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전’의 부제는 ‘문학의 프로이트, 슈니츨러의 삶을 통해 본 부르주아 계급의 전기’다. 제목과 부제 모두 낯설다. 저자는 피터 게이 예일대 명예교수로 전작 ‘바이마르 문화’와 ‘민주사회주의의 딜레마’에서 정신분석학을 역사 연구에 도입해 탁월한 업적을 드러낸 학자다.

이 책의 목적은 전설화된 19세기 부르주아의 초상에 드리워진 베일 제거에 두었다. 부르주아는 귀족과 서민의 중간에 위치한 계급으로 정치적 민주화에 이바지하고 노동 착취에 적극적이었던 이중적 이미지로 읽힌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작가이면서 의사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일기를 해석하며 부르주아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고자 한다.

일기의 주인공은 16세 때 자신의 방 책상 서랍에 솔직한 성경험을 기록한 일기장을 놓아두었다. 아버지는 책상 서랍에서 이를 찾아내 읽고 아들을 꾸중한다. 저자의 내공은 이 에피소드 풀이에서 빛난다. ‘책상이 있는 자기만의 방’은 부르주아의 유복함을 상징하고, 아버지의 꾸중은 교육 방식의 변화로 풀이된다. 체벌이 아닌 말로 하는 부드러운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또한 ‘잠긴 서랍’은 부르주아의 내면성과 사생활에 대한 숭배를 의미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아들의 책상을 뒤진 아버지의 행동에서 활용된다. 신경쇠약이라는 병명을 만들어 낼 정도로 부르주아 내면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짙었다는 것이다. 명쾌한 해석이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을 들려주고 이를 해석하는 저자의 풀이는 어려운 제목과 부제에 비해 훨씬 잘 다가온다.

 

  최초로 한국미술 통사를 집필한 독일인 안드레 에카르트, 일본 제국민으로서 한국예술의 정체성에 관해 미학적 문제 제기를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 최초의 한국인 미술사학자 고유섭, 정치학자로서 한국 명품 회화에 대한 탁월한 감식안을 발휘했던 이동주, 한국의 예술작품에 서구 예술철학의 이론을 적용했던 조요한 등 12명의 학자와 그들의 미론이 소개된다.  
 권영필 유홍준 이주형 등 현역 미학·미술사학자 10인이 회고하듯 재구성한 이들의 미론은 독자들로 하여금 시대정신과 미의식 사이의 거리를 조망케 한다. 글 뒤편에는 각각의 학자들을 매료시키고 한국미에 눈뜨게 했던 실제 작품들을 컬러 화보와 함께 실었다.

 

 뇌신경 손상 환자들이 잃어버린 감각·기억 그리고 낯설게 다가온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내면 경험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뇌손상 환자들이 체험하는 기이한 세계를 다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 등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지은이가 이번엔 이에 더해 ‘화성 세계’에 사는 뇌신경 손상 환자 일곱 명이 달라진 경험에 적응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개척하는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지은이는 의사 가운을 벗고, 병원 진료실이 아니라 집과 직장 같은 일상의 삶터에서 환자와 친지들을 오랫동안 만나며 그들의 실제 삶을 관찰하고, 풍부한 임상사례와 철학·역사 자료들을 불러내어 환자들의 생생한 삶을 소설처럼 풀어나가며 성찰한다.

‘1천명 당 몇 명’ 식의 통계로 따져보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뇌 손상 환자들에게는 삶의 용기를 줄 만하고, 환자를 곁에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그들이 체험하는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들이 지금 어떻게 낯선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중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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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1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또 시작이야....
라주미힌님의 강력한 찌르기!

라주미힌 2005-10-1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째 책.. 질러 주쎄요~! ㅎㅎㅎ

비로그인 2005-10-1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힌형 ^-^ 화성의 인류학자...읽고 싶네. 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아는데
화성의 인류학자는 언제 나왔지? ㅋㅋ 나머지 두권은 너무 어려울듯. ^-^;;

라주미힌 2005-10-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역시 심리쪽으로...
나한테 어려워보이는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