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면접 단골질문 ‘김용철 양심고백’

두둔 발언땐 선발 제외” 대기업 인사담당자 증언
소신보다 조직우선 강요 “내부고발 싹자르기” 비판

한 대기업이 신입사원 최종면접 시험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질문한 뒤 김 변호사를 두둔한 지원자를 모두 탈락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엘지·코오롱·롯데·지에스·대우 등 지난달 공채를 한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최종면접 때 김 변호사에 관한 질문을 했고,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지원자들은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ㅇ그룹 계열사 공채 최종 면접에 참가했던 한 채용 담당자는 6일 〈한겨레〉와 만나 “대표이사를 포함한 고위 임원 5명이 최종면접 때 ‘김용철 변호사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돌발 질문을 했다”며 “이에 김 변호사를 옹호한 답변을 한 지원자는 모두 떨어지고 ‘김 변호사는 배신자’라는 식으로 말한 이들만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지원자는 이전까지 높은 점수를 받아 이변이 없는 한 합격할 상황이었지만, 김 변호사를 두둔하면서 ‘삼성이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인성 점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며 “임원들은 논란 끝에 그 지원자를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이 회사 신입사원 모집에는 600여명이 응시했고, 서류전형과 두 차례 면접을 거쳐 20여명이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

지난달 진행된 ㄷ그룹 공채에서 ㅎ(27)씨는 6명이 함께 들어간 면접에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소견을 말하라’는 면접관의 질문을 받고 “회사가 더 발전하려면 김 변호사처럼 발설하고 제대로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더 이상 면접관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못했다. ㅎ씨는 “면접이 끝날 무렵 ‘원래 지원부서 말고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 ‘네’라고 대답했는데도 결국 떨어졌다”고 말했다.

82만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취업카페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에도 “면접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용철 변호사 옹호했어요. 당연히 떨어지겠죠?”(아이디 제우스호), “삼성 자회사 면접을 봤는데 최근 신문에서 읽은 내용을 얘기하래서 김용철 변호사가 생각나 얘기했는데 정적만 흘렀어요. 어쩌죠?”(아이디 힘내자앙)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ㄷ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사안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기 논리를 명확하게 펼 수 있는가를 평가했을 것”이라며 “김 변호사에 대한 옹호가 당락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채용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흥식 중앙대 교수(행정학)는 “질문 자체가 취업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지원자들을 정신적 불구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약하다”며 “내부고발자가 사회에 미치는 공익보다는 조직 보호가 우선이라는 소집단 윤리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채용 때부터 조직을 위해서는 양심에 반한 태도를 취해도 거리낌 없는 인간형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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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써글. 진짜 요새 욕 자주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