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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웨어 ㅣ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으로 표지만 보고 이 책을 주문한 사람은 일단 받아본 순간, 어마어마한 책의 두께에 놀랄 것이다. 도대체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하지만 일단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순간, 그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찌나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책의 절반이 넘어가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실제와 환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소설이다. 아마 런던 지하에 이런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 글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난 어릴 때 인형들만의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종종 했었다. 이 소설을 사람들의 그러한 동심의 세계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게 해준다. 뭐, 동화속에 나오는 번지르르한 사람들이 아니라 왠 누더기를 입은 사람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이런 것이 더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만들지 않겠는가?
어릴 때 런던에 한 번 가 본적이 있다. 너무 어릴 때라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런던의 느낌이란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뒷골목에 정말 지하세계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실제로 런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법을 사용하는 해리포터보다, 왠지 평범한 나의 모습과도 닮은 리처드에게 더 공감이 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엉성한 펜화로 그려진 표지이지만, 나름대로 멋이 느껴지고, 또한 내부 디자인도 상당히 꼼꼼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시무시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읽어도 절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제본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든다. 복잡한 일상을 탈출하기를 꿈꾸고 있다면 당장 이 책을 손에 잡기를 권한다. 단번에 멋진 런던의 지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 워낙 책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서평은 개인적으로 지양하는터라, 왠지 신변잡기적인 내용만 늘어놓은 듯 하지만, 결국 책을 평가하는 것은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본 독자만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