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1.16명의 출산율로, 세계에서 가장 아이 안낳는 나라의 모습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4000달러, 올해는 1만6000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무역대국 한국의 수출품목에는 ‘아기’도 있다. 해외 입양은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 위주로 이뤄져왔고 지금도 수십년째 관행적으로 이뤄져오고 있다.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되던 시절보다 줄어들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도 해마다 2000명의 ‘한국아이’들이 해외입양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아이를 ‘대규모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말고 없다. 무엇이 OCED 회원국으로 ‘저출산’ 현상에 고민하는 나라, 한국을 ‘아기 수출국’으로 만들었는가? [편집자]
“매년 2천여영의 아이들이 국외로 팔려나가는 데 국외입양 수수료가 한 몫 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입양되는 아이들의 60%가 국외로 입양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국외 입양수수료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경화 의원(한나라당 의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외 입양의 경우 아이 1인당 최대 961만6천원까지 책정되어 있어 국외입양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등 국외 입양을 추진하는 곳은 아이 한명을 외국에 입양보낼 때마다 4000~7000달러(400만~7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로부터 별도의 지원금 없이 운영되고 있는 이들 단체는 입양할 때마다 입양에 필요한 제반비용 외에 아동상담원 등의 인건비, 양육위탁비, 예방접종 등 진료비 등 단체 운영비나 아이 양육비용까지 양부모에게 청구하고 있다.
입양 수수료의 근거는 입양촉진및절차에관한특례법이다. 이 법 제20조는, 입양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양친이 될 자로부터 입양 알선에 실제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수납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 제8조에 의하면 입양알선비용은 ①입양알선에 소요되는 인건비, ②아동양육비, ③입양알선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④입양기관의 운영비 및 홍보비 등을 합산한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비용을 961만6천원으로 산정해, 시행령은 이 금액 한도 안에서 입양 희망자들이 ‘입양 경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수수료 안에는 인건비(아동상담원·보조인력·의료인력·행정관리직원), 양육위탁비, 분유 및 보조 식품비, 옷·이불·기저귀·우윳병 등 소모품비, 신체검사 및 예방접종·진료 및 간병인비 등 출국용품이나 사진 및 서류비, 여비 등 실제 소요비용 외에 단체 운영비까지 포함돼 있다.
홀트, 동방, 대한, 한국 등 수백억대 입양 수수료
실제 이들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홀트, 동방, 대한, 한국 등의 기관은 200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각각 2600만8050달러(298억830만5천원), 1717만7500달러(225억9582만6943원), 127만3036달러(12억943만875원), 338만4240달러(37억2266만4천원-환율 1100원 기준) 등의 수수료를 챙겼다.
홀트는 2001년 503만7600달러(1050명), 2002년 607만9750달러(1100명), 2003년 673만8500달러(1070명), 2004년 615만2200달러(942명), 2005년(6.30) 200만달러(306명)의 수수료를 챙겼다. 동방은 2001년 340만4천달러(720명), 2002년 371만9400달러(744명), 2003년 423만4천달러(847명), 2004년 391만5600달러(752명), 2005년(6.30) 190만3500달러(344명)의 수입을 올렸다.
대한은 2001년 198만1200달러(485명), 2002년 203만750달러(493명), 2003년 188만9671달러(464명), 2004년 240만2409달러(489명), 2005년(6.30) 127만3036달러(201명)의 수수료를 거둬들였다. 한국은 2001년 53만3천달러(465명), 2002년 55만4700달러(82명), 2003년 78만220달러(109명), 2004년 97만6170달러(125명), 2005년(6.30) 54만150달러(65명)의 입양수수료를 받았다.
장향숙 의원실 김은 비서관은 “일정 금액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국내 입양과 달리 해외입양 수수료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수수료 외에 별도의 기부금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 기관이 해외입양을 선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고경화 의원실 송민아 비서관도 “국외입양 수수료가 국내 입양 때보다 다섯배나 비싼 점이 국외 입양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국가가 국내의 아동복지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든가, 국외입양 기관 운영비를 지원해 아이들이 국외로 팔려나가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기관쪽 “지원금 없어 최소비용 수준의 입양수수료 불가피”
이에 대해 국외 입양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외입양 수수료는 최소 경비이며, 정부지원 없이 운영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국외입양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입양비보다 4배 정도 많은 800만~900만원을 받고 있지만 한달에 아이 한명에 들어가는 양육비가 50만~60만원으로 입양까지 8개월이 걸린다고 할 때 5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며 “국가지원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입양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 금액 역시 최소비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다른 국외입양기관 관계자도 “정부 보조금 없이 운영되기 때문에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외입양 아동 1인당 입양비용 총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입양 수수료 때문에 국외입양이 많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사실상 국내 입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외에서 양부모를 찾을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국외입양 아동이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향숙 의원이 국외입양인 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외입양인 10명 가운데 3명 꼴로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경험했으며, 10명 중 6명은 국외입양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원은 가족이나 학교·지역사회, 구직 및 회사 등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 특히 전체의 37%는 가족 안에서 인종차별을 겪었고, 32%는 입양 이후 자라는 과정에서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다. 입양아 10명 중 4명은 정신과 진료를 받아 국외입양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