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잔 남자 좃을 물고 살아야 편한겨" 

참을 인()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가슴에 칼을 얹고 있어서
언제든지 심장을 파고들 수 있다는 옛말은 훈육적이다. 
사회적, 개인적 갈등의 지혜로운 해결은 개인에게 달린거라고 가르치는 것 같은데,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리는 아니다.
인내는 성과 권력의 치명적인 착취 구조가 있는 곳에서 불평등울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읽혀져서는 안되는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언어이다.

"참으면 병되유..." 

참아서 병을 얻게 될 것이고, 참기 때문에 병적인 것들이 생겨난다.
섬 밖을 한번도 나가보지도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도 못한 복남이는
남성의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위치하고 있다.
힘과 권력에 짓밟히고 전통적인 여성성에 머물라하는 늙은 여성들의 요구를 통해
'그 사회의 밑바닥'은 무엇으로 유지되는지를 보여준다.

작은 섬, 그 작은 통제된 세계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섬인 셈이다.
출구 없는 삶은 비루하게 살아남는 것을 최선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을 어찌 인내라 말할 수 있을까.

뭍으로 가야하는 것일까. 섬을 벗어는 길은 수 많은 관계 속으로 침투하는 일이다.
혼자 있음으로써 폭력은 쉽게 찾아온다. 
아무도 지켜 보지 않는 곳엔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 존재한다.

"여가 무슨 강간(관광)지인줄 알어?"

복남이가 자신의 목에 들이 댄 칼에 오랄을 한다. 그것에 흥분하는 남성의 표정에서
폭력과 성의 진면이 드러난다. 이 노골적인 장면은 이 영화의 맥이다.
착취는 취득의 목적이 아닌, 그것을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쾌락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 잔인한 사실로부터 그녀는 탈출할 수 있을까. 복남이의 친구, 혜원의 도움이 절실하다.
교육을 받고 현대적인 감수성을 가진 혜원이는 이 구조를 타파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녀는 이 구조의 또다른 공범자이다. 아니 방관을 함으로써 '나는 그것을
비켜가길'를 바라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넌 너무 불친절해..." 

혜원은 스스로를 섬으로 살아간다. 일상의 공포를 안고 침묵한다.
섬과 섬을 가로막는 바다의 무심함이 자신의 목을 죄는 줄도 모르고...
망망대해처럼 느껴지지만,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없앨 것은 확실하게 없애야 한다. 하지만,
잘 드는 낫 한자루와 광기에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섬을 벗어나니 뭍이라는 거대한 섬을 만나게 된다.
서울엔 수 많은 짐승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깝깝한 세상을 피로 물들인다 한들 피해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참지 말자. 늘 서로를 지켜보자. 
광기와 비겁함이 지켜주지 못한 것들의 해방을 위해서..
섬은 되지 말자...  

ps. 서영희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다.  잘한다...
남편 죽이고 된장 발라주던 장면 인상적임...
모든 살인행위도 상당히 성적 체위를 연상케 하고,
씬마다 심겨져 있는 복선이 복고적이고.. 나름 좋다.
이런 주제와 형식은 흔한 편인데, 감독이 아주 엣지있게 만들었다.
초반에 일상의 공포를 흠칫흠칫 하게 만드는 것,
잔혹한 섬의 삶, 화끈한 복수, 사회적 먹이사슬의 적나라함..
장난아님..

 

점수 : ★★★★


댓글(5) 먼댓글(2) 좋아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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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シャネル バッグ
    from シャネル バッグ 2014-02-19 07:29 
    [lingua franca] "책과 통하뚔 블로그, 앜라딘 서재!"
  2. napbacks Hats
    from napbacks Hats 2014-02-19 19:19 
    [lingua franca] "책과 통하뚔 블로그, 앜라딘 서재!"
 
 
pjy 2010-09-0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배우가 맘에 드는데요,
앞으로는 좀 더 밝고, 위험하지 않고, 다치지않고, 곱게 나오는 역할로 차기작을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고생스러워요^^:

라주미힌 2010-09-07 10:56   좋아요 0 | URL
느지막이 뜨는 배우라서 그런지 더 돋보이데용 ㅎ

2010-09-0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7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