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인터뷰
[ 2008-05-03 08:00:00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 이하 인터뷰 내용 )

- 정부는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며, 언론이 광우병 위험을 왜곡시켜서 반정부 선동을 하고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내용을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이 참 많은데, 그런 점에 대한 지적이 단순한 정치적 입장의 반영이라고 하는 건 곤란하다.

- 협상과정의 문제점이란?

대표적으로 본다면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으로 했다는 건데, 이건 2004년에 재정됐다. 그 얘기는 그 근거가 된 과학적 사실이 대부분 2002년이나 2003년의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질병이 본격적으로 연구된 게 2000년 이후인데, 2003년이라 해도 벌써 5년이나 지난 과학적 사실이다.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사실들이 발견됐기 때문에 그런 게 아직 반영되지 않은 OIE 기준을 가지고 국제기준이라며 안전하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 정부의 주장처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안전한 건가?

우리가 보기에 현재 기준으로 수입되는 쇠고기나 관련물질들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일반인들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오해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전염병이나 질병에 대해선 사전예방의 기준을 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다는 건 현재 기준이 앞으로 광우병 발생 여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지 당장 그것이 위험하다거나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 한국사람의 유전자는 MM형이 95% 이상이라고 하는데, MM형이 인간 광우병 발병과 연관성이 있나?

MM형 인자를 가진 사람에게 광우병 발생이 쉬운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유전자형이라는 건 광우병 발생의 여러 요소 중 하나다. MM형 비율이 높다는 건 병에 걸리기 쉽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것 자체가 광우병 발생의 원인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

- 우리 정부는 '미국은 97년부터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시행됐고, 그 이후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없고, 세계적으로 인간 광우병 발병은 감소추세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질병이나 생물학적 위험에 대해 너무 모르는 발언이다. 왜냐면 질병에 대한 예방이나 방역은 지금 당장 얼마가 발생했냐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여지에 대해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도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 몇 만 마리 소를 다 죽였다. 그랬기 때문에 감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광우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질병 예방 차원에서 발생건수가 적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는 아주 비전문가적인 발언이다. 예를 들어 에이즈만 해도 80년대 초에 서너 명의 사망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몇 천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 이런 생물학적 질병의 특징이다.

- 도축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 제거에 사용된 칼이나 도마를 살코기에 사용할 경우, 거기에서 변형단백질 프리온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나?

충분히 있다. 그런 사례는 영국에서도 있었다. 그래서 도축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시 OIE 기준이 선정될 때만 해도 SRM이라고 하는 고농도의 위험부위가 중심이었지만, 그 이후에 영국에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저농도로 발현되는 것, 즉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위험부위 외에 다른 부위에도 저농도로 발현되는데 그런 것들이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많이 나와 있다.

- 광우병이 걸린 소의 변형 단백질이 뇌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근육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렇다. 정상 프리온이 있는 곳에는 다 있을 수 있다. 비교적 농도가 낮게 발현될 뿐이지 전신적으로 다 있는 것이다.

- 변형 단백질이 적은 곳에 있는 살코기를 먹었다 하더라도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식품이라는 건 장기간 섭취하는 것이고, 변형 프리온은 굉장히 안정된다. 그래서 지금은 유럽에서 다양한 위험원, 예를 들어 병원에서 사용한 수술기구까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 변형 단백질의 섭취량에 따라 광우병이 걸리는 게 결정되는 건 아니다?

맞다. 왜냐면 이 물질은 소량으로도 발병을 일으킨다. 소에서는 0.1~1g이고, 사람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적은 양으로도 병을 발생시킨다.

- 수혈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가능성도 있나?

그런 사례는 이미 보고되어 있다.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광우병 증상이 없던 사람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을 다른 사람에게 수혈했는데, 그중 다른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 외에 살아남은 사람 중에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3명이고, 현재 1명은 광우병이 발생해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사람은 소보다 더 많은 광우병 위험물질을 섭취해야만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주장인가?

그렇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더 적은 양으로 전염되는 건 2000년대 초 영국의 국회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 사람이 소보다 더 적은 양으로 감염된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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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과학적인 나라에 사는 슬픔
    from 하늘 받든 곳 2008-05-04 02:41 
    전에 한겨레 칼럼에서 어떤 분이 이런 제목의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 "과학"이라는 말을 "합리"라는 말로 조금 폭넓게 이해한다면, 이번 경우에도 잘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