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가 건강할 리가 없다. 소통은 혈액순환과 같은 것, 구석구석을 돌아야 생명은 유지되고 박동한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는 침묵을 강요 당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제도와 관습, 가치관, 윤리 이것저것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진짜 이유는 단지 하나! 이질성에서 오는 개인적인 혐오감, 그들 다수가 만들어낸 사회적 배타성. 그것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당신은 나(우리)와 달라. 그래서 이해를 못하겠어. 때문에 당신을 싫어해’라고 직접적으로 말은 할 수 없겠지. 말이 돼? 말이 안되니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떨어지는 차별은 부당할 수 밖에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을 선택의 문제로 싸잡아 해결하려고 하니, 사회적 소수자들에겐 커다란 고통 뿐만 아니라, 인권은 물론 생계에도 위협을 가하는 커다란 범죄 행위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만연한 차별들을 꼬집어서 비판한 영화가 2002년도쯤에 있었다. 바로 ‘여섯 개의 시선’이라는 여섯 명의 감독이 참여한 영화이다. 인권 문제가 일부의 사람들만의 관심사였다는 것을 깨고 대중의 품으로 달려든 것이다. ‘앰 아이 블루’는 동성애에 대한 ‘13개의 시선’이라 부를 수 있다. 개성과 역량을 겸비한 작가들의 글 13개를 모아 놓은 것이 모양새는 물론 예술성과 재미가 있다.

인종, 나이, 종교, 전쟁, 친구, 가족 등 소재는 다양하고 다채롭다. 삶은 보편적이고 동성애 또한 그것의 틈바구니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의식하지 않으면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에 파묻힐지도 모르는 내용들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다. 갈등과 고민은 지극히 청소년들이 가질 만한 것이고, 주변에서 보았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그것은 억압의 대상이 된다.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의 기준은 지극히 부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회적 조롱, 부모의 반대, 훈련, 상황 조성, 억압적인 법률, 불지옥까지!!! 인간 사회의 다채로움을 인정하면서도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이 어찌 자연스러울 수가 있겠는가.
‘다양성은 인간의 성적 욕구의 다채로운 잠재력뿐만 아니라, 성욕과 출산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는 인간 문화의 다채로운 능력까지도 입증하는 것이다.’ <작은인간> 마빈 해리스

Am I blue?
내가 파란가?라는 의미도 있겠지만(이 책의 단편에 나오는 의미), 내가 우울해? 또는 내가 불경해?라는 의미처럼 다양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 다양한 의미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으니까.
또한 난 우울하지 않아! 난 불경하지 않아!라는 의지와 목소리가 울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희망적인 사회, 뒤에 있는 진중권씨의 말처럼 ‘자기 긍정의 계기’,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여 잃어버린 인권을 되찾으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에 이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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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3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지옥, 이란 단어가 인상깊습니다요.^^

비로그인 2005-10-3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 it be me.. 지발, 좀..

비로그인 2005-10-3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라주미힌님..댓글 달기 애매하시겠다..로드무비님은 그래두 그런갑다, 하는데 전 뭡니꽈. 커밍아웃하는 분위기이니..쿄호^,.^

라주미힌 2005-10-31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의 어깨가 확 펴지는 날이 곧 올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