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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 - 벤처 대부의 거꾸로 인생론
정문술 지음 / 키와채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삶을 성공적이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인간만큼이나 다양하다. 부의 축적을 위해, 사회적 지위 상승을 위해, 명예와 존경을 받기 위해, 헌신과 희생으로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물론 어느 것을 지목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규정 지을 수 있는 성향의 것들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의 방식을 존중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도 되는 자유가 있지 않던가.. 그러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의 삶에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책을 통해서건, 대중매체를 통해서건 삶의 모델을 찾는다. 그 속에는 자신이 바라던 삶의 한 부분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꿈, 이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그것.
벤쳐 신화라 불리는 정문술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경영’은 경영자의 한 모델을 보여준다. 물론 극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고, 그러한 기업을 만들어내면 ‘훌륭한’ 경영인이라 불리는 것이 정석이다. 극대 이윤을 위해서라면 도덕적 해이는 기본으로 하고 탈법까지 일삼는 ‘변질된 정석’이 더욱 사랑받는 이 땅에서 그는 ‘거꾸로 경영’을 한다는데…
정리한다면 거꾸로 걷는 놈들 사이에서 똑바로 걸으니 ‘상대적으로 거꾸로 가기’인 셈이다. 솔직히 모두 거꾸로 가는데 혼자서 똑바로 걷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너도 한번 거꾸로 걸어봐’하고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은 계속 귀에서 윙윙거릴 테니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그 부분이다. 인간적인 고뇌. 똑바로 걷기의 어려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일화들. 이것은 경영철학과 소신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고집불통이 되어야 한다. 책 내용 중에 그런 면이 꽤 보이는데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일을 처리한다. 예를 들면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는 재무이사를 도리어 해고한다던가, 정부의 벤쳐 지원을 오히려 거부하고, 이런 저런 행사에 불참하는 등 강경한 자신만의 원리를 실천한다. 그 고집이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 뿌려졌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다. 서민의 피와 영혼을 빨아먹고도 뻔뻔하게 29만원 신고한 인간백정 전모씨나 수 조원을 해외로 빼돌리고 도망다니는 김우x씨 같은 이들의 재물에 대한 고집 얼마나 지독하고 추잡하고 더럽던가.
보편적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하고 그렇게 벤쳐신화를 창조한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회사에서 밤샘하면서 젊음을 태우는 회사원들, 그리고 경영인들에게 작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거액을 기부한 행위 자체보다는 사회, 즉 이웃, 동료와 함께 하고, 기술과 인간경영으로 목표를 이루고 또다시 목표를 만들어 내는 진정한 벤쳐정신(도전, 창의, 호기심)만이 IT산업의 비전을 제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저자의 말대로 ‘착한 기업’이 오래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똑바로 걷는 것이 정석인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