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승주나무 > 우주선 역설
우주 탐사도 자동차처럼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듯하다. 아서 클라크가 내놓은 매혹적인 예측이 생각난다. 그가 예언자로서도 믿을 만하다는 것을 무시하지 말라. 먼 별로 향하는 미래의 우주선을 상상해보자. 현재의 기술력이 허용하는 최대 속력으로 여행을 한다고 해도 그 먼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여전히 몇 세기가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을 절반도 끝내기 전에 그다음 세기의 기술로 만든 더 빠른 우주선이 그것을 추월할 것이다. 따라서 원래의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논법을 쓰면, 두 번째 우주선도 발사할 필요가 없다. 그 우주선의 선원들은 세 번째 우주선에 탄 증손자들이 손을 흔들며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우주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역설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뒤의 우주선을 개발하는 데 쓰인 기술은 앞서 느린 우주선들을 보낼 수 있었던 연구와 개발이 없었다면 등장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나는 인간 유전체 계획 전체를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실제 걸린 햇수보다 더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원래의 계획은 연기하는 것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해주겠다.
리처드 도킨스, '악마의 사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