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와 조류독감

[편집장의 편지]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인쇄술 발명으로 유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역사책에는 출생 연도를 ‘1400년?’으로 기록한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그는 1394년에서 1404년 사이에 태어났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구텐베르크가 1400년 6월24일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2000년 6월24일 독일에서는 ‘탄생 6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구텐베르크가 죽은 뒤 인쇄산업은 크게 발전했다. 당시 독일인들은 인쇄술이 독일적 기상과 창조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겼다. 1890년 구텐베르크 출생지인 마인츠 시장이 나섰다. 탄생일을 기념하는 국제 행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학자가 동원되었다. 결론은 ‘탄생 연도를 알 수 없으므로 1400년으로 잡아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날짜가 문제였다. 구텐베르크의 이름이 요하네스였으므로 세례자 요한의 축제일인 6월24일이 선택되었다. 1896년 마인츠 시장은 1400년 6월24일을 구텐베르크 탄생일로 삼아 국제적 축제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언론은 보도를 통해 이 계획을 지지했다. 마인츠 시장과 학자와 언론과 인쇄산업의 이해관계가 결합해서 새로운 탄생일이 결정된 것이다. 이때부터 마인츠와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구텐베르크 연구와 관광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구텐베르크 사후에 그에 대한 평가도 세상의 이해관계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그는 이재 감각이 탁월한 ‘사업가’였다. ‘면죄부’를 인쇄해 돈을 벌었고, 전 유럽 시장을 겨냥해 표준 성서를 인쇄했다. 일생 내내 보수파로 교황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인쇄술은 종교개혁에 불을 붙였다. 결국 로마는 그를 ‘악마의 화신’이라고, 신교도들은 ‘신의 은총’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그를 ‘뉴미디어의 선각자’라고 부른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모차르트 음악이 동식물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모차르트 효과’는 공교육에 불안을 느끼는 학부모와 언론, 음반사업자의 합작품이라는 연구가 최근에 나왔다. <헬스의 거짓말>이라는 신간은 헬스운동의 효과가 헬스 산업과 언론의 이해관계와 결합하면서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포도주의 새 효능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상당수가 포도주 산업계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독감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위험성에 대한 대비와 치료제 비축량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사전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통해 위험을 과장한 부분은 없는지, 외신의 대대적인 보도가 치료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와 관계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오리 닭 따위를 기르고 있는 농가와 가공공장과 식당들의 타격을 보면서 드는 절실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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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0-26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알이 나온 김치에도 음모가? ㅎㅎㅎ

돌바람 2005-10-26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랑 같은 생각을... ㅎㅎㅎ

라주미힌 2005-10-2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레니엄 버그도 한참 시끄러웠었죠.. 다 그런거같아요...
짜고치는 고스톱... 돈 놓고 돈 먹기... 자 ~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