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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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사라 월터스는 정말 놀라운 이야기꾼이다! 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매료되었다. 이 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읽기 시작했던 탓에 그랬을지는 몰라도,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추리소설을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핑거 스미스'란 도둑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수는 도둑의 집안에서 자라나지만 순수한 마음만은 잃지 않는다. 책 표지에 함께 등장하는 장갑도 내용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소품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모드를 의미하는 소품인 것이다. 수와 모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미리 이야기를 안다면 읽는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에, 나의 느낌을 중심으로 서평을 서술해보고자 한다.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마치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풍겼다. 평소에 영화로도 좋아해서 DVD로도 소장하고 있는 작품인데, 주인공인 수가 올리버라고 하면 적절할 듯 하다. 다소 지저분한 일을 하는 환경속에서도 아주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수는 어떻게 보면 온실의 화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똑똑한 머리로 제 앞가림은 제대로 하는 아이이다. 연약해보이지만 강인한 그녀의 캐릭터는 내가 꼭 닮고 싶은 이미지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리버리해보였지만 갈수록 마음에 드는 인물로 누구라도 나중에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모드는 굉장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숙녀로 연약한 캐릭터이다. 누군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험한 세상을 헤치고 나갈 수 없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조금 답답해보이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 역시 그녀만의 매력을 가득 지니고 있다.
 
이 두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이끌어 나가는 이 소설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하며 마치 내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평소에 이 시대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일지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이며 인물들이 사랑스럽다. 두 여성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성격 또한 분명하고 개성적이라 절대 헷갈릴 우려가 없으며 어렵지도 않아서 굉장히 빠르게 읽힌다. 스토리 자체는 전혀 끝을 예상할 수 없는 복잡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런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겪은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레즈비언 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굉장히 신선하다. 내용이 그리 가볍지는 않지만 절대 눈을 뗄 수 없는 소설로서 색다른 추리소설을 읽어보길 원하는 분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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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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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터팬'은 어릴 때 한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상상의 나라인 네버랜드에서 벌이는 피터팬과 후크 선장의 대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때는 무조건 착한 것은 피터팬이고 나쁜 악당인 후크 선장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다. 권선징악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그 시절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피터팬은 왠지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어른의 상징인 후크선장의 옷을 입고 있는 그를 보라.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피터팬은 순수한 어린 아이라서 나뭇잎 옷만 입고 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리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피터팬이 아니다. 물론 코트 밑으로 살짝 나뭇잎이 보이기는 한다.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동심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처음 부분에는 웬디의 동생인 존이 등장한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옛 시절의 아이들이 변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터팬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피터팬은 아이들을 위해서 새롭게 각색한 책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어투라든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보면 피터팬의 원본은 어린이용보다 상당히 다른 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 후편격인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어투에 적응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피터팬을 만나서인지 아주 조금은 실망감도 들었다. 이렇게나 버릇없는 아이가 피터팬이었다니, 아주 잘 교육을 받은 어른인 나로서는 피터팬이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버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표지에는 '위험에 빠진 네버랜드를 구출하라' 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이야기는 피터팬의 또다른 모험담이다. 무조건 후크 선장만을 무찌르려던 피터팬이 아닌, 조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은 차마 알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른이란 이런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그렇게 따지면 정말 피터팬이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마음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소감은, 이 이야기는 어른용이라는 것이다. 제목을 흘낏 보면 어린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사실 내용이 그렇게 교훈적인 것은 아닌지라 어린 시절 피터팬을 좋아했던 어른이 읽으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본다. 그리고 각 장이 시작되는 부분의 흑백 그림자 그림은 꽤 섬세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색상을 넣지 않고도 이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책과 동시에 출간된 '피터팬'도 읽어보고 싶다. 완역본을 읽으면 '돌아온 피터팬'을 이해하는데도 한층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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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하는 神의 나라 - 일본 지배세력의 정신세계
노 다니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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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빨간색의 강렬한 표지였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 그림자에 반짝거리는 코팅 책표지라니. 왠지 이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정치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관심하다. 뉴스를 보면 나오는 것이라고는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뿐이고, 입으로는 항상 국민들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정작 실생활을 보면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기는 커녕 물가는 나날이 오르기만 할 뿐이니 '정치'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논제였던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국의 정치상황도 외면하고 있는 내가 일본의 정치, 역사 문제를 읽고 있다니 말이다. 처음에는 왠지 모르게 꺼려졌지만, 차츰 읽다보니 나름대로 재미있고 그동안 머리 아픈 문제를 너무 외면해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전체적인 문체는 담담하다.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극히 사실로 판단되는 부분만 수록해놓았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작가는 다큐멘터리의 해설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일본에는 이러한 극우 세력들이 있으며 또한 그들이 실제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이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나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마치 잘 정리된 한 권의 신문 기사를 읽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본인들의 극우 성향이라든지, 정치가들의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게된 것 같다. 매번 단편적으로 뉴스에서 나오는 사실만으로는 그들이 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일본인들을 이해하고 그 발언들의 배경을 알게 되어 오랜만에 한아름 지식을 얻은 듯한 기분이다. 물론 일본인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인들이 역사적인 문제를 감정적으로 해결하려든다고 하는데 이 말도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다혈질인 사람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든다면 국제사회에서 정식 의견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보다 일본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옛 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현재 일본의 극우 세력들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정치의 'ㅈ'도 몰라도 상관없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사람들을 고려하여 차분한 목소리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없는 것도 아니니 시사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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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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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돈키호테'가 생각난 것은 책 제목 때문일까. 멋진 가우디의 건물이 표지로 나와있어서 그랬을까. 아무튼 작지만 두툼한 두께가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여행에 관련된 책을 즐겨 읽는 나도서는 상당히 끌리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유럽은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뭔가 막연한 동경도 가지고 있다. 유럽이라면 독특한 그만의 분위기와 함께 멋진 라이프 스타일이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일단 이 책은 올컬러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린 그림으로 가득하다. 말하자면 1년간 바르셀로나에서 생활한 오기사의 일기장이다. 그 곳에서 살면서 느끼고 본 것들을 가득 담아 두었다. 왠지 자유로울 것만 같은 외국 생활에서 남모를 어려움도 느껴졌다. 게다가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작가의 이력 또한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공감을 느끼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듯 하다. 처음에는 왜 '오기사'일까.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기사'이다.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오기사'라는 것도 그리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선이 조금 구불거리기는 하지만 대상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는 스케치도 마음에 든다.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는 시각으로 적절한 비례로 그리는 것이 열심히 수련을 한 흔적으로 보인다.

