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은 많이 하시는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네요.
"다 함께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로 가자"는 향편님의 이상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틀렸더라도 대의를 따라야" 한다는 향편님의 주장과 현실의 괴리는 왜 못 보시는지.
사회적 합의와 타협이 가능했다면 왜 지금의 상황으로까지 번졌을까요?
폭력시위를 해서? 이건 아쉽게도 한참 후의 일이거든요.
뉴스를 꼬박꼬박 읽으셨다면 그것이 왜 부정되었는지 잘 아실 텐데요.
일방적이고 비타협적으로 대충 거짓으로 무마시키며 국민을 기만한 게 누구였나요?
그 사실을 숨기면 안되죠. 그것을 아껴둔 채 뉴스에 나오는 사진만으로 도덕선생님 같은
훈계를 두시면 실명된 학생과 부상당한 수 많은 시민들이 너무 불쌍해지잖아요.
이것도 폭력시위를 해서 그렇게 됐을까요? 그들이 폭력을 휘둘러서 그렇습니까?
시간의 선형성마저도 부정하실 겁니까?

좋습니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라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그거 모르는 사람 없어요.
하지만 국가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폭력을 같은 폭력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합니다.
진압봉에 저항하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었고, 최루탄에 맞서기 위해 화염병을 들었던
민주화 항쟁을 '폭력시위'라고 부르는 사람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그 누구도 민주화 항생을 '폭력시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국가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인정해 주는 '상식'이 있거든요.
이건 명백한 상식의 문제에요.
팬터급과 헤비급을 붙여놓고 이건 공정한 룰이라고 하면 인정할 수 있습니까?
'폭력의 최고봉' 살인을 해도 살인의 위협을 받은 상황이라면 정당방위로써 정상참작을 해주잖아요.

향편님이 너도 잘못이고 너도 잘못이다라는 식의 주장이 '옳고 합리적'이다 라고 치더라도
향편님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무시한다면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인정할 수 없는 장벽을 가지게 됩니다.
옆에서 훈수를 두면서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는 식의 주장은 공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겠다. 그러니 비판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거 말고 향편님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어떤 게 있나요?
향편님이 수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셨다면
절대로 현실을 말하면서도 현실과 멀찍이 떨어져서 말할 수 없습니다.

향편님의 글을 읽으면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배' 또는 '자해공갈단'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들이 폭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하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맞아서 정당성을 확인하는 걸로 보이세요?
누가 맞길 원하고, 누가 고통 받길 원하나요?
주먹을 들면 주먹이 날라올 것을 뻔히 아는데, 어느 누가 주먹을 먼저 휘두르겠습니까.
피해자에게 폭력시위대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는 용기를 시청 광장에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향편님도 폭력이 두려우실겁니다.
집회에 나가보십시오.
전경의 작은 움직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그들의 돌격에 순식간에 패닉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얘기하세요. 그런 사람들을 그렇게 매도하시면 되겠어요.

향편님이 말하는 폭력의 실체가 궁금합니다.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약자의 편에 등을 돌리는 것도 폭력이고, 약자의 말에 귀를 막는 것도 폭력입니다.
향편님이 틀린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동의 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지금의 정부에 비폭력으로 저항 할 수 있다는 증거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민심은 그 반대에 있다는 말씀도 그만 하세요.
근거부터 대세요. 설사 그것이 민심이라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이 보인
만행은 결코 용서 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게 악이 아니면 뭡니까?
그럼 악이 뭔가요?
이것을 너무 쉽게 규정지었다고 판단하시는 향편님은 그 어떤 것에도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논리를 펴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시민들에게 그런 언어적 폭력(정의)을 저지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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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7-0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장에서 토론이 실종되어 간다고 하던데... 진지한 토론이라면 경청하겠습니다!

차좋아 2008-07-0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렸더라도 대의를 따라야 한다'는 대세로 정정하겠습니다.
틀렸다는 말은 방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르더라도 대세를 따라야 한다'가 맞는 말이겠네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 같은데..누군가에겐 시위대가 그름이겠죠.

현재 사회적 합의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았나요. 돌이킬 수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고기 협상 이후 미진하나마 두번의 대국민 사과와 추가협상을 통해 상당부분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 되었구요.

진보진영, 시위대의 대표격인 진중권 교수가 끝장토론에서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청와대로 가자!란 구호는 구호일 뿐 대통령이 국민들 얘기를 안 들어 생긴 문제라고..현실적인 문제로 설사 재협상에 성공 못하더라도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구요.
맞는 소리입니다. 헌데 어떤 사람은 이번 추가 협상을 통해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았고 또 다른 이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자라고 보시면 되시겠네요.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과거 쿠테타로 창출된 정권의 국가 폭력의 경우와 현 정권의 공권력을 같다고 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주미힌님이 뽑지 않아서 대통령으로 인정 안 하시는건 아니시겠죠? 이명박 대통령은 정당한 국민투표를 통해 뽑힌 국가 원수임을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이건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전제입니다.
일부 진보진영의 정치적 목적은 단순히 쇠고기 재협상만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요.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길목을 막는 공권력의 무력저지를 국가폭력이라 규정하는 시위대라면 폭도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촛불만 들면 사소한 위법은 면죄부가 주어지는 줄 알고 장애물(경찰)이 있더라도 돌파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말입니다.

먼저 전제를 라주미힌님이 정해 놓고 상식과 비상식을 구분하려 하지 마세요.
당신의 전제로 타인의 행동을 규정하면 저는 몰염치한 사람만 될 뿐입니다.

말장난이라는 말은 실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어제도 그렇고 왜 저에 대해 먼저 규정을 지으시고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사안별로 이야기한 것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시는 경향이 있으신데 글로는 제가 설명이 부족했나 봅니다. 언제 블라 토론회를 한 번 하죠.ㅋㅋ

먼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정확히 밝혀야 토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니나 2008-07-0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뜨겁네요~ 여기선 제가 웬디양공간에 불나는걸 끄느라 들이댄 100분 토론놀이 발언을 취소해야겠어요. 향편님 저희랑 청개구리 토론도 잘하시지만 진지한 토론도 좋아하시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