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붕괴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구독자의 감소세가 심각하다. 정보 생산이 빠진 철저한 유통형 무가지 출현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지만,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신문으로 사보던 기사가 포털의 광고 수익을 위한 미끼로 헐값에 넘겨지고 있다는데 있다. "신문에 광고를 싣지 않아도 돼"라는 공감이 광고주에 퍼진다. 인터넷에서 보면 뭐든지 공짜라는 가공할 정서를 강화시킨 자살 행위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저널리즘의 중심은 포털로 옮아갔다. 가상 세계가 삼켜버린 것이다. 어렵고 귀찮고 성가신 취재만을 남겨놓은 채 편집과 배포라는 알짜배기를 삼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는 중립을 표방한 채 광고를 챙긴다. 재주는 곰만 넘는다. 가상 세계로의 대응 전략에 실패한 현실 세계의 참상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케이스다.
계속 이대로 종이 신문은 쇠하고 포털은 흥하는 구도가 계속될까? 만약 지금 피어 오르기 시작한 불씨가 타오르지 못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바로 블로그라는 혁명의 불씨다. 기존 언론과 포털 수집형 뉴스의 상투적으로 정형화 되어 가는 색깔에 무력감을 느낀 개인들이 아예 스스로 신문사와 뉴스국이 되기를 결심한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신뢰하는 블로그에 링크된 기사 이외에는 보지 않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신문도 보지 않고, 포털의 뉴스도 읽지 않는다. 대신 내가 구독하는 백여개의 국내외 블로그만을 신뢰하는 것이다. 편식 현상으로까지 보일 이러한 뉴스 소비 형태는 어쩌면 '내 스스로 내 삶을 둘러싼 뉴스의 편집자가 되겠다'는 궁극적인 개인화 선언이다. 신문이나 포털이 차려준 균형은 잡혔지만 무미건조한 영양식 대신, 내 스스로 나의 정보 샐러드를 DIY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이 관심 밖으로 밀려 나가듯 포털 역시 관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 적어도 일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보인다. 왜 모두가 같은 조간 뉴스를 읽어야 하는가? 왜 모두가 똑같이 낚시에 걸려야 하는가? 블로그 혁명의 요체는 바로 이러한 획일화 대신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는 관심을 되찾아 가는 일이다.
개인화, 단편화되어 가는 대중의 관심을 신문이나 포털과 같은 보편적이고 무미 건조한 대량 배급 체계가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기득권의 상식과 교화에 질려 버린 것이다. 블로그는 주류의 기사를 꼬집고 야유한다. 그 동안 조용히 있었던 현장의 전문가들은 이제 현실과 유리된 혹은 전문성이 부족한 기사를 더 이상 간과하지 않는다.
5년 전에는 신문에 실리지 않으면, 1년 전에는 포털이 집어 주지 않으면 화제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블로그가 휘몰아쳐 준다면 바로 내일 논란의 핵이 될 수도 있다. 관심이 옮아 가는 일. 신문과 포털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대량 배포의 독점력이 거세된 신문과 포털. 책상물림 들에게 이제 '삶의 현장' 블로거는 두려운 경쟁자가 된다. "이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게 살고 글도 잘 쓰는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니" 블로그는 이러한 발견의 연속이고, 이 재미는 더욱 다양하고 활력 있는 '저널리즘'을 잉태할 불씨가 된다.
이제 저널리즘은 정말 가치가 있는 식견 그 자체에 관심과 주목이 모이는 시대로 접어 든다. 그리고 그 원천이 기자이든, 초딩이든, 전문가든 모두가 공평하게 진실과 판단과 비전을 들고 대중의 관심을 구애하게 된다.
일반인이 정치경제나 외교안보와 같은 경성 컨텐츠를 요리하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다. 이 것은 신문 기자 블로거들의 차지다. 반면에 취미라던가, 기술이라면 현업의 전문가만한 이들이 없다. 모두가 각자가 잘하는 몫을 떼내어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매일 아침 RSS를 통해 대중을 직접 찾아 가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언론의 직거래를 도모한다.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로 기득권이 무너지고 새시대가 오리라는 주장에 일말의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가상 세계가 추구해 온 ‘직접성’에 있다. 가상 세계는 모든 거간꾼을 소멸하거나 대체해 왔다.
인터넷이 가져온 직거래 쇼크에 의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이들이 바로 종래의 거간꾼과 중간자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변화의 시기를 놓쳐 모두 관심 밖으로 밀려났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모두 전혀 새로운 구조의 경제를 가상 세계에 이룩한 이들에 의해 대체되었다. 지금 블로그가 시도하려는 저널리즘의 구조란 바로 그런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변화는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주위를 둘러 보자. 여러분의 블로그를 여러분 직장과 커뮤니티의 높으신 분 중 몇 분이나 읽고 계실지. 여전히 아직 이 사회는 블로그를 읽지 않는 이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도 가치를 느껴 관심을 둘 포스팅이 늘어날수록 변화는 가속될 것이다. 저널리즘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변화에 적응하는 이와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이를 구분 지을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변화는 귀찮은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은 끔찍한 것이다. 신문도 포털도 블로거도 잊어서는 안될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