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노인(전성환)과 소녀(한여름)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큰 배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인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청년처럼 건강하며, 소녀는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은 바다 낚시꾼들에게 그 배를 낚시터로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노인은 소녀에게 접근하는 낚시꾼들을 화살로 제압하며 소녀를 보호한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왔던 남자 대학생(서지석)과 소녀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소녀를 향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노인은 이를 보고 괴로워한다. 소녀가 열일곱 살이 되면 노인과 혼례를 올릴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청년은, 이제 소녀를 데리고 뭍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된다.
.... 이하 생략.
(줄거리는 쓰는게 귀찮아서.. 필름 2.0에서 퍼옴 ㅎㅎㅎㅎ)
김기덕의 12번째 작품.
암시와 은유, 상징이 많은 김기덕 영화를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게 웃기지만,
귀기, 환타지, 모호함이 흐르는 그의 작품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게 재미 있다.

늙은 소년과 소녀의 사랑
늙은 영감은 10년간 배에서 키운 소녀와 손만 잡고 잔다.
그들에게는 브룩 쉴즈의 '푸른 산호초', 피비 케이츠의 '파라다이스' 같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이어지는 성장하는 사람들의 사랑이 있다.
'운명적인 결혼일'만 하루 하루 손꼽으며, 손만 잡고 자는 씬에서 그들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좀 유치해 ㅎㅎ)
또는 집착을 보여준다.
자는 동안에 도망이라도 가지 않을까... 웬지 불안정한 관계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노인은 부(父)와 부(夫)의 경계에 있고, 그가 가진 힘이며, 배 위에서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소녀를 지키기 위한 강인함을 '활' 에 장전한다.
그들의 순수함은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바다 위 자신들의 공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경계를 유지해야 하며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그들은 위협을 받는다.
그래서 낚시꾼들의 음흉함을 참을 수 없는 노인의 질투는 노골적이고, 거칠다.
소유의 사랑, 육체의 기록만 집착하듯 욕망만 가득찬 늙은 소년의 괴팍함을
소녀는 이해할까?


활점
날아오는 화살을 믿지 않거나,
그녀를 의식하여, 목표가 흔들리면 죽는다(죽인다).
윌리엄 텔의 사과 에피소드처럼 그들의 운명은 굳건해야 한다.
약간의 흔들림만으로도 쉽게 깨져버리는 운명을 갖고 있으니까.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까지 활처럼 살고 싶다." 엔딩....
팽팽한 긴장 속의 삶 속에서
끊임없는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야 하는 운명은 활 속에 담겨 있다.
활점은 그들의 운명을 점쳤고, 그렇게 쏘아져 올린 화살처럼 그들에게 꽂힌다.


불완전한 세계, 불완전한 사랑, 불완전한 인간...
빈 소파처럼 허전하지만,
결국 소멸하는 세계를 벗어나지만,
결국에는 완성되는 사람과 사랑.
마지막 씬의 10분 정도는 귀기와 환상이 뒤범벅이 되어
우주의 마지막 같은 파멸하는 작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귀신과 섹스를 하고, 순수와의 결별, 가라앉는 배에 손짓하는 소녀 앞에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아마도 또 다른 활을 준비하여 강인함을 장전해야 하겠지.
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