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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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디선가 똥주 선생이 악다구니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을 것만 같다. 완득이를 부르는 저 사람은 과연 완득이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부름으로써 불러오려는 것일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름은 대상에 존재를 아로새긴다. 존재에 이 세상은 제대로 된 이름을 부여했을까. 스스로를 감추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까. 불법체류 외국 노동자들, 시대에 쓸려나간 카바레 춤꾼, 시집온 외국처녀, 문닫는 킥봉싱 도장, 입시에 자아를 맡긴 학생, 가진 거라곤 미숙한 지능과 미달되는 신장 뿐인 사람들… 혹 중심에 머물 수 없는 주변의 목소리를 비웃음에 묻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이 유쾌한 육담의 드라마는 각자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지워질 것처럼 스텝을 밟고, 악을 지르고, 꺾고 비튼다.

흔해빠진 소망들이 야한 욕망만큼이나 내면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각자가 짊어진 운명의 무게가 가벼워지길, 다른 이에게 전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마치 이물질인냥 체에 거르고 또 거른다. 완득이는 거룩한 이름으로 소망하나니 “빛깔과 향기”가 어울리지 않는 존재의 죽음을 기도한다. “빛깔과 향기”가 어울리는 존재의 부활을 희망한다. 지긋지긋한 일상의 죽음을 기도한다. 잊혀진 의미의 부활을 희망한다.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천박한(?) 척박한(?) 사회의 먹이사슬이 그들에게도 있다. 그 사슬이 느슨해지고 꼬이더니 끈끈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지경이 되고서야 갈등이 멈춘다. 화해는 폐계를 나눠먹음으로써 찾아왔다. 이 놈의 질긴 닭, 질긴 놈의 인연…. 그대가 떠나도, 그대를 떠나도 숨길 수 없는 서로들....

차별을 물려주기 싫었다고? 미워할 수 없는 작은 세상의 마찰음이 진동하더니 결국엔 웃고 만다. 마구 공간을 몸부림치더니 그제서야 공간이 생기는구나. 이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성장통이구나. 이 소설은 모두의 성장통을 담았다.


- (만화처럼)완득이의 머리 위에 생기는 말구름이 대체로 웃기나, 어색한 부분도 있음
34페이지 지하철 격투씬에서 “두 남자 모두 내게 덤볐다.”, “남자가 쓰러졌다.”, “이제 한 남자만 해치우면 된다.” 
완득이가 화자인지 작가가 화자인지… 소설 분위기상 “놈”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영화로도 만들면 재미있을 법한 ‘시나리오’다.
내가 생각하는 캐스팅은…
똥주 : 당연히 황정민~! (야비하고 승질 더럽지만 동시에 구수한 인간 냄새를 풍김)
혁주 : 봉태규 (깐쭉)
민구삼촌 : 박노식 (말 더듬으며 4차원적인 분위기가 딱)
완득이 아버지 : 임현식 (카바레, 중절모가 잘 어울릴 듯)
완득이 어머니 : 고두심 (ㅡ.ㅡ);
박두식 : 이병준 (구타유발자의 그 느끼한 아저씨, 난닝구가 잘 어울릴 듯)
완득이 : 박해일 또는 조인성 (그냥)
정윤하 : 황보라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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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3-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너무 좋았어요. 완전 짱 좋았어요. 완득이는 다 좋아요. 완득이도 똥주도 윤하도 혁주도. 다 좋아요. :)

라주미힌 2008-03-30 00:33   좋아요 0 | URL
근데 추천이 없네요? ㅋㅋㅋ

산사춘 2008-03-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은 제가... ㅎㅎㅎ

다락방 2008-03-30 18:50   좋아요 0 | URL
추천은 산사춘님이 ㅋㅋㅋ

라주미힌 2008-03-3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두 분의 애정, 감솨합니당.

순오기 2008-03-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 읽었어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캐스팅한 배우들이 너무 나이가 안 맞아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