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나무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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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입에서 나는 김치 냄새조차 절망이 되어 갔다. 저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인간이 인간한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그 몸서리치는 사실이, 무엇보다 내가 여기에 온 걸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절망이었다." 30p


피, 땀, 눈물….

노동이라는 단어에 비릿하게 베어있는 진액은 언제나 절망의 향을 토해낸다.
진득하게 피부를 타고 흐르는 그 느낌을 우리는 부끄러워했다. (노동 행위에 있어) 머리에서 멀어질수록 노동의 가치를 천하게 보는 사회적 시선을 감내하면서, 까맣게 탄 피부, 하얗게 뜬 얼굴을 하고 하루를 살기 위해 낮과 밤을 쉼 없이 시간을 돌려야 했던 사람들을 부끄러워 한다. 이제는 그렇게 젊음을 보낸 사람들을 경쟁력이 없다고 집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과외를 시킨다. ‘내 자식은 노동자가 되어선 안 된다.’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 똑똑한 놈들이 (일 안하고도)잘 산다는 관념이 압도적이다. 하긴 자본주의 사회는 똑똑한 놈들이 잘 산다. 똑똑한 놈들이 권력도 많고, 똑똑한 놈들이 돈도 많다. 똑똑함도 물려준다고 하니 영속성까지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 그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노동은 너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1차 산업 고사시키기 프로젝트들, 비정규직화, 자본가들을 위한 서비스업 특화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의 ‘산업개조’는 이를 입증한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정규직을 줄인다. ‘노동’은 필요하지만 ‘노동자’가 많은 사회는 ‘개발도상국’이나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을 비정규직이 담당한다. 왜? 그들은 ‘정식 노동자’가 아니니까. 그들이 믿는 ‘이상국가’는 일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이상한 나라’이니까.
그들은 정규직에 비정규직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비정규직에는 정규직이라는 박탈감을 심어준다. 노동과 노동자를 분리함으로써 그들의 지배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사안이 ‘비정규직 보호(?)’에 머물러있지,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대책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노동의 가치, 삶의 희망, 인간답게 살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고통으로 치환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를 거부한다. 저자 김진숙씨는 노동자로 살아왔던 삶,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의 생각과 삶, 자본의 폭력적 억압에 맞서 싸워온 삶을 이야기한다.
살기 위해 죽음을 안고 투쟁해왔던 피의 삶,
살기 위해 흘린 땀의 삶,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흘려야만 했던 눈물의 삶.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삶의 구석구석들을 담은 이 책을 읽기란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과연 나는 노동자였나… 내가 생각했던 노동과 삶의 가치는 무엇이었던가…
계속되는 나의 질문은 나를 어렵게 한다.

"노동자면 노동자답게 지가 노동자란 걸 인정허고 떳떳허게 가슴 펴고 살아야 발전이 있는 거이제. 밥 먹고 자 불고 밥 먹고 싸 불고 그래 싼께 회사에서도 우릴 발톱에 때 보디끼 막 보는 거 아니겄소, 난 고거이 질로 깝깝허요. 노동자가 을매나 위대헌 사람이여? 근데 고걸 잘 몰릉께 나가 참 염병을 혀 불제."  86p


하지만, 이 체제의 수혜자들은 왜 너희들만 불만이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이 배부른 자식들은 경제 위기의 근원을 노동자에게서 찾는다. “너희들의 이기심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잖아!” 샌드위치 이론? 너희들의 임금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너희들의 무능력으로 선진국에 밀린다는 헛소리까지 늘어놓는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어느 그룹 수장의 발언은 이 국가 시스템의 ‘쌩얼’을 드러냈다고 본다.
이 체제의 수혜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비난이다. 얼마 전에는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자들에게 왜 극단적인 방법으로 기업을 어렵게 하냐고 난리를 쳤다. ‘대량해고’보다 극단적인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냐’는 어이없는 대답은 실소를 자아낸다.

우리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김진숙씨가 살아왔고 투쟁헀던 과거와 현재는 같은 연장선 위에 놓여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굴레에 힘겨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래도 이 책은 절대로 희망을 놓지 않으니까. 희망적이다.
당신의 노동과 삶 뿐만 아니라 이웃의 노동과 삶도 돌아 볼 수 있게 하니까. 외롭지 않다.

"가장 밑바닥까지 다다라 본 사람은 희망을 안다." 89p


땡볕을 막아주는 무성한 나무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릴 때의 상쾌함을 노동에서 찾고 싶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낸다면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노동자로 살았노라고…

   
 

 …..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이 차가운 억압의 땅에 묻지 말고
그대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주오.
그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으리.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우리를 억압하지 마라.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권미경의 왼쪽 팔뚝에 쓰인 유서

 
   



- 여공1970, 그녀의 반역사(김원, 이매진, 2006)   YH무역농성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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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모박스 활용했네요? :)

라주미힌 2007-08-19 10:30   좋아요 0 | URL
한참을 찾았음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