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돌아온 새벽 한 시.

그러나 나는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고 술도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 자체는 즐거웠다. 나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고마운 사람들.

방금 전 깜찍한 동생의 문자 메시지까지 받고 나니 힘이 난다.

잘 될거에요, 라는 말.

오늘의 나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갈팡질팡 오리무중인 나로서는 말이다.

4월의 밤에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어왔고 늦은 밤 나는 한강을 넘으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의 BGM은 나윤선 5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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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14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잘될겁니다.

이리스 2007-04-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고맙습니다.. ^^

네꼬 2007-04-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저도) 다 잘 될 거예요.


그런데,
나윤선 5집은 좋은가요?
(앗, 저는 (전)우주고양입니다.)

이리스 2007-04-15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고맙습니다.. 이름을 바꾸셨네요. ^^ 나윤선 5집, 곡은 일단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_-;;) 저는 별 다섯중에 넷을 줬는데 반개쯤 후하게 준것 같네요.
 

비가 내리기 시작한 밤, 결국 나는 할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엉뚱한 짓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서

한 술 더 떠서

파자마 차림에 외투만 걸치고 어슬렁거리며 편의점에 가서 맥주 두캔을 사오고 말았다.

하나는 6.9% 알콜의 카스 레드, 하나는 카스 라이트.

안주로 대령한 것은 말린 무화과. 뚜껑을 보니 이란 산이라고 되어 있다.

비오는 봄밤에 나는 이란의 어느 하늘 아래서 익고 또 말려졌을 무화과를 먹고 있다.

(예전의 말린 무화과는 주로 터키산이었던 것 같은데..)

윤건의 새 앨범을 틀어놨다.

녹음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땐 뭔가 생각나는 말들이 많은데 그걸 편하게 녹음기에 대고 중얼거렸다가 나중에 들어보고 건질 것들은 옮겨 적으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다.

무화과는 넉넉하게 있다. 맥주는 오로지 두 캔 뿐이지만

와인이 일곱병 있고 따지도 않은 보드카가 한 병 있고, 조금 먹다가 남겨둔 글렌피딕이 있고, 누군가 중국 출장길에 사다준 이름모를 중국술이 커다란 병에 담겨 있다.

한데, 딱히 취하고 싶은것도 아니니 무화과나 열심히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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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4-1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옆에 앉아 무화과에 손 내밀고 싶은건지...-.-

이리스 2007-04-1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 오세요. 내민 손에 무화과 한웅큼 쥐어 드릴게요~ ^_^

이리스 2007-04-1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웩.. 고알콜 카스 레드 맛이 어마무지하게 이상해요. ㅠ.ㅜ

antitheme 2007-04-12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렌피딕에 군침이 돕니다. 몇년산인가요?

다락방 2007-04-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티멘탈한 밤을 보내셨군요. 오늘은 또다시, 아침입니다.
:)

비로그인 2007-04-1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도 무화과 안주 좋아라 하는데~
낡은 구두님 저랑 같이 ㅎㅎ

Koni 2007-04-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mp3 플레이어나 핸폰에 대부분 녹음 기능이 있지 않나요?

이리스 2007-04-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음, 그닥 좋은거 아닌데요. 17년산이에욤~
다락방님 / 네, 또다시 아침이... 결국 빈속에 라떼 한 잔으로 버티고 있어요. --;

체셔님 / 으흐, 좋아요 좋아~~~ ^^
냐오님 / 제 스타이 폰엔 녹음 기능이 없더라구요. -.- 엠피쓰리는 함 봐야겠어요. -_-;; 그러나 뭔가 좀 근사한 녹음기를 꿈꾼다는... ㅋㅋ

moonnight 2007-04-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분위기있네요. 근데 말린 무화과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 좌우지간, 맥주 한 잔 하고싶어요. ^^;

이리스 2007-04-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웅, 저는 안말린 무화과를 먹어본 기억이.. -_-;;; 맥주 일잔!! ^^

다락방 2007-04-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샤워하다 문득 생각났는데요,
얼마전에 메피스토님의 서재에서 [럭키넘버슬레븐]영화의 조쉬하트넷이 상체를 벗고 출연해줘 땡큐라는 저의 댓글에 공감을 표시하셨던 분이 바로 낡은 구두님, 맞으시죠? 그죠?

이리스 2007-04-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네!! 맞습니다, 맞고요~ ^_^
 

후배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강남쪽으로 갔다.

학동역 근처에 새로 오픈한 '단스시'에서 회전 초밥을 먹고 후배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 콩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남 교보로 향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 구입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는데 찐득한 불편함이 엉겨붙는다.