 

 

요즘 건축을 전공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인데,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고 있는 오기사가 나름대로 부럽기도 하다. 그냥 처음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 같다. 그래서 오기사가 아직 방랑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그는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믿는다.

 

 

혹시나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 곳에서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작은 정보가 가득 들어있으니 말이다. 혼자서도 먹기 좋은 카페, 바, 걷기 좋은 거리 등등. 하나의 도시를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한두달의 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잠시라도 바르셀로나에 푹 빠지고 싶다면, 외국 생활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또 마음에 드는 점 하나! 양쪽을 활짝 펼쳐도 절대 책이 갈라지지 않는 제본이다. 책 하나도 꼼꼼하게 만드는 출판사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오래 보관해도 색이 바래지 않을 고급 내지도 책장 넘기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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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3집
신승훈 노래 / 라인(우퍼엔터테인먼트)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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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서야 이 앨범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신승훈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앨범이 나올 당시에는 내가 어려서 노래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음반을 듣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지금과는 약간 다른 음악의 색깔이 느껴진다. 요즘 음악보다 에코(Eco)도 많이 들어간 것 같고.... 아무튼 이 음반에서 신승훈은 대부분의 곡을 작사,작곡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수록곡 중에 '소녀에게(Hey Girl)'은 산뜻한 발라드로 최근 발매된 베스트 음반에 실린 버전이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원곡을 실제로 듣는 기분도 색다르다. '로미오& 줄리엣'은 콘서트장에서 종종 이용되는 곡인데, 원래 곡은 생각보다 차분(?)해서 다소 놀랐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음반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처음 그 느낌처럼'이다. 이 노래만큼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지금의 감성에도 잘 들어맞는 것 같고, 멜로디도 자연스러워서 좋다. 신승훈의 여린 목소리와 잘 어우러진 곡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활동이 좀 뜸하지만, 그의 열정적인 무대 매너와 명곡들은 현재 인기 가수들의 그것들과 비교해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나중에 새로운 음반을 들고 나올 그의 모습을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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