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타 왕조현
유경선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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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한마디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국의 영화 마케팅 업계의 현실을 다소 과장시켜서 보여준 솔직한 소설이다. 영화에 대해서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관객으로서 영화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어떤 방법으로 홍보되고 있는 사실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가 이렇게 복잡한 인간 심리들을 거쳐서 홍보되고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나니, 우리나라 영화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존경스러워진다. 어떤 업계에서나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화려한 스타의 이면에는 온 몸이 땀에 젖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제목으로도 등장하는 왕조현은 결코 뛰어난 커리어우먼이 아니다. 소설의 첫 등장에서부터 사고뭉치로 아마 이 책의 절반은 그녀가 저질러놓은 사건 사고들로 채워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딱딱 맞추어서 사고들이 줄줄이 이어지는지, 독자로서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으니 마냥 그녀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내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데, 또 결국은 그녀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주인공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수투성이인 그녀가 왠지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나뿐일까? 하루라도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심심한 영화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 모습또한 같이 보게 된다. 때문에 공감가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직장인의 삶이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냥 월급이나 받아 챙기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세상은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원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고 멋지게 상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고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후배 견제까지. 세상을 살아가기란 그리 만만치 않다. 왕조현은 이 모든 사건들을 한꺼번에 겪으며 30대 초반의 격동기를 겨우겨우 헤쳐나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난 하루만에 이 책을 다 해치워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덮기에는 조금 씁쓸함이 남는 그런 책이다. 아마 열심히 사는 왕조현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타는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이라는 긴 영화 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나 자신만 될 수 있다. 보다 멋진 모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매일매일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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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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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바지는 참으로 무난한 패션 아이템이다. 뭘 입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 편하게 입고 싶으면 꺼내입는 것이 바로 청바지이다. 청바지가 이미 한 벌 있으면서도 계속 사게되는 것도 습관인 것 같다. 완전 타이트하게 붙는 스키니에서부터, 조금은 길게 보인다는 부츠컷, 정말 편하게 입고 싶을 때 가끔 꺼내 입는 일자 통바지까지. 그래도 청바지는 약간 타이트하게 입는 것이 가장 예쁘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거의 10년 이상을 입으면서도 청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청바지에 대해서 깊이있는 탐구를 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TBWA KOREA 신입사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실 나는 광고와는 전혀 관계없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이 분야에서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꽤나 감각적인 편집과 사고를 보았을 때, 실력있는 회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광고라는 업종 자체가 짧은 시간 내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이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청바지에 대해 조금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다양한 사진들로 멋지게 전 페이지를 올컬러로 인쇄했기 때문에 한 권의 예쁜 그림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청바지의 역사에 관해서 쓴 첫장이었다. 리바이스가 처음으로 청바지를 만든 회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는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았다. 그 당시의 광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바지 끝단에 있는 리벳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특허였다니, 신선하다. 이 책의 초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청바지의 이념에 대해서 논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진보적이면서 반항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나름 간단하면서도 조금은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솔직히 약간 지루했다. 화려한 사진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쉽게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청바지 하나에 무슨 의미를 그렇게 많이 담으려고 하는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그냥 패션의 일부로만 생각했던 청바지가 이렇게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청바지를 입는 사람들은 정작 이런 의미를 생각하고 입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어떤 이념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입었을지도 몰라도, 지금은 크게 의미를 담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지나치게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가 아닌 경우가 아닐때를 제외하고 언제든 입을 수 있는 청바지. 이 옷을 발명한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조금의 발상만 전환한다면 사람들의 생활속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그런 자취를 남길 수 있다. 청바지도 그런 부류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앞으로 청바지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다양한 타이포그라피 디자인 등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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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심리상자
스리쿠마 S. 라오 지음, 이은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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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같은 표지가 굉장히 시원해보이면서도 깔끔하게 돋보이는 책이다. 원래 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한 책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문체가 대화체로 되어있어서 친근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심리를 설명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찬찬히 읽다보니 나의 심리상자에 대해서 논한 책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복잡해서 한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정도로 사람의 심리 상태는 복잡하며, 자신의 심리에 대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이런 책이 나온 취지인 것 같다. 조금은 또렷하게 자신의 마음상태를 깨닫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수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매일매일이 할 일이 태산이고, 회사에서는 업무만 처리하기도 바쁜데, 언제 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있겠가? 이 책에서는 직장인들이 쉽게 접하는 문제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 친절한 조언자의 역할을 아낌없이 해내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자리에 앉아서 간단하게 종이와 연필만으로 할 수 있는 심리상자 조절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 어렵지 않아서 따라하기도 무척 쉽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의견에 의심을 갖지 말고, 일단 무조건 믿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저자도 나름대로의 시행착오을 거쳐서 쓴 책이기 때문에 이대로 한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오히려 지름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마음을 다스려라-'이다. 사실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부단히 연습을 한다면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확하게 내 마음 속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를 파악하면 문제점과 동시에 해결책까지 알 수 있다. 수없이 좋은 말들을 많이 나열하고 있지만, 이 책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려면 역시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이 책을 읽기는 했지만,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잠깐씩 읽다보니 환경적인 여건이 마련안되었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아직 이 책의 효과를 100%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왠지 마음이 홀가분하다. 굉장히 어렵고 싫은 일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모든 일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것만 깨달아도 충분히 책이 제 값어치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걸핏하면 화내거나 좌절하지 말고,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나 자신을 바라본다면 전혀 새로운 해결책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너무 머리가 복잡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얇지만 내용은 참으로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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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수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1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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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된 나무라고 하면 보통 어릴 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무엇이든 퍼주는 나무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나무는 이들과는 좀 다르다. 피비린내나는 일본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나무로서, 내내 왠지 섬뜩함을 감출 수 없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천년을 산 이 나무는 강산이 변하는 것을 100번은 봤겠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인만큼, 가지고 있는 사연도 많은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나무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의 출생이 너무나도 서글픈 탓일까, 아이를 잡아가는 나무로 유명해졌다. 이 나무의 출생을 알게된다면 아이를 잡아가는 나무가 된 것도 그리 이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심심했던 아이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실제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소설이 다 인상 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에 실린 에피소드인 '맹아'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인들이 잔인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토록이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차라리 단칼에 목숨을 끊어주는 것은 가장 자비로운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도대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잡으려고 한 사람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어느나라의 법도인지 모르겠다. 워낙 무사문화가 발달한 일본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피비린내가 강하게 나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조금은 삭막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이토록이나 우울한 소설집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맴도는 에피소드는 이 나무의 출생 배경이 된 가장 첫 이야기!

