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강모(24) 씨는 요즘 채용 전형에서 번번이 물을 먹고 있다. 2002년 문학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강씨는 나름대로 소질을 특화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은 강씨의 생각과 달랐다. 강씨는 “수업을 따라잡기가 솔직히 힘에 겨웠다”며 “장기인 글쓰기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금 강씨에게 남은 것은 초라한 성적표와 이젠 반갑지도 않은 ‘특기자 입학생’이라는 딱지뿐이다.

‘특기자 전형 졸업자’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특기자 전형은 이해찬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 시절이었던 99년부터 소위 ‘한가지만 잘해도 대학갈 수 있다’며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2002년 대학 입학생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컴퓨터, 문학, 바둑 등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이들의 올해 취업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특기자전형을 없애거나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9일 본지가 입수한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연세대 등 전국 주요 9개 사립대 특기자전형 입학생 243명의 정규직 취업률(표)이 일반 전형 입학생들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특기자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23.1%로 일반 졸업생 60.4%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며 연세대 서강대 경북대 부산대 건국대 등도 많게는 20% 이상씩 취업률이 낮았다.

30대 대기업의 경우 취업률 격차가 더욱 심했다. 경희대 7.7%, 경북대 11.1%, 부산대 18.2% 등으로 각각 일반 졸업생들보다 50% 이상씩 대기업 취업률이 낮았다. 심지어 이화여대와 명지대의 특기자 졸업생은 대기업에 한 명도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교육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실에게 제출한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상명대 교수)은 “인재 다양화라는 취지는 일면 수긍이 가지만 대학마다 이들의 성적과 출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기로 대학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특기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 측도 특기자전형이 본래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판단, 폐지 또는 단계적 축소에 들어갔다.

서강대의 경우 이미 작년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 재능을 찾기 어려웠고 우월성도 전혀 부각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판단했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당장 폐지할 수는 없겠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결국에는 대부분의 대학이 폐지 쪽으로 가지 않겠냐”며 “당초 너무 이상만 갖고 접근했던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임진택 기자(tae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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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11-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이거네...
"대학은 무능하다."

가랑비 2006-11-0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갸우뚱, 특기자들의 성취도를 일반 기업, 특히 대기업 취업률로 판단하는 건 무리 아닌가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서 (하나도 안 다양하게) 똑같이 취업시키려고 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다양한 인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야 하는데, 그 다양한 분야가 현재 한국에서는 대개 통계에도 안 잡히는 비정규 분야라는... 말씀.

라주미힌 2006-11-0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의도가 좀 불순해 보여요..

2006-11-09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6-11-0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일도 있군요...
인생은 끝나봐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봐요.. 아직 님은 가야할 길이 멀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