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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어느 소년의 눈물을 몰래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의 소녀적 눈물을 생각해보았다. 그 때 흘렸던 눈물은 생생하게 누군가의 기억에 의해서 다시 되살아난다. 신기하게도 20대의 기억들은 잘 나지 않는데 오히려 그 이전 어렸을때의 기억들은 아주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었다. 엄마가 외판원의 꼬임이 넘어가 사버린 문학전집 그 책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내 눈물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 눈물은 아픈 것일수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것일수도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소공녀, 왕자와 거지, 홍당무, 퀴리부인, 베토벤, 이 두서없는 책들의 세계는 소녀의 가슴속에 하나둘 박혀 들어와 하나씩 눈물을 만들어 나갔다.
어른이 된 소녀는 지금도 책을 참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다 못해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장소도 서점과 도서관을 제일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가슴이 아팠다. 한 사람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인데 나는 왜 가슴이 아리고 아프기까지 할까. 유년시절 내 눈물을 보아서였을까. 문학전집을 사줬던, 꼬마니꼴라를 시리즈 별로 사달라고 조를때마다 사주셨던 나의 엄마는 어느덧 중년을 훨씬 넘겨 머리는 희끗희끗 여기저기 아픈데도 늘어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엄마를 생각하니 또 가슴이 더 아파진다. 에이..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