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먹는 닭꼬치...
겨울을 이겨내는 그 맛의 끝이 아쉬워 오늘도 먹어줬다.
지하철에 앉아서 책을 펼치고 읽고 있는데,
서 있을 때는 멀쩡했던 (옆에 앉아 있는)사람이 안하던 기침을 한다.
나에게서 마늘냄새가 나나... 닭꼬치가 문제인건가... 그런거야?
그러고보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던 옆에 사람의 기침에는 '참을 인'이 베어 나온다.
지하철 가득 메우는 그 후끈한 마늘냄새, 고기냄새... 나도 그 냄새는 참기 무지 힘들다.
옆에 사람이 숨 쉴때마다 내 폐의 깊숙한 곳을 다시 후비는 그 거시기함...
그러나,
미안한 마음만 갖고, 열심히 숨을 쉰다. 후아... 후아...
일단 지하철 갈아타고 집으로 Go~! Go~!
이번에도 자리가 났다.
앗.. 양 옆에 여성이 앉는다.
고뇌가 밀려온다.
숨을 쉬어야 하나. 멈춰야 하나... 가끔 쉴까....
목숨이 걸린 신진대사가 선택의 문제로 격하된다.
가끔 쉬면 더 '깊은 향'이 날까. 스타카토식 호흡이 더 나을까.
짧고, 깊은 향이냐, 길고 얕은 향이냐...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 세워진다.
지하철의 가속, 감속에 의한 기류의 흐름도 신경이 쓰인다.
가속할 때 내쉬는 향은 왼쪽으로 갈테고, 감속할 때 내쉬는 향은 오른쪽으로 갈텐데,
한 쪽을 포기할 것인가... 양쪽으로 균등 분배할 것인가...
<철학이 있는 콜버그의 호프집>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책인데,
내용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러간다.
숨 쉬랴, 기류의 흐름 신경쓰랴.
어찌됐던 다음 장, 한장 한장 넘어가는데,
폰트 크기 24 정도의 단락 제목
'아주머니의 간통과 소녀의 자퇴'
뜨어.. 제목이 야시꾸리하다.
얼렁 다음장을 넘겨야 할텐데...
집중이 안되니 내용이 이해가 안간다. 반쪽 읽는데 3분이 넘은 듯...
간신히 넘기고, 계속 느리게 전진전진...
숨 쉬랴, 기류의 흐름 신경쓰랴...
다시 나오는
폰트 크기 24의 커다란 제목
'포르노를 보다'
뜨어...
그냥 덮었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나에게서 과연 마늘 냄새가 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