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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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은 ‘본성’인 것 같다. 자의식, 운명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바람은 자신에게 늘 비추고 있는 거울을 있게 한다. 거울 보기, 거울 안과 밖, 거울 속 사람들, 거울 속 나의 모습에는 수 많은 진리가 숨겨져 있으리라.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이 책에는 인간 탐구를 위한 무시무시한 10가지 심리 실험들이 담겨져 있다. 두개골을 열어 뇌를 빨대로 빨아내는 수술 같은 것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인간의 행동과 생각, 기억, 판단의 근원을 찾아 내려는 실험들이라서 무시무시하다. 인간을 안다는 것, 그것은 위험하고도 은밀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인간 자체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병적인 집착과 파괴적인 접근을 하였기에 세상의 비난과 멸시를 받았다. 스키너 박사의 경우에는 무지막지한 파멸적인 삶이 던져졌다. 그러나 ‘헨리의 기억’를 지워버린 비윤리성조차도 그 실험의 의미와 영향을 지울 순 없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인간에 대한 10가지 심리 실험의 내용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엑스페리먼트(The Experiment)라는 영화의 소재이기도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은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저질러진 학대 장면과 흡사하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은 환경의 권위가 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것인데, 이 실험의 아이러니는 죄악에 대한 면죄부를 심어주는 실험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밝히기 위함보다는 합리화의 수단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유태인 학살 전범 아이히만이 그러지 않았는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이외에도 인간의 행동이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된다는 스키너의 상자 실험을 소개하면서 그의 억울한 사연도 풀어준다. 일본 실화를 소재로 한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는데, 스키너 박사가 자기 딸을 처벌과 보상 실험을 위해 ‘사육’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족들을 찾아가서 잘못된 사실을 가려내는 저자의 수고스러움이 빛나는 부분이다. ‘나는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인지 궁금하다’라는 철학적 물음을 아는 박사에게 너무나 가혹한 누명이 씌워져 있었던 것이다.

메멘토(Memento)에 나왔던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장애를 뇌 수술실험을 하다가(하다보니까) 만들어냈다면? 인간의 기억 메커니즘 연구를 위해 뇌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은 의사가 과연 의사일까? 그렇지만, 그의 실험으로 인하여 시냅스와 뉴런, 뇌의 각 부위의 특성에 대한 영감을 에릭 칸델에게 주었다면, 그래서 ‘싱싱한 해삼’의 뇌가 그 대용품으로 쓰이게 된 역사는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정신병을 가진 ‘비정상인’과 정신병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 ‘정상인’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 진단의 한계를 낱낱이 파헤친 로젠한의 실험과 약물에 중독된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인간을 치유해야 하는가, 약물에 의존하게 만드는 사회를 치유해야 하는가를 밝힌 브루스 알렉산더의 약물 연구는 인간 사회의 사회학적 측면의 질문까지도 던져준다.

믿음과 행동의 불일치를 연구한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이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곳은 정치판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혀와 뇌의 부조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과 한국의 시끄러운 대통령들일 텐데, 자기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를 끊임없이 현실 왜곡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는 그들의 행보는 정말 뇌만큼이나 미스터리하다.
강간 살인을 방관한 38명의 심리를 내리친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 실험은 가장 무시무시하다. 방관자의 삶, 시선은 집단 속으로 쉽게 내면화 될 수 있다니… 전문용어로 ‘허걱’이다.

사실 위에 열거한 실험들은 모두 위험한 결론과 방법론을 보여준다. 일반화 할 수 없는 것이고, 대부분 치명적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 인간이 어찌 하나의 명제 아래 똑같겠는가. 그러한 논란 속에서도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 창백하고 강렬했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거울 속에서 발견했다는 느낌은 자조감을 준다. 인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나를 보여주는 실험들. 우리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위대한 실험들 그것이 남긴 오류와 치적을 콕콕 찔러주는 저자의 균형감각은 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 준다. 대중적인 책을 표방했기에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여성’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부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여성, 어머니, 아내의 인권과 생명에 대한 부분들에서 너무나 살가운 냄새가 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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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2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심리학을 전공하고. 행동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책도 읽지 않고 있다니.. ;;;; 으흐흐흐흑!
사실. 제가 하는일이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일이라. 그쪽 분야 책만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나질 않아요. 나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데. ^-^;;
그래도 동화를 공짜로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답니다. ㅋㅋ
전공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니. 정신이 없네요. 가물가물 -_-;
형!! 다음에 이 책 읽고, 생각을 나눠보아요, 제가 질문 할꼬예요. 으흐흐흐흐

라주미힌 2005-09-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 전공이구낭... 관심법 좀 하십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