광화문 교보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건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이곳 저곳 책을 둘러보러 움직이면서도 내내 불편함 때문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누가 쫓아다니면서 훼방을 놓는 것도 아닌데 이건 무슨 까닭일까. 공기도 마음에 안들었고 직원들도 심지어 그 곳에서 책을 들춰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다 마음에 안들었다.

결국, 까닭모를 불편함은 나를 밖으로 빨리 나가도록 종용했다.

강남 교보, 이 단어 자체도 어색한 조합 같다.

급하게 꿰어입은 낡은 스웨터의 올이 길게 풀려버렸을 때 드는 그런 당혹스러움이 그곳에서 느껴졌다.

서둘러 발길을 돌려 나오고 나서 앞으로 강남에 올일이 있어도 강남 교보는 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강남과 서점은 물과 기름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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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 사는 저한텐 가까운 강남에 큰서점들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데요. 종로쪽은 둘째치고라도 코엑스나 버스터미널쪽은 교통이 불편해서...

다락방 2007-04-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에 직장이 있으면서도 아직 강남 교보에는 한번도 안가봤네요. 그나마 진솔문고를 이용했었는데 문닫은지 오래고. 흐음.

역시 서점은 우리동네 '교민문고'가 최고예요. ^^V

이리스 2007-04-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흠, 그러시군요. 제게는 당최 ;;; -_-;
다락방님 / 오, 교민문고! ^^;

네꼬 2007-04-12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 교보, 이 단어 자체도 어색한 조합 같다." 저도 한 표요.

Koni 2007-04-1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강남 하면 시티문고였는데.^^
강남 교보는 역이랑 멀어서 자주 못 가게 되어요.

이리스 2007-04-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고양이님 / 으흐.. 감사해요. ^^
냐오님 / 한때 시티문고 자주 갔죠. 강남역에서 약속이 많았을 시절엔.. ^^
 

오전에 나는 두 통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누굴까?' 생각했다.

낯선 휴대폰 번호.

택배 기사일까? 그러나 그 번호는 내 경험에 미루어 보건대 택배기사는 아닐것 같았다. 그 번호는 요즘 새로 나오는 번호들이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휴대전화를 쓴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번호였다. 011-2** 로 시작하는 번호. 대체로 이런 번호들이 십중팔구 그러하다.

흠, 누군지 모르겠네. 그리고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듣기 좋고 예의바른 저음의 목소리가 말한다.

그리고 나는 말을 꺼냈다. '저는 *** 라고 하는데요.. '

앗, 이럴수가!

'혹시?' 하고 생각했으나. '아, 그럴리가 없잖아!' 로 귀결지었던.. 바로 그 생각속 주인공의 전화.

그러나 진짜 충격은 퇴근 후에 벌어졌다. 그 주인공에 대한 놀라운 정보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전화의 주인공은 내 삶을 실로 다이나믹하게 만들어줬다.

(전화 한통으로 남의 삶을 다이나믹하게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이로써 도쿄를 의미심장한 도시로 기억하게 되었다.

 

* 대체 뭔소린지 알 수 없으시겠지만 혼자 꾹 입틀어막고 웃다가 미칠거 같아서 죄금 끄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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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4-1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대체 뭔 뜻이예요??

이리스 2007-04-1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으흐, ㅋㅋ 올거라 예상치 못했지만 혹시 오지는 않으려나? 설마? 그랬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이야깁니다. 도쿄, 에서 만났던 사람이지요. ^.^

비로그인 2007-04-1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궁금해.
계속 올려주세요!!!

이리스 2007-04-1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에또, 이게 참... ㅋㅋㅋ 딱히 올릴게 없는데 말이죠. 오호홋..

moonnight 2007-04-1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뭔가 핑크빛 모드 ^^ 기대되는데요!

이리스 2007-04-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키힝~~~
 



내 사랑 원희.

1994년 11월에 우리 집에 왔으니 만으로 13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암에 걸려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고.(개도 암에 걸리고, 늙으면 노안이라 시력도 저하됨)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해주렴. 벌써부터 무서워. 널 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게. 나는 이렇게 못나고 소심한 인간이지만 넌 똘똘하고 귀엽고 깜찍한.. 내게는 한없이 사랑스런 소중한 존재야.

사랑한다, 아주많이.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해.

* 어제, 부모님 집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원희를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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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라 렌즈에서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누군가가 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생각한다는 것, 얼마나 근사하면서도 힘든 일일까요.

비로그인 2007-04-0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희야, 이쁘구나! 지금처럼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주렴 ^^

이리스 2007-04-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 애틋함이 드러났나요? ^^ 네, 근사하지만 힘든 일인것 같아요.
체셔님 / 고마워요. ^_^

moonnight 2007-04-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13살 넘어보이진 않는데.. 전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반려견을 못 키울 거 같아요. ;;

이리스 2007-04-1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에휴, 그러게요. 정말 두려워요...