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책 뒷장에 이 책에 대한 찬사들에서 발췌했다. )

맙소사, 이 책 너무 좋다. 어린시절부터 대학생때까지의 독서역사를 펼쳐놓은 이 책은 한 인간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것도 책이 그 인생의 중심에 있다. 작가의 필력 또한 굉장히 좋아서 어찌나 재밌는지 더운 요 며칠 밤마다 침대에서 이 책을 끌어안고 야금야금 아껴읽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가끔 나는 이렇게 읽어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나.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정도는 저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에서 은근히 승부욕이 발휘되는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열광적으로 책을 좋아할 수 있다니, 또 책에 대한 그 세세한 기억들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온몸에서 읽을 거리를 찾아내는 광선이 발사되고 있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때문에 박장대소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서 엄마의 독서회원증을 몰래 빼내서 책을 빌리는 장면, 진정한 스승인 브리올라 선생과의 추억 (브리올라 선생님은 겨우 삼십대초반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영문학을 선택하게 되기 까지의 학업의 방향에 있어서의 방황 등. 단지, 어떤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듯 나열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제철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더다의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나도 나의 아버지에게서 그렇게 비슷한 점을 느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페이지를 몇번씩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데 어떤 무언가가 강렬하게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은 참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한 재미를 얻기 위해서 책을 찾아헤매이던 나날, 누군가에게 난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과시욕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했던 나날,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위로받고 싶어 책을 찾았던 나날, 그 모든 나날이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 지금 한 권씩 읽고 있는 책들이 내 인생을 이끌어가는 힘이 될 수 있기를..

 ( 이 책을 읽고 나서 지루할 것 같아 읽기를 미뤘던 소로우의 <월든>을 주문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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