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밤에 꿈을 꾸었다.
누가 나를 부른다...
"라주미힌님~~ "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릴 뿐 강남역엔 익숙한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 이유없이 불려진 이름, 그리고 웬지 찾아나서게 되는 나의 발걸음.
마치 불려지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갈 곳 없이 헤매이는 이에게는 바람소리도 의미가 있어지는 법이다.
누군가는 찾으러 떠나고, 나는 귀만 쫑긋거린다.
- 실장은 (늘 그랬지만) 사표를 낼거라며 나에게 묻는다.
"TY야 40대가 되면 뭐 할거니?"
2달 전에는 말하고 나가겠다더니 진짜 나갈 셈인가보다.. 딱 2달 남았구나.
"글쎄요.. 나이 먹어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명명백백하게 늙었구나.
현상유지가 여생의 목표라니...후후.
워킹 푸어(working poor). 그는 이 단어에 깊게 베인 듯이 카드 결제일을 걱정한다.
40대를 코 앞에 둔 그도 감염되었나보다. 미래불안증.
- 이젠 시간이 흘러가는 걸 의식하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이 곳까지 왔구나.
내 안에서조차 나는 단절된 상태였다.
나는 추억하는 이가 되었고, 이렇게 커버릴 줄 몰랐던 아이가 되었다.
".............
등뼈 모양으로 시든 나무.
한데 뒤섞어 손안에서 비비면 모래바람이 되는 것들.
까칠까칠한 헛것들.
고개돌려 외면하니 그제야 매혹이 되는 것들.
........" 심보선
- 예전에 조카 예원이가 다섯살 정도였을때 꿈이 뭐냐고 살짝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부끄러워 하며 비밀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었다.
사실 비밀이 없는 세상이다.
그건 비밀이 될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니까.
알고 싶어서 '물어보는게 아니라',
그것이 죽어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묻는거니까'.
미안하다. 예원아.. 꿈은...
- 9월이다.
더위를 그리워 할 계절이 멀지 않았다...
벗으려고 만들다 만 몸뚱이는 숨겨두고 내년을 기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