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민노당 ‘350만 농민에게 올리는 절망의 보고’

350만 농민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오늘 민주노동당 의원 9명은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고 드립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350만 농민에 대한 사망선고를 끝내 집행하였습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가증스런 살농대연정에 기꺼이 한몸이 되었으며, 농업 파탄의 공동정범임을 국민 앞에 선언했습니다.

특히 개혁정당임을 표방해 온 열린우리당은 개혁입법 처리에는 무능으로 일관했으나 가난한 농민과 소수의 민주노동당 의원을 협박하고 저지하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성공한 반민생, 반개혁 정당임을 오늘 스스로의 힘으로 과시했습니다.

오늘 우리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살농의 폭거를 집행하는 최고 심판소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농민여러분의 죽음의 호소도 소용이 되지 못했습니다. 28일에 달하는 목숨을 건 단식도, 전국에서 불타오르는 나락의 처절함도 농민과 농업의 수의를 짜는 국회의 결정에는 아무런 고려사항도 되지 못했습니다. 거대양당은 농민의 모든 것, 농업의 모든 것을 내쳤습니다.

정치는 사라지고 독단만이 국회를 가득 채웠습니다. 역사는 오늘의 폭거를 또박또박 기록할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가능한 모든 대화의 창을 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돌아 온 것은 거대양당의 냉소뿐이었습니다.

오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350만 농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물리적 저지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수의 장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농민에 대한 예의도,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도 거대양당은 냉혹하게 저버렸습니다.

350만 농민을 다 버리고, 얻고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식량주권과 귀중한 대지를 팔아 얻은 소수만을 위한, 소수를 위한 일방주의는 어떠한 행복도 풍요도 약속할 수 없습니다.

오늘 좌절하고 짓밟혔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스스로 다짐합니다. 결코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천명하고자 합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대의 결실을 만들어 내는 농민의 지혜를 빌어, 민주노동당은 농민과 함께 전진할 것입니다.

50년 수탈의 역사를 견디어 온 농민의 생명력으로 싸워나가겠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입니다. 농업과 농민의 살리는 길에 민주노동당은 항상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입니다.

2005년 11월 23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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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5-11-2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깝군요. 8.31 대책도 이와 같이 흐지부지할 거라죠. 집값도 오르고, 매물은 다 가져가버리고.. 정말 '개혁'이란 말이 요즘엔 무안해요..

라주미힌 2005-11-2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민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이 놈의 나라..
갈아 엎고 싶습니다.
농민 뿐이겠습니까. 엘리트, 자본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무능력한 열성개체로 만들어가는데... 깝깝해요. 농민들 앞으로 우찌 산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