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탐구가 필요한 인터넷의 제문제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기 전에 인터넷을 생각한다>>

나는 이 책(마크 포스터(지음), 김승현 외(옮김),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기 전에 인터넷을 생각한다>>, 이제이북스, 2005.)을 작년에 읽고 이번에 한 번 더 꼼꼼하게 읽었는데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은 생소한 개념들과 술어들 때문이지만, 이 책이 지닌 특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양하게 펼쳐놓는다. 이 책의 원제는 "What's the Matter with the Internet"이다. 그 제목처럼, 이렇게 해야한다가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벌어졌고, 또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이나 술어들 중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혹시 있더라도 거기에서 멈추지 말고, 전체를 스캐닝하는 기분으로 조망하는 것이 나을 것이며, 그리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개별적인 개념에 관해 이해 범위를 확장하면 좋을 것이다.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나. 먼저 문화로서의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문화에 관한, 즉 인간의 정신에 관한 연구 영역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대전제다. 이 전제 위에 여러 인문학적(인간 정신에 관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주체(데카르트)와 정체성, 존재(하이데거)와 가상, 시뮬레이션(보드리야르), 계몽(디드로)과 진보, 도구적 이성에 대한 공포(파스칼), 집단 지능(레비), 생산자로서의 소비자, 자본주의(마르크스)와 지적 재산 문제, 디지털 상품, 감옥과 감시(벤담, 푸코), 공공재와 공유, 기술 복제 시대(벤야민)의 저자와 독자(푸코), 디지털 글쓰기와 미디어 문제, 텍스트와 이미지(롤랑 바르트), 하이퍼텍스트, 아날로그 저자와 디지털 저자, 그 저자가 처한 시공간의 문제(데리다), 언어와 민족성(마페졸리), 사이버 민주주의와 공론장(하버마스), 그리고 공적영역에서 성의 문제(펠스키), 근대성과 포스트모던(리오타르), 지구촌(맥루한)과 구텐베르크 은하계(맥루한의 저술이기도 한)의 새로운 전화. 저자인 마크 포스터는 이 문제들을 '미결정(underdetermination)'이라는 술어로 아우른다.

역자가 제목을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날기 전에 인터넷을 생각한다'라고 옮긴 연유를, 미네르바(지혜의 신)의 전령인 올빼미가 상징하는 '철학적 탐구'라는 영역 속에 인터넷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오늘까지 인간이 겪고 있는 인간 정신의 문제들, 즉 인문학적 과제들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이 '인터넷의 낙관적 전망' 위에서 기술되었다고 적었는데, 그건 알 수 없으며 저자의 의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넷은 대중을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가들은 그것은 무역과 시장을 위해 준비됐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는 구절처럼 두 측면은 가급적 균형 있게 다루어진다. 이 책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또 사람들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그것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문제들을,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책으로 읽는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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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목 재밌네요. 검색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