있지만 한권이라도 더 읽을 수 없음에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강박증을 벗어나야 독서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곤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5,6년 전부터 읽은 책을 엑셀로 만들어서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_-; 그리고 연말에 비교적 많은 권수를 읽은 해는 혼자(!!) 뿌듯함에 만취해 있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 아무도 당신이 한해에 몇권을 읽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문장을 읽고는 정말 그렇네 하고 생각했다. 그렇다. 아무도 내가 몇권을 읽는지는 관심이 없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망때문에 생긴 버릇중에 소설을 읽다가 풍경묘사와 같이  읽지 않아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는 부분은 대충 훑는 버릇이 있다. 이것 역시 이 책에서 지적당했다. ㅋㅋ

덜 읽어도 깊이 읽고,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대충 빨리 읽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이 남는다는 데 동의한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뒷부분에 일본문학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직접 발췌해 실어놓고 슬로리딩을 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는 점이다. 소설의 한문단을 읽어도 어떻게 깊이 사색할 수 있는지가 나와있다. 일반인이 읽어도 좋지만, 언어영역을 공부해야하는 중고생학생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난 많은 책을 읽어버리고 싶다. 게걸스럽게 말이다. 이 욕망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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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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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삶의 전반적인 내용을 책으로 접하고자 하는 것이 평생에 걸친 내 책읽기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대단히 큰 즐거움과 희열이 따른다. 삶에서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욕망만 없앨 수 있다면 이런 즐거움으로 한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그런가? 그런 태도 역시 어떤 빗겨 가기, 어떤 회피의 태도는 아닐까?

멋진 남자 김갑수의 책을 이제서야, 처음으로 들여다봤다. 대충 맛만 봐야지 했다가 화들짝 열광하게 되었다. 홀딱 반해버렸다는 이야기다. 독서에세이류를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재밌었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김갑수의 머리속 이곳저곳을 헤매이다가 위 단락을 읽고서 깜짝 놀랐다. 내가 전에 했던 생각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삶에서 꼭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 아니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정말 무엇이 되고 싶어서 간절했던 것이 있나 싶다. 나는 그저 오래된 책이 가득한 동네도서관을 누비며 먼지 냄새를 맡으며 찾아내는 책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 같다. 이런 즐거움과 함께라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일이 그렇게 재밌지 않아도 이 인생이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경제활동, 소통할 수 있는 몇안되는 친구만 있어도 내 삶은 의미있을 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태도 역시 어떤 빗겨 가기가 아닐까. 좌절된 꿈에 대한 나만의 변명은 아닐런지.

글솜씨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수많은 책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면서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정말 목적과 방향없는 삶이라도 괜찮은걸까. 10년후의 나는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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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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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마녀의 한다스>를 매우 재밌게 읽었었다. 동시통역가이면서 번역가였던 그녀가 얼마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떴다는 걸 알았을 때 이제 좀 우리나라에 좋은 책들이 소개되는구나 했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이 책은 대단한 독서가인가 그녀의 독서일기나 서평 모음집이다. 내가 읽은 이런 류의 책 중엔 아마 가장 두꺼운 것 같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책들이 이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안타까운 건 대게가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 혹시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이 책을 펼쳐본 사람은 조금 실망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대단하다. 자기가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가 꽤 빠르다고 밝히는데 읽는 속도는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권을 읽었다고 말한다. 하루에 일곱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거의가 모르는 책이어서 지루한 점도 있었지만 가끔 내가 읽은 일본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정말 반가웠다. <인더풀>,<공중그네>,<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대한 서평이 그랬는데 책에 대한 전문가가 이런 소설들에 서평을 썼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온다리쿠에 대한 언급중에 소설의 인구밀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도미노>라는 소설을 말했는데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있나 모르겠다. 그밖에,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것, 통역가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언어 실력을 갖추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 나라 소설을 잘 읽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찡했던 것 자신의 병인 난소암을 치료하면서 읽었던 암에 관한 책에 대한 얘기다. 죽기 직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중에 어떤 치료법들은 거의 가망없는 자기자신에게도 적용해 보았고 그 결과나 심정, 병의 증세등도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 책이 대단한 책인데는 이런 책을 읽어낸 대단한 독서가가 있기 때문인다. 더불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고 난 후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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