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흥행파워가 한국 영화사상 최고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1주일 만에 전국에서 3백만명이 이 영화를 보고 갔다. 최단기간 관객동원 기록 외에도 1일관객 최다(75만명), 개봉주 주말 전 1백만명 돌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 이면에는 사상 최다 전국 620개 스크린이라는 또다른 기록이 있다. ‘괴물’의 초반 흥행을 가능케 한 1차적인 요인이다. 여기에 ‘한반도’가 차지한 448개 스크린(8월1일 현재)을 더해보자. 1,068개다. 이들 영화가 최고의 완성도를 지녔다고 치자. 과연 이 풍경이 한국영화의 자랑스러운 모습일까.
현재 전국 극장의 스크린 수는 1,600여개.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실질적인 스크린 수를 1,200여개로 잡고 있다. 하루 관객을 통틀어 10~20명 정도만을 모으는 일부 지방 소도시들의 ‘동네극장’을 빼고 산업·상업적 고려에서 유의미한 스크린만 따진 수치다. 이런 중에 ‘괴물’과 ‘한반도’ 2개 작품이 1,000여개 스크린을 점령한 모습은 신체의 특정기관만 비대해진 돌연변이 괴물을 연상케 한다.
영화 담당기자이다보니 한달 평균 20편 안팎의 영화를 본다. 그 과정에서 절감하는 점은 한국의 심각한 문화편중 현상이다. 누가 봐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지만 배급망을 타지 못해 극소수의 관객만 만나는 결과를 지켜보고 있자면 억울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뭔가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는 관객 수요는 틀림없이 존재한다. 취재 중에도 “그 영화 보고 싶은데 상영해주는 곳이 없다” “금세 간판이 내려져 영화를 놓쳤다”는 대중의 호소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전국에서 1개 스크린에만 걸려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 휴식을 반납하기에는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과하고,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기만 하다. 관객의 돈으로 공룡처럼 몸집을 불리고 있는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 한국의 문화다양성 확보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생각할 때다.
이같은 ‘문화 쏠림’ 현상은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할리우드 독점”을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정한 독점이 무엇인지, 저예산·독립영화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선 똑부러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영화인들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경을 막론한 ‘다양성 쿼터제’ 주장이 영화인들의 입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한국에 유학온 한 프랑스인 학생은 ‘왕의 남자’ 1천만명 돌파 소식을 대서특필한 언론보도에 “이토록 획일적인 문화현상을, 자랑하듯 떠드는 한국 언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한쪽으로만 편향된 문화는 부끄러워할 일이지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영화가 ‘양적성장’만을 좇는 단계를 넘어 ‘균형발전’을 모색할 시점이 됐음을, 이 프랑스 학생의 말은 시사하고 있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