 

그 이후로 이 나무는 사람들의 수 많은 역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물론 따뜻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이들과 관련된 조금 섬뜩한 내용들이다. 특이한 것은 시대가 다른 두 이야기가 얽혀서 한 묶음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물론 단락 표시를 해놓았기 때문에 읽는데 혼동은 없다. 과거와 현재가 사람의 본성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일본 전통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책을 읽는데 계절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읽으면 딱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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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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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무지막지한 두께에 놀랐다. 이 많은 양의 소설을 언제 다 읽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일단 책을 펼쳐들고 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 부분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 들어있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든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무튼 굉장히 멋진 캐릭터가 주인공인지라,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보면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의 지성은 다른 사람보다는 날카롭고 뛰어나서 주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한다. 물론 그도 사람이기 때문에 때때로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있는 그의 착한 친구들은 항상 그를 도와주려고 한다. 잔잔하면서도 주인공들이 너무 예뻐서 끝까지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나스타샤'이다. 모두 그 나름대로의 힘든 사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그것이 아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서두는 웅장한 캐나다의 자연과 함께하는 플라이 피싱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의 직업이 교수라고는 하지만, 가르치는 일 못지 않게 이 사람이 좋아하는 취미가 바로 낚시이다. 나는 낚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일단 쭉 읽어나갔는데, 그의 낚시 철학을 읽고 있자면 낚시라는 취미가 상당히 재미있게 보인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낚시는 낚시대를 드라워내리고 같은 자리에 앉아서 무작정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플라이 피싱이라는 것은 얕은 강에서 하는 낚시로 물론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손 감각이 무척이나 중요한 기술을 요하는 낚시이다. 먹기 위해서 하는 낚시가 아니라, 단순히 물고기와의 대결을 통해 낚시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물고기가 상처입지 않도록 끌어올리는 것도 낚시꾼의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이다. 거대한 자연 안에서 낚시를 즐기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해 보인다. 필자의 묘사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마치 나도 그 자리에서 같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는 몇년 전에 미국의 국립공원을 직접 다녀왔던 터라, 북미 대륙에 있는 자연의 위대함은 어느정도 실감을 하고 있기에 더더욱 이들이 있는 그 장소가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졌다. 보다 생생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간단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커티지도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살짝 같이 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낚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다가, 소설의 초중반이 되면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주인공, 나스타샤가 등장한다. 실제 그녀의 이름은 나스타샤가 아니지만, 부르기 좋고 어감이 좋은 느낌의 이름이라 이 소설의 끝까지 그녀는 주인공에게 나스타샤로 불린다. 이름이야 뭐가 되었든 어떠랴. 그저 두 사람의 진심이 통하고 행복하게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나도 외로운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사실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바로 이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 본다면 처음 본 사람을 덥썩 집으로 들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조지는 그냥 나스타샤를 그렇게 자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나스타샤도 낯설은 타향에서 친절을 베푸는 조지가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이나 삽화가 없어서 나스타샤의 실제 모습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묘사를 보았을 때 보통 슬라브 여인들이 그러하듯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듯 하다. 아무튼 이들의 어려운 사랑 이야기가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서술된다.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결코 지겹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그리 늦지 않다. 주인공들은 그 뒤로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두리뭉실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결말 또한 깔끔한 느낌이라 이 책을 덮고나서 왠지모를 그리움과 여운이 아주 길게 남았다.

 

두툼한 하드커버 장정이 튼실하게 되어 있어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느라 조금 팔이 아팠던 것을 빼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슬픔이 가득 어린 듯한 느낌의 표지가 조금 우울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그리 우울한 느낌은 별로 없다. 주인공들이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들 나름대로 슬기롭게 해결책을 찾아간다. 그래서 독자들은 거기에서 삶의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

 

어릴때는 무작정 외국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깨닫는다. 꼼꼼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주변에 있어 줄 친구들과 가족들이 없다면 참으로 외로운 생활이 외국 생활이다. 필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들이 그대로 글에 옮겨져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긴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실제 작가의 경험에 조금의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다.

 

오랜만에 길지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평소에 소설을 그리 즐겨읽지 않는 독자라도 이 책이라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류의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의 하나인,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고 싶은 독자나 캐나다의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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