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노곤해지면 문득 드는 생각이 이건 내 삶이 아닐거라는 부정이다.
그리곤 내 운명은 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위대한 착각을 하거나,
누군가의 몫이 나에게 전해진 거라는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며 허우적거린다.
모래늪 같은 삶 속에 파묻힐 수록 살갗에 저민 좌절과 연민은 또 하나의 내가 된다.
이 진득한 번뇌의 고물들은 털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지저분하게 묻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불면증처럼 의식과 신체의 리듬을 흔들어 댄다.
삶의 다양한 온도를 경험하는 것은 몸을 지지는 것처럼 인생의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것 같다.
아.. 시원하다...
뭔가 막혀있던 혈이 뚫리는 기분...
남이 걸어갔던 길에서 생의 의지와 가능성을 점검하게 된다.
아삭하고도 진한 고유의 향이 그득한 이 책은 단 몇 문장만으로도
내면 구석구석의 욕망 자극한다.
"250년이라니? 그럼 네가 죽은 다음에는 누가 이 작업을 하지?
그건 내가 알바 아니지. 희완의 대답이다.
아, 이 대책없는 예술가 나부랭이 같으니!"
읽다보니 내가 아는 사람들의 면면의 모습들이 스쳐간다..
척박한 인맥이지만, 마른 땅에도 자라나는 식물이 있듯이...
웬디님과 니나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무중력 같은 자유와 치열한 예술....
봉인된 그 무언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또는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그들이 무릇 이 사회에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부정형의 미래"에 즐거운 탄성과 환호가 넘쳐나길~!!!
용기있는 미래가 영원한 젊음으로 태어나길~!!!
"삶을 즐길 줄 모르면 좌파가 아니고, 하면서 신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이 책을 읽으면 2008년을 마무리해도 될 기분이다.
감히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원한다.
레디앙의 2번째 책, 멋진 걸
그리고 그녀도 멋진 걸(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