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소수의 천재들이 실험실에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단 한 번에 내놓는 것인가? 과학적 가설이 일단 실험에 의해 검증되면 하나의 확고부동한 이론, 틀림없이 ‘참’인 이론이 탄생하는가?

저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과학사에 나타난 흥미로운 7가지 사례를 들려주며 이런 깔끔한 도식은 오히려 예외적임을 보여 준다. 이들은 ‘과학사회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과학사의 이면을 훑으며 과학의 확실성에 덧씌워진 신화를 벗겨 낸다.

저자들이 보기에 과학적 논쟁이 해결되는 방식이 늘 과학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반드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기준에 의해 논쟁이 종식되는 게 아니라 과학자 사회의 알력과 타협, 그리고 권력관계에 영향을 받았다.

가설이 있고 다음에 실험이 있고 그 다음에 확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새로운 이론에 ‘동의하기로 동의하기’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은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어떠한 과학적 삶을 살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과학계가 내린 결정의 결과로 생겨난 진리이다.”

“과학의 논쟁에서도 소수의 견해가 패배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반드시 타당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숫자가 적거나 소수파가 먼저 죽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과학을 ‘골렘’이라 칭한다. 유대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창조물인 골렘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원래는 주인을 잘 따르지만 언제라도 미쳐 날뛸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존재다.

과학에서 뭔가 잘못되면 과학 공동체는 모든 책임을 과학과 기술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이를 다루는 인간의 실수 탓으로 돌린다. 과학 ‘바깥’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류는 과학이론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과학과 기술 역시 인간의 활동에 불과한 것이다.

뭔가 잘못되는 경우 그것은 피할 수도 있는 인간의 실수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어떠한 과학이론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이 완전한 확실성을 제공한다고 추정하는 바로 그 순간, 진리의 저울은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그러니 과학자들은 약속을 덜해야 한다. 그러면 약속을 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원제 ‘The Golem’(1993, 1998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아발론 연대기’는 프랑스 작가 장 마르칼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방대한 저작들을 갈무리해서 내놓은 역작이다.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세기 작가들이 쏟아낸 아더왕과 성배(聖杯)의 전설에 관한 저작을 모아 다시 썼다.

저명한 저작들은 물론 웨일즈와 아일랜드의 민담집 등 성배를 소재로 다룬 거의 모든 기록을 담아냈다.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작업에만 40년간 품을 팔았다.

저자 마르칼은 “켈트 영웅들이 한국 독자들을 꿈꾸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영웅들의 모험담을 즐기는데서 벗어나 다른 문화와 다른 피부빛깔, 역사적 불화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하나의 시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기억의 물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엑스칼리버를 다시 찾아낼 용기를 가진 자에게 신화는 깨달음을 준다는 설명이다.

〈김진호기자〉

 

우선 저자에 주목하자. 그는 '향료 전쟁' '위대한 두목 엘리자베스' '사무라이 윌리엄'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낯익은 논픽션 작가. 세계 각국을 포괄하는 역사여행과 탐험에 정통한 그의 글쓰기가 주목되는 점은 서구 중심주의 역사관을 살짝 비틀어대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스스로 일본에 머물렀던 백인 이야기를 선보였던 '사무라이 윌리엄'에 비해 '화이트 골드'는 훨씬 본격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역사의 한 장을 들춰보니 서구가 잘 나가기 이전 '역사의 그늘'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서구.백인.기독교가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되는 요즘이지만, 긴 시야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도 심어준다. 재미를 보장하는 대중 역사서로 유감없다.

 

범죄의 정황들을 통해 범죄자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추정해내는 프로파일러의 작업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아울러 FBI의 흉악범 체포 프로그램, 범인의 행동증거 분석법,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필체 분석, 범죄수사에 관한 최신 이론 등을 200여장의 사진과 함께 설명한다.

 

 

 

 

  김용래 기자 = '제국'의 저자인 이탈리아의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가 스피노자(1632-1677)를 새롭게 읽었다.

'전복적 스피노자'(그린비 펴냄)

근대 여명기의 철학자 스피노자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그의 '범신론'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네그리는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에 주목해 그 정치적 의미를 현재의 문제로 이끌어냈다.

그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통해 초월적 권위나 목적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세계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구성한다는 메시지를 얻고 있다.

따라서 네그리의 스피노자는 현존하는 개체들의 능력 속에서 그리고 이들의 결합 속에서 영원한 신적(神的) 능력을 발견한 철학자로 새롭게 자기매김한다.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해 슘페터에 이르기까지 250년에 걸친 22명의 위대한 경제사상가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경제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해준다. 시대상황과 경제학자의 생애를 통해 그들이 경제학 이론을 창안하게 된 동기를 찾아내고 그 이론이 역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각 이론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줄거리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지켜본 뒤 일곱 번째 개정판이자 최종판인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을 완전히 새롭게 써서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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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12-1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또 지름신을 -.-... 추천 누르고 갑니다.

라주미힌 2005-12-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주 신간 소식을 접하는데 꼭 몇 권씩 눈에 띄더라구요... 낡은구두님 많이 질러주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