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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의 두 얼굴
제정임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2002년 말에 나온 것을 보니 한참 대선이다 뭐다 해서 시끄럽고, 보수 언론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한참 달아올랐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어수선할수록 인간의 야욕과 이해의 충돌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면, 그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곧은 목소리는 보석처럼 빛나기 마련이다. 비교되게도 같은 시기에 언론 개혁의 선봉장 강준만씨의 수많은 책들이 노무현 사수를 위해 날카로운 정치성을 드러낸 반면에, 같은 언론 개혁을 말하는 이 책은 그러한 정치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순수 언론 비판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목에 있듯이 경제 뉴스로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국 언론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취약성과 오점은 변하지 않기에 비판의 칼날은 한국 언론 전체를 향한다. 때문에 정갈하고 당찬 느낌이 드는 책이다. 또한 아주 촌스러운 표지 디자인이 무색하게 보석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다.
14년 기자생활을 한 저자의 양심고백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진원지의 지진과도 같다. 지금은 경제 섹션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2002년에 따로 분리되어 두꺼워진 분야), 신문의 경제면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재테크 돌풍은 서점을 휩쓸었고, 몇 억 만들기는 시민들의 꿈이 되었다. 주식 시장의 들썩임에 개미 투자자들의 가정 불화도 들썩이는 시대 아니던가. 그런데 경제 관련 기사들이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라면 독자들은 고스란히 피를 보게 된다. 따라서 심봉사의 눈보다 어두웠던 독자의 눈을 뜨게 하는 ‘경제 뉴스의 두 얼굴’이라는 지진은 꼭 필요한 재앙이 된다.
설마 저렇게 언론이 지저분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찌라시’는 조중동에만 해당되는 줄 알았더니 한국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경제권력, 정치권력의 감시자가 되야 할 언론이 그들의 마이크 노릇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으니 ‘찌라시’ 레벨은 귀납적인 결과였다. 죽은 언론은 사회정의의 죽음을 의미한다. ‘부패의 비용이 수익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것이다. 171p’. 누구 때문에 부패의 비용이 낮을까? 마땅히 항생제가 되어야 할 언론이 사적인 관계에 얽매여 있고, ‘빠르고 부정확한 정보’라도 좋으니 특종만을 추구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카드라’ 뉴스, 껍데기만 핥고 깊이는 없는 기사들, 여기 저기서 휘둘리고 치이고 꼴이 말이 아니다. 마땅히 미생물, 세균의 번영을 돕고, 공생을 추구한 죄는 불신과 일갈로 다스려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명확히 지적해 줄 수 있다는 것은 해결방안 또한 명확히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은 독자의 높은 의식 수준을 의식하여 언론도 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독자의 높은 의식 수준을 드러내려면 망하는 찌라시를 만들어야 한다. 망해도 싼 찌라시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아직 망한 곳이 없으니 아직 그러한 희망은 요원한 것 같다. ‘특종경쟁보다는 뉴스의 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심층분석, 세상의 흐름을 집어내 주는 기획기사, 감춰진 비리를 고발하는 탐사보도 등 질적으로 차별화 된 정보를 기대한다. 285p’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러한 기대를 만족 시켜준다면 제대로 된 언론이라 하겠다. 언젠가는 신문기사가 학술자료로 인용될 만큼의 신뢰와 깊이를 지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