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기자 =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위(胃) 속 세균인 헬리코박터균을 발견을 호주의 배리 J.마셜(54)과 호주의 J.로빈 워런(68) 박사팀에게 돌아갔다.

마셜 박사는 국내 한 유제품 회사의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인물로 현재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도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다.

워런 박사는 현재 호주 로얄 퍼스병원 병리학자로 일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처음 발견한 마셜 박사팀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의미와 그들의 연구과정, 헬리코박터균의 치료 등에 대해 알아본다.

■ `위에 세균이 산다'..세계 첫 입증 성과

노벨상위원회측 자료에 따르면 마셜 박사팀이 올해 노벨생리의상을 받은 것은 헬리코박터균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이 연관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낸 데 다른 것이다.

당시 퍼스병원의 병리학자였던 워런 박사는 생체검사가 이뤄진 환자의 위(胃) 아랫부분에서 작고 구부러진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그는 항상 이 박테리아가 관찰된 위점막 가까이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이에 마셜 박사는 워런 박사의 발견에 관심을 가지고 약 100명의 환자를 검사했다. 여러 차례의 생체 검사 시도 끝에 마셜은 특정 유기체가 모든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궤양 환자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셜 박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헬리코박터균이 이들 질환에 연루된다는 가설을 의학계에 처음 제안했다. 이 때가 1983년이다.

소화성궤양은 보통 위산 생성을 억제하면 치료되지만 박테리아와 상습적인 위염이 남아있기 때문에 대부분 원래의 나쁜 상태로 돌아간다.

후속된 치료연구에서 마셜과 워런 박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위에서 제거됐을 때 환자들의 소화궤양이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치료 불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졌던 소화궤양은 마셜 박사팀의 연구로 새로운 치료기회를 맞게 된 셈이라는 게 노벨상위원회측의 설명이다.

이준행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위에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세균 배양에 성공한 게 의미를 인정받은 것 같다"면서 "특히 마셜 박사팀은 헬리코박터균과 위암, 소화성궤양, 위임파선종양 등의 관련성을 발견함으로 이 질환을 치료하는데도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 인정받지 못한 연구가 노벨상을 타기까지

마셜ㆍ로빈 박사팀의 노벨의학상 수상은 이미 소화기내과 의학자들 사이에서는 예견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이 균을 처음 발견해 내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는 위 속에 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바로 워런 박사였다.

하지만 워런이 위속에 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주장한 1982년 당시만 해도 학계에서는 위속에 있는 강한 위산 때문에 아무런 생물도 살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때문에 그는 학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가 거짓말을 했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 같은 오명이 과학적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은 마셜 박사 덕분이다. 마셜은 위 속에 헬리코박터균이 살고 있다는 워런 박사의 주장을 입증하고 또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냈다.

이는 위궤양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일부 위암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단초를 제시하는 성과를 거두게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셜 박사는 위 점막의 조직을 떼어내 균의 배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마셜 박사가 헬리코박터균의 배양에 성공한 사건은 의학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통한다.

그 일화를 소개해 보면 당시 마샬 박사는 배양에 지친 나머지 휴가를 떠나게 된다. 이때 그는 인큐베이터에 들어있는 위 점막 균을 버리고 간다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휴가를 다녀 왔더니 인큐베이터 안에서 균이 배양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마셜 박사는 위 속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처음으로 학회에 보고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이 균을 먹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급성 위궤양이 생기고 위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마셜은 위속에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 균은 그 당시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제거되지 않자 자신이 갖고 있던 항생제를 한꺼번에 먹고 나서야 헬리코박터균이 제거된 것을 알았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라고 소개했다.

■ 헬리코박터균 어떻게 해야 할까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연구팀이 노벨상을 탄 만큼 일반인들은 이 균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헬리코박터균은 위염, 위ㆍ십이지장 궤양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또한 세균을 없애버리면 궤양을 낫게 할 뿐만 아니라 재발을 막아주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TV에 나오는 광고처럼 야구르트 등의 식품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한 두 알의 항생제를 먹어서도 치료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가장 좋은 방법은 고용량의 항생제 2가지를 합쳐 3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다.

많은 양의 항생제들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약 냄새가 계속 난다든가, 속이 더부룩하거나, 구토, 설사 등의 불편이 따른다. 약품을 거르면 세균이 잘 죽지 않으므로 환자는 약을 먹는데 곤욕을 치러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일주일만 먹으면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15%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재발한다. 그러므로 일단 세균을 치료하기로 맘을 먹었다면, 복용 기간에는 절대 술도 금하고, 거르지 않고 100% 복용해야만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을 일으키면서 노인에게는 위의 위축을 가속화시켜 위암이 잘 생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 부분은 논란이 많다. 한국인의 경우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이 거의 관련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만 위축성 위염이나 상피세포의 변형이 있는 경우 항생제로 균을 없애더라도 위암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아무 증상이 없거나 단순 위염일 때는 제거하지 않는다. 위암을 예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70%에 해당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들을 항생제로 치료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자칫 항생제로 없애기 힘든 내성균들만 늘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감염자를 모두 치료하는 방법으로 항생제 치료법은 적절하지 않은 만큼 효과적인 예방법(백신 등)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최명규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가 위질환의 주범임은 확실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단순히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면서 "혹시 우연한 기회에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해진 원칙에 따라 치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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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태우스님 얘긴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