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수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1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천년 된 나무라고 하면 보통 어릴 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무엇이든 퍼주는 나무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마련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나무는 이들과는 좀 다르다. 피비린내나는 일본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나무로서, 내내 왠지 섬뜩함을 감출 수 없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천년을 산 이 나무는 강산이 변하는 것을 100번은 봤겠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인만큼, 가지고 있는 사연도 많은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나무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의 출생이 너무나도 서글픈 탓일까, 아이를 잡아가는 나무로 유명해졌다. 이 나무의 출생을 알게된다면 아이를 잡아가는 나무가 된 것도 그리 이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심심했던 아이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실제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소설이 다 인상 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에 실린 에피소드인 '맹아'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인들이 잔인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토록이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차라리 단칼에 목숨을 끊어주는 것은 가장 자비로운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도대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잡으려고 한 사람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것은 어느나라의 법도인지 모르겠다. 워낙 무사문화가 발달한 일본이 배경이라서 그런지 피비린내가 강하게 나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조금은 삭막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이토록이나 우울한 소설집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맴도는 에피소드는 이 나무의 출생 배경이 된 가장 첫 이야기!

 

그 이후로 이 나무는 사람들의 수 많은 역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물론 따뜻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이들과 관련된 조금 섬뜩한 내용들이다. 특이한 것은 시대가 다른 두 이야기가 얽혀서 한 묶음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물론 단락 표시를 해놓았기 때문에 읽는데 혼동은 없다. 과거와 현재가 사람의 본성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일본 전통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책을 읽는데 계절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읽으면 딱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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