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의 교수였고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J.R.R 톨킨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C.S 루이스가 1951년부터 56년까지 집필한 <나니아 연대기>는 총 7권으로 이뤄진 판타지의 고전. 지난 50년간 29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8,500만권 이상이 팔린 밀리언셀러로 <반지의 제왕>, <어스시의 마법사>와 함께 판타지 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나니아 연대기’의 첫 이야기가 영화화된다.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풍부한 상상력이 가장 매력인 영화이다. 따라서 영화는 원작의 창조성을 그대로 차용해 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소품 하나까지 원작에서 상상했던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에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원작소설을 영사기에 집어넣고 돌돌 돌린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따라서 원작을 본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미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대단한 즐거움을 누릴 것이며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도 영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만 보면 원작을 본 사람과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보다 매혹적인 이야기가 있으랴

디즈니가 2005년 12월 9일 개봉을(한국 개봉일:12월 23일) 목표로 준비 중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2년간의 프리프로덕션, 18개월간의 프로덕션 기간이 투입된 대작 판타지 영화다. 현재 모든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 중인 ‘나니아 연대기’의 첫 테이프를 끊은 감독은 <배트맨과 로빈> <타임 투 킬> 등에서 시각효과감독으로 일했던 앤드류 애덤슨. 드림웍스와 만든 첫 작품 <슈렉>으로 하루아침에 유명 감독이 된 애덤슨은 "나니아 연대기는 다른 아이들에게처럼, 내 어린 시절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내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나니아를 현실처럼 영화 속에 옮기고 싶다"고 연출소감을 전했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가 거둔 성과는 ‘나니아 연대기’도 영화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할리우드에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꿈은 ‘나니아 연대기’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던 월든 미디어가 디즈니에게 영화화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함으로써 그제서야 현실화된다. 나니아 연대기 중 C.S 루이스가 가장 먼저 쓴 부분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연대기적 순서로는 두 번째 이야기다. ‘쓰여진 순서냐, 아니면 시간상의 흐름이 중요하냐’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디즈니는 후자가 아닌 전자를 선택한 것. 디즈니의 회장인 딘 쿡은 "흥미롭고 유익한 플롯과 감성적인 캐릭터로 이뤄진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기에 적합하고 디즈니의 전통과도 잘 부합되기 때문"이라며 이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첫 작품이 된 이유를 밝혔다.


<나니아 연대기>는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라는 네 남매가 시골의 한 나이든 교수 집으로 피난을 가서 지내다가, 루시가 숨바꼭질 도중 우연히 옷장 안에 몸을 숨기게 되고, 옷장 뒤편으로 나니아 세계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모험 이야기다. 루시에 이어 다른 아이들도 모두 옷장 뒤편을 통해 나니아로 가게 되고, 그 중 한 아이인 에드먼드는 ‘나니아’ 나라를 얼음으로 뒤덮어 영원한 통치자가 되기를 꿈꾸는 ‘하안 마녀’에게 꼬임을 당하여 그녀의 편에 가담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영원한 투쟁을 그린 이 판타지 소설의 힘은, 네 남매를 위협하는 ‘하얀 마녀’와 그에 대항하는 힘없는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공감에 의존하고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와 영상의 마법사가 만나다

