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피터팬'은 어릴 때 한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상상의 나라인 네버랜드에서 벌이는 피터팬과 후크 선장의 대결.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때는 무조건 착한 것은 피터팬이고 나쁜 악당인 후크 선장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다. 권선징악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그 시절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피터팬은 왠지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어른의 상징인 후크선장의 옷을 입고 있는 그를 보라. 어딘가 어색하지 않은가? 피터팬은 순수한 어린 아이라서 나뭇잎 옷만 입고 사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리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피터팬이 아니다. 물론 코트 밑으로 살짝 나뭇잎이 보이기는 한다.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동심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처음 부분에는 웬디의 동생인 존이 등장한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옛 시절의 아이들이 변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터팬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피터팬은 아이들을 위해서 새롭게 각색한 책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어투라든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보면 피터팬의 원본은 어린이용보다 상당히 다른 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 후편격인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어투에 적응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피터팬을 만나서인지 아주 조금은 실망감도 들었다. 이렇게나 버릇없는 아이가 피터팬이었다니, 아주 잘 교육을 받은 어른인 나로서는 피터팬이 옆에 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버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표지에는 '위험에 빠진 네버랜드를 구출하라' 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이야기는 피터팬의 또다른 모험담이다. 무조건 후크 선장만을 무찌르려던 피터팬이 아닌, 조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은 차마 알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른이란 이런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그렇게 따지면 정말 피터팬이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마음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소감은, 이 이야기는 어른용이라는 것이다. 제목을 흘낏 보면 어린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듯 하지만, 사실 내용이 그렇게 교훈적인 것은 아닌지라 어린 시절 피터팬을 좋아했던 어른이 읽으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본다. 그리고 각 장이 시작되는 부분의 흑백 그림자 그림은 꽤 섬세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색상을 넣지 않고도 이런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책과 동시에 출간된 '피터팬'도 읽어보고 싶다. 완역본을 읽으면 '돌아온 피터팬'을 이해하는데도 한층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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