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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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삶의 전반적인 내용을 책으로 접하고자 하는 것이 평생에 걸친 내 책읽기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는 대단히 큰 즐거움과 희열이 따른다. 삶에서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욕망만 없앨 수 있다면 이런 즐거움으로 한 인생을 살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그런가? 그런 태도 역시 어떤 빗겨 가기, 어떤 회피의 태도는 아닐까?

멋진 남자 김갑수의 책을 이제서야, 처음으로 들여다봤다. 대충 맛만 봐야지 했다가 화들짝 열광하게 되었다. 홀딱 반해버렸다는 이야기다. 독서에세이류를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재밌었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김갑수의 머리속 이곳저곳을 헤매이다가 위 단락을 읽고서 깜짝 놀랐다. 내가 전에 했던 생각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삶에서 꼭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 아니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정말 무엇이 되고 싶어서 간절했던 것이 있나 싶다. 나는 그저 오래된 책이 가득한 동네도서관을 누비며 먼지 냄새를 맡으며 찾아내는 책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 같다. 이런 즐거움과 함께라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일이 그렇게 재밌지 않아도 이 인생이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경제활동, 소통할 수 있는 몇안되는 친구만 있어도 내 삶은 의미있을 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태도 역시 어떤 빗겨 가기가 아닐까. 좌절된 꿈에 대한 나만의 변명은 아닐런지.

글솜씨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수많은 책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면서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정말 목적과 방향없는 삶이라도 괜찮은걸까. 10년후의 나는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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