어린 시절, 보모가 들려주던 온갖 민담과 설화들은 C.S 루이스에게 ‘나니아’라는 곳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의 나이가 16살이 되는 해(1914년), 루이스는 "숲속에서 짐 꾸러미와 우산을 들고 걷는 폰"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처럼 어릴 적부터 단어의 조합으로 새로운 이야기(혹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인 그였지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정확하게 36년 뒤) 언어의 연금술사인 루이스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어 후속편들이 나왔고, 마지막 편인 <마지막 전투>는 영국의 권위 있는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슈렉>을 연출한 앤드류 애덤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원작 그 자체로서 완벽하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고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는 작품인 만큼 원작의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판타지 영화의 맛을 잃어버리면 안 되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욕먹기 십상인’ 이런 작업에 겁 없이 도전한 애덤슨 감독은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감독인 날 비롯해 제작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로 여겼다. 촬영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영화에 대한 생각만 했다. 하지만 그 자체가 나에겐 즐거움이었다. 영화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때론 나니아 나라에 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우리, 원작소설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지 않나요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반세기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니아 연대기>는 미노타우로스, 켄타우로스, 키를롭스, 파우누스 등을 비롯한 나니아 나라의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해 1,000장이 넘는 컴퓨터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했다. 이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보다 훨씬 많은 이미지였으며, 헐리웃 영화사상 최대의 규모였다. 외형적 수치만 봐도 영화가 보여줄 거대한 그림이 짐작되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감독과 제작진은 관객들이 나니아 나라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었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흥행에서 성공하여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처럼 시리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애덤슨 감독은 "원작에서 부족했던 세부적인 사항들을 추가했다. 원작에서 실망했던 부분들이 모두 상쇄되어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2002년 7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스크린에 옮겨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화팬(원작팬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들이 궁금해 했던 것은 캐스팅에 관한 부분이었다. 애덤슨 감독과 제작진 역시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나니아 세계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문제가 ‘원작에서 소개된 캐릭터들을 현실에서 찾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만일 관객들이 영화 속 주인공을 보고 ‘원작 소설에 나온 캐릭터들과 닮은 점이 하나도 않네’라고 말한다면 아무리 CG효과가 뛰어난다 할지라도 성이 차지 않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제작진은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원작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한 느낌을 주기를 원했다.

캐스팅 문제는 시작부터 난관이었지만 아름답던 나니아를 겨울만 계속되는 나라로 바꾸어 버린 ‘하안 마녀’ 역이 결정되면서 술술 풀어나갔다. 처음 ‘하얀 마녀’ 역은 니콜 키드먼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에는 영국 출신의 틸다 스윈튼에게 돌아갔다. 지금은 고인이 된 데렉 저먼 등과 같은 독립영화 제작자들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온 그녀는 <바닐라 스카이>와 <어댑테이션>에 비중이 작은 역할로 출연한 것 외엔 헐리웃 영화에 인연이 없었지만, 애덤슨 감독의 눈에 띄어 ‘하얀 마녀’ 역에 낙점될 수 있었다.

한편 애덤슨 감독과 캐스팅 담당자들은 2년간 영국에 있는 수많은 학교와 연기 학교, 청소년 클럽을 돌아다니며 주인공인 네 남매를 물색하였다. 마법의 옷장 문을 열고 나니아 나라로 맨 처음 발을 들여놓는 루시 역에는 조지 헨리, 네 남매 중 둘째인 에드먼드 역에는 스칸다 케이언스, 신중한 성격의 수잔 역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출연했던 안나 포플웰, 그리고 네 남매의 맏이이자 리더 격인 피터 역에는 윌리엄 모슬리가 캐스팅됐다. 주연을 맡은 네 아이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무명 배우지만 쉴 틈 없이 잡지와 신문에 등장해 이미 낯익은 얼굴이 돼버렸다. 극을 이끌어가는 아슬란(위의 사자 역할)의 목소리 연기는 <트로이>에서 아가멤논을 열연한 브라이언 콕스가 맡게 되었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12월 9일 개봉(국내 개봉은 12월 23일)을 앞두고 있다. 과연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어떤 <나니아 연대기>로 태어날까? <나니아 연대기>가, 혼자만의 상상으로 신화를 창조해낸 C.S 루이스나 까다롭고 유난스러운 걸로 정평난 광팬들, 소설을 아직 펼치지도 않은 관객들, 그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제공: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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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독교적 세계관이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재밌었어요. 합본으로 하나 장만할라구요. ^^ (기왕이면 실물을 보고 사고 싶은데... )

stella.K 2005-10-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S 루이스는 기독교계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석학이죠. 근데 저는 동화를 그다지 않좋아해서 그런지 1권 읽고 말아버렸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