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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우리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그것이 싫은 논리적인 이유를 백가지는 더 댈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선택일 수는 없는 걸까?
패배할 것이 두려워서 출발선에 서기를 피하고 있는 걸까?
혹은 어른이 되는 날을 자꾸만 미루고 있는 것일까?
불안한 눈빛으로 친구의 연봉을 묻거나 부동산 정보를 뒤적거릴 어쩌면 슬플 그 날에
한때는 이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했노라 자위할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뿐일까?
세상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도 발을 빼지도 못한 채
자기 안의 수많은 모순과 세상의 두려움을 한 가득 품고도
영문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기분 좋은 외침은…..
단지 어리석음 때문만은 아니겠지? 252p
‘가진 것이 망치 밖에 없을 땐 세상의 모든 문제가 못대가리로 보이게 마련이다’
은밀한 불안과 상(쌍)스러운 나날이 끊이질 않는다. 전과 14범이 지배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쥐커가 날뛰는 영화를 만들면 ‘다크 나이트’보다 더 흥미진진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요즘.
젊음은 꽃처럼 피었다 지고, 자아는 푸른 낯빛을 하고 하늘을 본다. 긴 세월을 신어온 신발이 내 몸처럼 여겨질 때가 되면 다른 것들은 어느새 이물질이 되어 있다. 두려운 것은 감각의 상실이다. 자신의 삶이 나의 의지로 움직여지지 않고, 익숙했던 것들의 주검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고독이 기도를 막아 버린 상태다. 거친 숨소리만이 들린다. 토해내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처럼 폐부를 쥐어짜는 일상.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서 짜낼 수 있는 것의 마지막 까지도 짜낼 작정인 것 같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오고, 경험은 어리석음에서 나온다 했나. 현실을 주저하면서도 현실에 저항해야 했고, 마침내 투항해야 했던 ‘청춘’의 열병.
한낮의 뜨거움이 한참 지난 아스팔트 같다. 한껏 뜨거워졌다가 그 열기에 지쳐서 서서히 공기 속으로 뱉어내는….
허나 저자의 경험은 어리석다라고 부를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스펀지처럼 기대 이상의 중량감이 든든하다. 게다가 머리 위에서 짜낼 때의 상쾌함도 있다.
'인생이 뭐 그렇지'라는 달관이 아직은 쓰다.
그래서 더욱 입안에서 쉬이 가시지 않은 그 쓴 맛에 취하려고 하는가 보다.
궁상…
“1.5평의 장점은 뭐에요?”
”누우면 방 끝까지 손이 닿아 어느 물건이든 집을 수 있다는 거”
<와세다 1.5평 청춘기> 중에서…
협소한 것도, 궁상도, 빈손도 미덕이 있다.
웃음으로는 하늘을 덮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허락된 땅은 없을지라도 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은가…
습지의 생태, 더 가질 것도 없어 더 가지려고도 하지 않은 세계를 엿보면 하늘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