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반공성향의 뉴라이트 학자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대항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란 책을 내놨다 한다. 나는 아직 그 책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보니 대충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된다. 그 책을 간단히 요약한 것을 보면 분단의 책임은 스탈린과 김일성에게 있고, 한국전쟁은 스탈린이 주도했고, 이승만에 대해 높이 평가했고, 친일파와 남한의 친일잔재에 대해 합리화하고 있다. 역사라는 것은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해석에 주관성이 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역사해석이 다 똑같이 평가받을 순 없다. 얼마나 객관적이고 어떤 가치관(혹은 사관)에 의해 쓰여 졌나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책을 아직 안 읽어본 입장에서 책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역사라는 것이 쓰는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책이 요즘 정치세력으로 활동을 개시한 일군의 친일 및 보수사관을 지닌 학자들에 쓰여 졌다는 점에서 학문적 순수성의 상실과 정치적 목적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학문적 역사서라기보다는 뉴라이트의 기관서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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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위주로 편찬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80년대 한국사회의 지평을 넓힌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에 맞설 수 있을까? © 책세상, 2006 |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한국근대사의 좌우논쟁에 새로운 불을 붙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의 관점에 동의하는 학자들은 학계에선 소수이기 때문에 이렇다할 큰 논쟁은 없으리라 예측한다. 하지만 학계가 아닌 사회와 정치권에선 첨예한 좌우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하고 오래된 분열은 좌우간의 분열이다. 한국의 좌우간 분열은 비극적 한국근대사의 영향으로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생산적이기보다는 폐해적으로 흘러왔다. 그 이유는 한국의 보수 세력은 태생적 문제를 지녔기 때문인데, 즉 한국의 보수 세력은 공통의 사상과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집단이 아니라 역사적 과오와 정치경제적 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집단이라는 속성적 문제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과 같은 관점에서 한국의 좌우문제를 접근하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국의 좌파는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과 민족주의 운동을 통해 자생적으로 생겼고, 해방 후 남한에서 반독재 투쟁을 통해 이어진 반면 한국의 우파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정치적으로 양성이 되고 해방 후에는 미국의 도움으로 친일파에 의해 계승이 되어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양산되고 육성되었다. 일제 때의 순수한 민족주의적 우파그룹은 해방 후 남북한 모두에서 거세흡수 돼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우파들은 자기의 양심과 사상에 따라 형성된 순수 세력이 아니라 친일부역세력, 친미부역세력, 반공독재세력들과 거기에 빌붙은 기생계층에 의해 형성됐다는 점에서 태생적 반동성과 기회주의를 속성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우파들은, 좀 지나친 표현이긴 하지만, 대화나 토론, 혹은 경쟁상대라기보다는 척결돼야하는 집단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선 좌파의 파트너가 될만한 순수한 민족주의적 우파집단이 형성돼야한다. 요즘 뉴라이트라는 정치세력이 새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 집단의 면면을 보면 순수 자생적 민족주의 우파라기보다는 한국근대사에 폐악을 끼친 올드 라이트가 재편성된 친일, 친미 이익집단에 불과한 것 같다. 오히려 한국의 중도좌파라고 하는 열우당이나 민주당, 그리고 시민운동 세력이 새로운 우파라고 봐야 더 합당할 것 같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