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수사결과 이르면 14일 발표
검찰, 서면조사 그쳐… 삼성쪽 “올해 귀국안해”
홍석현씨도 무혐의… ‘테이프 보도’ 기자는 기소
정보기관의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13일 이른바 ‘엑스파일’에 나오는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과 뇌물 공여 혐의로 고발된 이건희(63) 삼성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테이프 녹취록에 삼성의 불법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나오는 이 회장에 대해 검찰이 소환조사조차 없이 무혐의 처분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 봐주기’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14일 오후 2시30분 도청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 회장의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 등이 1997년 대선 무렵 여·야 대통령 후보 쪽과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자금과 ‘떡값’을 건넨 의혹 등은 이미 공소시효가 다 지났다”며 “기아자동차 인수를 위해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 등도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이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아차 인수 비리에 대해서는 고발인 쪽에서도 의혹만 제기할 뿐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회장을 서면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회장이 오는 20일께 귀국해 2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회’에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올해 안에는 귀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같은 혐의로 고발된 홍석현(56) 전 주미대사와 이학수(59)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 등도 모두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도청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문화방송> 이상호(37) 기자와 녹취록 전문을 실은 <월간조선>의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이 만든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도 일부 공개하기로 했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날 “법의 한도 안에서 필요한 부분은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기부의 유선전화 도청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검찰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한 것과 관련해 김영일(63)·이부영(63) 전 의원이 이날 3차 소환통보에도 응하지 않음에 따라, 수사결과 발표 뒤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삼성의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비법 위반)로 고발된 노회찬(49)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조사도 수사결과 발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정광섭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컥... 이 도둑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