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 매드니스

N A 바스베인스 지음, 표정훈 외 옮김,

 

책읽기를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책벌레라 한다. 좀더 어려운 말로는 서치(書痴), 서음(書淫)이라 불렸다. 그런데 책 사랑이 이들보다 더한 별종들이 있다. 애서광들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작가.초판본.육필원고 등을 수집하는데 인생을 건다.

이 책은 '가장 고귀한 질병'이라는 애서광증(愛書狂症)에 관한 보고서다. 책과 죽고 못 살았던 이들의 행적.업적.일화를 모았는데, 각각 자기 분야에서 손 꼽히는 세 명의 전문가가 3년간 공들여 옮겨 읽기에 든든하다. 물론 근대 이전은 상대적으로 소략하고,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재미있다. 적어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긴 겨울밤 벗하고 지낼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애서광의 증상을 '광증'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둑질은 예사고 원하는 책을 얻기 위해 살인도 불사한 사례가 나온다. 1830년대 에스파니아의 수도사 출신인 돈 빈센테라는 이는 희귀 도서를 손에 넣기 위해 8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다. 체포 뒤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지만 좋은 책은 반드시 언제까지라도 보관해야 한다"고 변명했다. 그렇게 해서 구한 책이 전세계 유일본이 아닌 것을 안 그는 사형대에 오르기까지 "내 책이 유일본이 아니라니…."라고 중얼거렸다.

이해 못 할 애서광은 수두룩하다. 미국 전역 268개 도서관에서 무려 2만3600여 권의 책을 훔친 희대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는 지금도 생존해 있다. 사기 친 돈으로 책 수집에 열중했던 헤이븐 오모어도 등장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별난 책 이야기도 넘친다. 사람 가죽으로 장정한 책, 빌 게이츠가 3080만 달러를 들여 산 사상 최고가의 책 등이 그렇다.

엽기적 일화만 담긴 것은 아니다. 책 수집이란 넉넉한 재산.교육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므로 인류문화사에 기여한 애서광들의 이야기도 풍부하다. J P 모건, 헨리 헌팅턴 등 악덕 재벌로 꼽히는 이들이 충실한 책 컬렉션을 만들어 공공도서관으로 개방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책으로 자기 이름을 길이 남긴 행복한 이도 있다. 명문 하버드 대학이 400여 권의 책을 기증한 존 하버드 목사의 이름을 땄다니 말이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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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1-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라주미힌님 딱 제 얘기네요. 살인도 저지른... 뻥입니다 -_-;;;
그나저나 김연수 표정훈이라니 어울리는 번역자들인데요.

라주미힌 2006-01-0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껍긴 한데... 읽어볼만 한 것 같네요.. 심심풀이로 ㅎㅎㅎ

어릿광대 2006-01-0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가격이 너무 비쌉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